자동차에서 동력이 중요한 건 두말할 필요 없다. 정숙한 승차감을 강조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는 하차감도 중요하다고들 한다. 나아가 디스플레이도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요즘 자동차 디스플레이는 주행 정보만 잘 보여주는 걸로는 부족하다. 주행에 꼭 필요한 정보는 아니지만 동승자도 볼 만한 정보가 표시되어야 하고, 이것저것 정보를 나눠서 보여주려면 넓고 선명해야 한다. 주행 중 바람 세기나 음악 또는 지도를 단번에 전환하기 쉽도록 직관적인 UI도 갖춰야 한다. 전기차라면 충전 중 영화를 볼 수 있을 정도로 디스플레이가 커야 한다. 인포테인먼트와 정보 안내 디스플레이 기능을 골고루 갖춘 디지털 콕핏은 자동차의 필수 기능이 되고 있다.
추세는 대형화
자동차 디스플레이 크기는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17인치 시네마틱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테슬라 모델S, 48인치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중국 전기차 바이톤의 M-바이트, 34인치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GM 캐딜락 리릭 등 최근 공개된 차량들은 압도적인 크기의 디스플레이를 필수 장치처럼 여기고 있다. 이제는 대형 디스플레이가 옵션이 아닌 기본 장치에 속하는 것이다.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전체 자동차 중 10인치가 넘는 크기의 디스플레이 비중은 2017년 16.8%였지만 2025년에는 48.2%로 확대될 것이라 한다. 큰 화면은 정보량이 많은 자율주행과 AI 시대의 새로운 필수 기능인 셈이다. 지난 CES2021에선 차량용 대형 디스플레이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대시보드 전체가 디스플레이인 MBUX 하이퍼스크린을 선보였는데, 3개의 화면으로 구성되었고 가로 길이만 141cm에 달한다. 이 디스플레이는 단순히 크기만 큰 것이 아니라 AI가 상황에 따라 주요 기능을 운전자가 조작하기 쉬운 위치로 배치한다. 제로-레이어 기술로, 운전자의 행동 변화를 감지하는 디스플레이다. 이와 같은 신개념 디스플레이는 완성차 회사의 콘셉트카에서만 주목받아왔지만, 자율주행과 전기차 시대가 가까워짐에 따라 전자제품 기업도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선보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공개한 디지털 콕핏 2021은 삼성전자의 ICT와 하만의 전장 기술이 결합된 시스템이다. 49인치 QLED 파노라마 디스플레이는 주행 중 운전자의 전방 주시를 위해 대시보드 뒤로 반쯤 숨는다. 상단 절반만 노출된 화면에는 주행 정보가 표시되는데, 속도와 같은 기본적인 정보 외에도 주변 차량과 교통신호, 표지판, 날씨, 지도 등 사고 방지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정보를 넓은 화면에 제공한다. 이후 차량을 멈추면 49인치 화면이 대시보드 밖으로 나와 운전자 앞쪽으로 이동한다. 큰 화면을 통해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즐기는 것이다. 차량 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차에서 즐길 엔터테인먼트도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또한 5G와 연동되어 차량 디스플레이로 영상 편집 같은 복잡한 업무도 가능하다고 한다. 차에서 일할 날이 다가오고 있다. 차량용 대화면 디스플레이 시장도 뜨겁다.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10인치 이상 디스플레이 전체 출하량은 2020년 3천85만 대에 달해 2019년 2천3백25만 대보다 32.7% 증가했다. 놀라운 점은 국내 기업의 시장점유율이 99.4%에 달한다는 것이다.
휘어지는 P-OLED의 부상
현재 차량용 디스플레이로 각광받는 것은 OLED다. 과거에는 LCD가 대부분이었지만 2010년대 후반부터 OLED 패널이 급격히 성장했다. OLED는 화질과 밝기 때문에 선호된다. LCD는 백라이트가 필요한 데 반해 OLED는 백라이트 없이 픽셀 하나하나가 스스로 빛을 낸다. 따라서 LCD에 비해 매우 얇고 무게도 가벼운 데다 색재현율과 명암비, 해상도까지 뛰어나다. 복잡한 영상을 섬세하고 부드럽게 재생해 고해상도 영화를 감상하기에도 부족함 없다. 시야각이 넓고 밝아 눈부신 대낮 주행 시 화면을 슬쩍 쳐다봐도 명확히 인식될 만큼 시인성이 높은 것도 장점이다. OLED를 차량에 적합한 형태로 발전시킨 것이 P-OLED다. 유리가 아닌 플라스틱 소재로 만든 패널로서 매우 유연하다.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해 기존 유리보다 자유로운 형태의 디스플레이를 제작할 수 있다. 원형으로 제작하거나 삼각 모양의 디스플레이를 차량에 장착할 수 있다. 대시보드의 우아한 곡면을 따라 자유자재로 모양을 만들 수도 있다. P-OLED는 곡면으로 제작할 수 있어 운전자가 주행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운전석을 감싸는 형태의 커브드 디스플레이어 환경을 구현하는 데 적합하다. P-OLED를 처음 탑재한 것은 메르세데스-벤츠의 신형 7세대 S클래스다. 센터페시아에 위치한 12.8인치 P-OLED는 우아한 형태를 드러내고 있으며, 이 패널을 통해 인포테인먼트나 주행 설정, 공조장치 등을 제어한다. 햅틱 기능도 들어 있어 운전자에게 즉각적인 피드백을 주기도 한다. 2021년형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의 디지털 콕핏 시스템도 38인치 P-OLED로 제작됐다. 4K 해상도의 커브드 디스플레이와 3개로 분할된 화면 구성이 눈길을 끈다. 하지만 P-OLED는 2019년 처음 생산된 것으로 OLED에 비하면 가격이 비싼 부품이다. 몸값이 비싸 당분간 고급차에만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차량 디스플레이의 다양화
차량용 디스플레이는 크기도 크기지만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2열 탑승자를 위한 디스플레이, 룸미러와 사이드미러, 센터페시아와 디지털 콕핏 등 디스플레이가 거울을 대체하기도 한다. 최근 디스플레이 디자인 중 가장 큰 경향성은 파노라마 스크린이다. 속도와 주행 정보를 알려주는 운전석 계기반과 센터페시아의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가 하나로 합쳐진 파노라마 형태의 디스플레이다. 파노라마 스크린의 정보가 운전자에게 집중되고, 깔끔하다. 센터페시아 상단에 큼직하게 위치했던 화면이 계기반과 동일 선상으로 이동해 전방 시야가 확보되고, 주행 중 시선 이동 거리가 짧아 더욱 안전하다. 여기서 커브드 형태까지 더해진 파노라마 스크린은 운전석을 감싸는 형태를 구현해 더욱 직관적이고 안정적인 주행 환경을 연출한다. 사이드미러도 디스플레이화되고 있다. 사이드미러의 자리에는 얇은 카메라가 있고, 카메라에 담긴 실시간 영상은 양끝의 작은 OLED 디스플레이에 표시된다. 대표적인 사례는 아우디 e-트론의 버추어 익스테리어 미러나 현대 아이오닉5의 디지털 사이드미러다. 두 모델 모두 OLED를 사용해 응답 속도가 빠르고, 선명하다. 야간 주행 시에도 또렷한 영상을 보여준다. 가장 큰 장점은 폭설이나 우천 시에도 유리에 서리가 끼지 않아 선명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니 비전-S의 경우에는 대시보드 전체를 파노라마식 스크린으로 제작하고, 양끝에 사이드미러 카메라 영상을 배치해 두 가지 기능을 합친 형태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외에도 후방 카메라와 연동되는 룸미러, 뒷좌석 엔터테인먼트 디스플레이,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디스플레이가 안전한 주행을 돕고 있다.
전기차 시대의 디스플레이
전기차와 자율주행은 디스플레이와 뗄 수 없는 관계다. 전기차는 에너지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운전자는 차량 배터리 전력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또 모터는 전력을 얼마나 사용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특히 에너지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데, 전기차 회생제동 시 에너지가 얼마나 배터리로 모이는지 그 현황을 운전자가 즉시 이해할 수 있도록 차량 디스플레이에 애니메이션이나 그래픽으로 에너지 흐름이 표현되어야 한다. 동시에 음악과 내비게이션, 날씨와 같은 정보도 제공하기 위해서는 크고 선명한 디스플레이가 필수다. 자율주행에서 디스플레이의 역할은 더 커진다. 차량이 차선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주행 환경을 명확한 그래픽으로 제공해야 한다. 차량 곳곳에 위치한 카메라로 주변 환경을 보여주려면 더 큰 화면이 필요하다. 차량은 탑승자에게 점차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넓고 선명한 디스플레이는 화면을 분할할 수 있기에 많은 정보를 동시다발적으로 표현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디스플레이의 성능 외에도 정보 표현 방법과 조작 방법이다. 전방을 주시해야 하는 운전자가 직관적으로 다룰 수 있는 UI 기술을 적용해야 한다. 아날로그 버튼을 다루듯 여러 과정을 거쳐 조작하는 것이 아닌 단번에 조작할 수 있어야 한다. 내비게이션을 보다가 공조장치를 다루기 위해 메인 메뉴로 돌아가는 과정을 거쳐선 안 된다. 처음 사용하는 경우에도 운전자가 어색하지 않도록 스마트폰과 같이 익숙한 조작 방식이 각광받을 것이다. 또 운전자의 시선이 이동하는 거리도 짧아야 한다. 사이드 카메라 영상과 클러스터, 디스플레이는 모두 수평 위치에 있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 큰 화면이 가장 애용되는 곳은 전기차 충전소일 가능성이 높다. 충전 인프라가 적은 지금, 충전하려면 줄 서서 기다리는 경우가 많고, 충전 시간도 오래 걸린다. 전기차가 지루하지 않도록 큰 화면으로 탑승자에게 끊임없이 즐거움을 제공해야만 한다.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