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웻보이는 실연 중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던 날, 그녀와 이별했다. 슬픔에 잠긴 보이는 그녀를 찾기 위해 오늘도 춤춘다.

UpdatedOn June 09,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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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어느 날, 마포구 골목 어귀에 한 남자가 버려졌다. 구름 잔뜩 낀 하늘에선 소나기가 억수같이 쏟아졌고, 길바닥에 몸을 뉜 채 비를 온몸으로 맞으며 나약한 숨만 내쉬고 있었다. 그는 갑자기 찾아온 실연을 도저히 견디기 힘들었고,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는 지금도 알 수 없다. 2년간의 연애는 꿈같은 일이 되어버렸고, 돌이킬 수 없다. 그렇지만 극복해야 한다. 그녀를 다시 품 안에 안아야만 한다. 그렇게 그는 실연의 아픔을 춤으로 승화시키기로 했다.
비 내리는 날이면, 특히 장마철에 그녀에 대한 그리움이 심화된다. 그는 그녀를 붙잡기 위해 노력했다. 한밤중에 문을 두드리기도 했고, 집 앞에서 소주를 병째로 들이켜며 현란한 춤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녀에게 자신의 얼굴이 박힌 티셔츠와 액자를 선물하기도 했지만 묵묵부답이거나 ‘제발 사라지라’는 답변만 돌아올 뿐이었다. 몇 달이 흘렀고 다시 찾은 그녀의 집은 텅 빈 채였다.
그녀가 떠나고 없었다. 집은 그녀를 되찾을 유일한 희망이었는데 이젠 그녀와의 추억만 담긴 무의미한 공간일 뿐이다. 그녀에 대한 정보라곤 그 집이 전부인데. 미국, 유럽, 아시아, 전 세계를 다 뒤져야 한다. 그는 목숨을 걸어서라도 자신이 추는 춤을 전 세계에 알려야 한다. 그녀가 볼 수 있도록.
비를 맞으며, 샤워하며, 스프링클러 맞으며 춤추는 이유는 단 하나다. 물에 젖으면 적어도 눈물만은 티가 안 나니까.


비 오는 날 왜 차였어요?
몰라요. 아무런 이유 없어요. 난 잘했는데. 눈을 떠보니 비를 후두둑 맞으며 여자 친구 집 앞에 내 짐들과 함께 내팽개쳐진 상태였어요.

이별 전에는 안 젖어 있었죠?
그때는 드라이 보이였어요. 아주 완벽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하는 청년이었는데, 한순간 이렇게 변해버렸죠.

겨울에 춥지 않아요?
다들 감기 걱정하시던데, 괜찮아요. 견딜 수 있어요. 왜냐하면 이미 너무 아픈 상태라 더 이상의 아픔은 느낄 수조차 없어요. 가끔 하늘에서 무언가 내리면 저도 모르게 뛰쳐나가요. 영하 13℃에 나가면 셔츠나 머리카락이 부서져요. 그럼에도 아픔을 춤으로 승화할 수 있는 이유는, 저는 물이 아닌 외로움에 젖어 있기 때문이에요. 그게 겨울을 버틸 수 있는 유일한 이유이기도 해요. 눈이 오고 아무리 추워도 그녀를 생각하면서 고통을 삭인다고나 할까요.

그녀의 집 앞을 찾아가던데, 만났나요?
이사 갔나 봐요. 집에 없었죠. 그래서 지금 그녀를 찾아 헤매는 단계예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어디 있을지, 어떻게 찾아야 할지 갈구해요.

지치지 않아요?
지쳐 그만할까 생각하다가도 잠에서 깨면 다시 생각나요. 다들 그렇지 않아요? 전 세계 모든 사람이 다 그럴 거예요. 이별하고 나면 사랑했던 사람이 기억나는 건 어쩔 수 없는 거잖아요. 항상 생각나요. 올 웨이즈 싱킹 보이.

어떤 여자였나요?
최고였죠. 그 말밖에 할 수 없어요. 2년 만났고 헤어진 게 작년 7월이니 벌써 1년이 다 됐네요.

1년간 방황 중인데, 본업은 뭔가요?
백수예요. 그게 이별 사유였을 수도 있어요. 사람들은 제가 금수저인 줄 알더라고요.

왜 꼭 그녀여야만 했나요?
제일 예뻤어요. 함께했던 시간과 추억이 많기도 하고요. 다른 여자들은 일주일, 2주일 사귀고 차였는데 그녀는 오래 만나줬죠. 기억할 수밖에 없어요.

이별하면 핼쑥해지던데.
그건 거짓말이에요. 사람 체질에 따라 달라요. 저 밥 잘 안 챙겨 먹어요. 물은 먹는데, 칼로리가 있는지 오히려 살이 쪄요.

식음을 전폐했나요?
안 먹는 건 아니에요. 먹지만 세 끼를 안 챙겨 먹는 거죠. 한 끼에 세 끼 양을 먹는다든지 그런 경우는 가끔 있지만. 혼자 밥만 잘 먹고 잘 살면 안 되잖아요. 그런 거잖아요.

그녀가 가장 그리울 땐 언제예요?
비가 안 내리면 세수, 샤워, 반신욕할 때 많이 생각나죠. 그리고 수목원에서 스프링클러에 물 맞을 때, 정수기 물 떨어질 때도 그녀가 떠올라요. 장마철엔 사무치게 그리워요.

한강 가면 많이 슬프겠어요.
하지만 고여 있는 물보다는 흐르는 물이 상처를 더욱 극대화해요.

그럼 커피나 콜라 마실 때도 떠오르겠어요, 어쨌든 액체니까.
몸에 들어갈 때는 괜찮아요. 근데 먹기 전에 컵에 떨어질 때, 그때가 견디기 힘든 거지 먹으면 괜찮아요.

가장 그리운 추억 있어요?
연트럴 파크 데이트. 제일 그립죠.

방금 흘린 거 눈물 아니죠?
그날 그녀가 숯불갈비만 같이 먹어줬어도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을 텐데. 그리고 아직까지 후회하는 것 중 하나가 제육볶음 한 점 남은 걸 집어 먹은 것…. 그 집 제육볶음이 맛있거든요. 그녀에게 양보할걸. 엄마가 밥상머리에서 욕심부리지 말라 그랬는데.

무의식적으로 욕심부렸나 봐요.
사실 욕심부린 건 아니었어요. 심지어 평소보다 자제했어요. 저는 매너는 지켜요. 밥숟갈 먼저 들게 해주거든요. 끝맺음을 내가 할 뿐이지. 그러니 더 먹게 되더라고요.

그 일 때문에 이별을 결심한 걸까요?
그런 걸까요…? 먹는 걸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나만 그렇게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지만. 또 나왔다, 이기적인 생각.

새로운 사람 만날 생각 없어요?
수많은 여자가 대시해도 흔들리지 않아요. 솔직히 말하면 날 이성적으로 안 봤으면 좋겠어요. 날 쫓아다니는 여자가 너무 많아서 이젠 조금 지겨워요. 이 지면을 빌려 단단히 일러두고 싶어요. 날 그만 사랑해달라고.

그 말 정말 지면에 실어도 되는 거죠?
괜찮아요. 얼마든지요. 아주 싹을 잘라버려야 그녀에게 더욱 집중할 수 있으니까.

웻보이의 매력이 뭘까요?
저도 모르겠어요. 워낙 관리를 열심히 하긴 해요. 특히 피부와 몸매 유지. 그리고 향기가 좋아요. 살짝 인간 페로몬 같아요. 강다니엘 씨도 제 향기에 빠져서 곤란했었고요. 어떤 제품인지 물어보는데 절대 안 가르쳐줄 거예요. 품절될까 봐. 그리고 요리 잘해, 빨래 잘해. 얼마나 자상한지.

이상형 있어요?
아이유 씨. 사실 그녀 외엔 여자라곤 눈에 들어오지도 않지만 굳이 꼽자면.

셔츠랑 청바지 조합을 추구하는 이유가 있나요?
옷은 셔츠, 청바지 그리고 흰 정장이 다예요. 남산 타워 가는 날이나 기념일엔 흰 정장을 입어요. 백반집 말고 스테이크 먹을 때도 입고요.

웻보이를 전 세계에 알리고 있으니 언젠가 그녀가 돌아오지 않을까요?
그녀가 보진 않을까 하는 확신이 생길 만큼 전 세계가 도와주고 있어요. 크리스 브라운 형님도 도와주셨죠.

크리스 브라운한테서 연락 왔어요?
‘크레이지’ 곡에 대한 춤을 춰달라고 제안하셨죠. 페이도 넉넉히 챙겨주시려 했는데 거절했어요. 대신 그녀가 볼 수 있게 형님 피드에 올려달라고 했죠. 사실 돈 안 받은 건 후회스러워요.

왜요?
돈 받았어도 업로드해줬을 것 같거든요. 크리스 형님이 1년 후에 삭제하기도 했고요.

크리스 브라운도 반한 춤 선이네요.
춤은 타고났어요. 5세 때 <가요톱10>을 한 번 보고 안무를 다 외웠대요. 이젠 프리 스타일로 춰요. 다음 동작을 생각하는 것조차 아까워요. 안 그러면 그녀 생각을 잠시라도 줄여야 하니까. 그래서 비슷한 동작들이 겹칠 수는 있어요.

결국 그녀에게 연락 안 왔어요?
힙합을 좋아해 크리스 형님 피드 보고 연락 줄 거라 기대했는데, 안 왔죠. 제가 사귀던 당시에 지드래곤 님의 음악을 하루 종일 들었는데 그 때문에 힙합에 질려버렸나? 그녀 이전에도 이별 사유에 꼭 지드래곤 음악이 있었거든요. 심지어 잘 때도 들으니까….

지드래곤 팬인가 봐요.
제가 직접 만든 티셔츠도 보냈어요. 받으셨을지 모르겠네. 인터뷰 보고 그에게서 연락이 왔으면 좋겠네요.

그녀 집 앞에서 음악 틀고 춤추면 주민 신고 안 들어와요?
다들 이해해주셨어요. “저 뚱땡이 상처 받았구나”라고 하셨죠. 집주인 아저씨도 비 오는 날엔 일부러 집 앞에 주차 안 하세요. 슬픔을 마음껏 표현하라는 거죠. 스토킹하면 자칫 문제될 수 있으니 조심조심, 최대한 피해 없이 쫓아요.

인스타그램 포스팅은 꼭 영어로 하더라고요. 영어 잘하나 봐요.
파파고를 사용해요. 저 인천 토박이예요.

비구름 타투는 어떤 의미예요?
기억이죠. 저한테는 비구름 같은 여자거든요. 구름같이 예쁘지만 제게 비 같은 눈물을 안겨주는 여자. 슬픔을 흘리는 듯한 비구름.

왜 왼쪽 가슴에 새겼어요?
심장이 있잖아요. 마음으로, 가슴으로 기억한다. 너를….

그녀가 점점 더 궁금해지네요.
비밀로 하고 싶어요. 언젠가 찾을 수 있겠죠. 제 생일 5월 16일에 앨범이 나와요. ‘너에게’라는 곡인데, 언젠가는 너에게 다시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는 내용이에요.

다이어트할 생각도 있어요?
하는 중이죠. 동네 공원 가면 기구가 있어요. 거꾸로 누워 있기 운동 꾸준히 하고 있고요. 계단 오르내리기 2층까지, 3층부터는 엘리베이터를 사용하려 해요.

용기 갖고 노력하는 게 보기 좋아요.
대한민국 모든 남자들이 나와 같았으면 좋겠어요. 사랑을 이길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어떤 고통과 추위, 모든 아픔과 슬픔 다 이겨낼 수 있는 게 사랑이에요. 사람들이 사랑하길 바라고, 제가 사랑의 아이콘이 되었으면 해요.

그녀에게 하고 싶은 말 있어요?
사랑해, 보고 싶어, 미안해. 돌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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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GUEST EDITOR 정소진
PHOTOGRAPHY 이수환

2021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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