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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탑승기

너도 하고, 쟤도 하고, 나 빼고 모두 한다는 암호화폐 투자. 지난 연말부터 급등한 비트코인과 알트코인 투자 사례다. 누군가 번 만큼 누군가는 잃었다.

UpdatedOn May 12,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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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승리

코인 거래를 한 지 오래됐지만 사실 코인의 전망과 내재 가치에 대해서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실물이 없는 투자는 새로운 패러다임인 걸까, 단지 도박장인 걸까. 왜 오르는지 ‘떡락’하는지도 모른 채 그저 빨간 맛과 파란 맛에 중독되어 “가즈아”와 “돔양차”(‘도망쳐’의 코인판 용어)만 외쳤다. 코인을 하면서 얻은 것은 그저 절망 속에서 낙담하지 않고 마음의 평정을 얻는 정신 승리법뿐이다. 크게 잃을 때면 해외여행 한 번 갔다온 셈 치자 위로하며 까먹은 돈들은 2018년 ‘떡락’장 속에서 차 한 대를 산 수준으로 마무리되었다.
맹목적으로 투자한 것만은 아니다. 리플(XRP)과 이클(ETC)에 확신을 갖고 오래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유는 단지 지갑을 만들어 코인을 직접 거래소 밖에서 이용해본 긍정적 경험이 코인의 무가치성에 대한 불안을 상대적으로 경감시켜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아이들은 다시 시작된 2021년 불장 속 미쳐 날뛰는 코인들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내 잔고를 초라하게 만들었다. 노심초사하던 나는 결국 돈 잔치에 이성을 잃고 유망하다는 넴(XEM)으로 갈아탔는데, 이게 웬걸, 넣자마자 마이너스 40%로 ‘꼬라박으며’ 2018년 시렸던 그 겨울의 잔고로 되돌아왔다. 그 와중에 2년간 존버했던 이클과 리플은 몇 주 사이에 거의 3배가 되며 거래체결량 상위 코인으로 화려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었다. 오늘도 제발 ‘리또속’(리플에 또 속냐?)을 되뇌며 잠을 청한다. 어쩌면 그동안 내가 들고 있어서 오르지 못한 걸까? 갈아타지 않았으면 아직도 그대로일 거야. 정신 승리 방법이 또 하나 생겼다.
WORDS 양유석(회계사)

질량보존의법칙

돈이라는 인류의 추상적인 발명품은 내 투자 포트폴리오에선 질량을 지닌 물질로 현현했다. 나의 돈은 우량주든 알트코인이든 형태만 변화할 뿐 항상 +, -로 일정한 질량을 유지하며 질량보존의법칙이 정언명령인 양 행동한다. 각각 2천만원이란 동일한 시드를 넣고 시작한 국내 주식, 미국 주식, 코인. 쌍둥이끼리는 텔레파시를 주고받는다는 말이 정말 맞는 건지 누가 질세라 조화의 미를 선보이는데 대개 이런 식이다. 국내 주식의 HMM이 +5%로 일과를 마무리하면(대항해 시대다!), 이어받는 미국 프리장에서 KOPN(VR 디바이스를 사고 매수를 결심)이 +10%의 급등세로 저녁 생각이 사라지게끔 든든하게 만들어주더니 이에 질세라 -15% 내외를 바삐 오가는 내 애증의 코인 CHZ는 앞서 느낀 든든함 따위는 녹여버린다. 기어이 “저녁은 매운 게 당기네”라며 배달 앱으로 마라샹궈를 주문하는 시퀀스. 새로운 하루, 눈을 뜨자마자마 체크한 미국장. +10%는 본장에서 신기루가 되어버린 KOPN과 약속의 9시를 파란 불로 시작하는 HMM, 이를 위로하듯 업비트에서는 왜인지 모르게 ‘떡상’ 중인 CHZ. 바삐 움직여도 제자리인 나란 개미의 잔고. “그냥 팔걸, 그리고 이걸 더 살걸, 이럴 거면 진짜 개미로 태어날걸. 집은 직접 만들면 되는 걸….” 껄껄껄껄. 모두가 흥하거나 모두가 망하는 일을 제외한 6가지 경우의 수의 개미집 같은 미로에서 내 잔고는 빠져나올 기미가 없어 보인다. 이 아름답고도 슬픈 완벽한 헤징이 선보이는 질량보존의법칙이라는 과학 무용담은 “이럴 거면 그냥 돼지저금통에 모을 걸 그랬어”라는 씁쓸한 자조로 마무리된다. 나의 투자 포트폴리오는 해학의 소재가 될 것인가, 아니면 과학의 한계를 뛰어넘을 것인가. 추상적인 질문들로 업비트를 들락날락하는 밤이다.
WORDS 김석태(회사원)

코린이의 식은땀

맨손으로 시작해 믿을 것은 나의 노동력뿐인 자들의 꿈은 ‘대책 있는 퇴사’ 아닐까? 나도 그렇다. 0%대 금리 시대가 되자 팀원의 강력한 권유로 시작한 주식. 적금보다, 대출 이자 내는 것보다 낫겠다는 생각에 우량주 위주로 작고 귀여운 나의 보너스를 털어 넣었다. 그러다 요즘 뉴스에 자주 언급되는 비트코인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비트코인이 앞으로 자산 축적의 기능을 할 것이라는 얘기, 그러니까 디지털 금덩이가 될 것이라는 시사 팟캐스트를 듣고서는 가만있을 수 없었다. 재테크 까막눈인 내가, 이번만큼은 뒤늦은 후회를 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코인 거래 앱을 설치하고 매달 상환하던 대출금을 한 번 미뤄 1백만원어치 비트코인을 샀다. 솔직히 코인 시장의 원리도, 구조도 이해를 못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소중한 내 돈을 넣는 것이니 개념과 용어라도 머릿속에 넣어두려 인터넷에서 코인 정보들을 찾아보았다. 듣도 보도 못한 알트코인의 이름들. 김치 프리미엄, 스테이킹… 이미 그 세계는 깊고도 넓은 듯했다. 어차피 확실한 것은 세상에 없고 알수록 복잡해지기만 하니 그냥 느낌 매매법으로 가자 싶었다. 유망주로 보이는 메이저 알트코인 리플, 국내에서는 대형 IT와 관련이 있다는 픽셀, 플로우 같은 코인들이 좋아 보여 조금씩 담아보았다. 사자마자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수익률에 손도 멘탈도 파르르 떨렸지만 2주 후 운 좋게 원화 가치는 2배가 되었다. 줍줍한 정보들로 내린 나의 판단이 돈을 낳으니 신명 난 것은 당연. 8:1:1이었던 나의 주식, 코인, 현금은 지금 7:3:0이 되었다. 그러나 가만히 있는 나의 현금에게 돈 벌라고 일 시키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닌 듯하다. 마치 내가 키우는 아이처럼 수시로 들여다보고 신경 쓰는 스트레스가 생각보다 많이 피로하기 때문. 매일 생각한다. 나는 결과적으로 코인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을까? 이게 나의 믿을 만한 대책이 될 수 있을까? 아니 그것보다, 24시간 빠르게 번뜩이는 화면 속 작은 숫자들이 언젠가 출금될 수 있을까?
WORDS 장원(광고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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얻어걸린 50만원

2021년 2월 12일. 수의사 동생이 요상한 발언을 했다. 코인이라는 것에 빠져 있다는 것. 걔가 워낙 똑똑해 종종 재테크로 재미 쏠쏠하게 보았는데 그래서인지 신뢰도 100%다. 그애는 지금이 바로 제로 금리 시대라며 주식을 권유했다. 하지만 주식은 시드 머니 생기면 차차 하기로 하고, 그렇게 나는 연습하기에 딱 좋은 장이라던 가상화폐 세계에 입문했다. (동생이 코인이 아주 좋은 연습장이랬다.) 뉴스나 기사에서 코인으로 대박 난 사례도 봐왔지만 실체가 없고 주식보다 예측하기 어려우며 도박성이 짙다는 점에서 잃어도 연습 게임이었다고 자기합리화할 수 있도록 10만원 입금했다. 차트고 뭐고 종목도 볼 줄 모르는 상태에서. 그렇게 며칠은 잊은 채 살았다. 생각보다 중독성은 없더라고. 그때까지만 해도. 어느 날 동생이 전화해 대뜸 “지금 확인해봐, 와인 값은 벌었을걸”이라고 하더라. 다급하게 들어갔더니 8만원이 불어 있던 것. 1백만원 넣었더라면 어땠을까. 1백80만원이 되어 있겠지? 순간적으로 아주 작지만 큰 깨달음을 얻었다. 부자가 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아니, 이미 마음은 유엔빌리지에 도착했다. 다급한 마음에 체온은 급격히 내려갔고 손은 1백만원을 누르고 있었다. (20대인 내게 1백만원은 나름대로 큰돈이다.) 입금 후 코인 관련 정보들을 샅샅이 뒤졌고 본격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1백만원은 1백90만원을 찍었다. 돈도 벌었겠다, 저축해둔 돈으로 가방도 샀다. 그러다 며칠 전 평일 낮, 방심하고 있던 찰나에 조정장이 와 멘탈이 아주 아작이 나버린 것. 업비트에는 푸른 물결이 잔잔했다. 새파란 광경을 바라보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사실 원금을 잃은 건 아니다. 1백90만원에서 1백50만원이 된 것이긴 한데, 땅을 파도 안 나오는 40만원을 떠먹여줘서 받아먹은 건데 도로 뱉으라니. 억울해도 주변에 2천만원 잃은 사람도 있더라. 그분에 비하면 나는 나름 나쁘지 않은 수익률을 거뒀다. 그렇게 한 달간의 짧고 굵은 코인 전쟁은 막을 내렸다. 지금은 직장을 다니고 있어 하루 종일 코인 할 시간이 없기에 임시 휴업 중이다. 조만간 다시 시작할 건데 그러려면 다시 프리랜서로 돌아가야겠지.
WORDS 이소정(통번역가)

수익률 1000%

진짜 운명이라는 게 있더라. 꿈에서 백인 할아버지가 나와서 영어로 막 뭐라고 했는데, 내가 회화에 약해서 겨우 알아들은 단어가 비트와 머니였다. 그러다 다른 백인 할아버지가 나와 둘이서 랩으로 싸우는 걸 보다가 깼다. 하여튼 기억에 남은 건 비트와 머니다. 엠넷의 <쇼미더머니>를 보고 자서 그런 줄 알았는데, 연구실 형한테 말했더니 비트코인 아니냐며 비웃었다. 요즘 누가 비트코인을 하나? 당시만 해도 비트코인은 ‘폭망’했고, 희망은 주식뿐이었다. 하지만 개꿈도 꿈인지라 오랜만에 업비트 들어가서 비트코인을 샀다. 큰돈은 좀 그렇고. 로또 구입하는 셈치고 1만원씩 5개 샀다. 그러고 해가 바뀌었다. 1천8백만원일 때 샀던 비트코인은 5천만원에 근접했다. 60만원일 때 샀던 이더리움은 1백50만원이 됐고. 30만원대였던 비트코인 캐시는 70만원대가 됐다. 그때부터 잠이 안 왔다. 자산이 불긴 불었는데, 총 평가액이 10만원 좀 넘었다. 평균 수익률이야 100%는 훌쩍 넘었고. 그때 1천만원 넣었으면 2천만원 됐을 거다. 1억 넣었으면 2억이고. 그 소리 할 때 더 살걸. 그때 더 샀으면 지금 어떻게 됐을까? 할 때 살걸. 그런 생각으로 관망하다 보니 비트코인이 8천만원을 넘었다. 투자금 1만원이 8만원에 근접했다. 지금 총 평가액은 49만원 정도. 조금만 더 버티면 수익률 1000%에 도달할 거 같다. 대박이긴 대박인데, 하 답답하다.
WORDS 김형식(대학원생)

칠천팔기

지난 3월 말. 고심 끝에 코인 시장에 진출했다. 시드는 1천만원. 더 쓸 수 있는데 참았다.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상태라 더 오르겠냐 싶었다. 조금만 먹고 빠질 생각이었다. 지인에게 뭘 사야 하냐고 물으니 끌리는 이름을 사라더라. 암만 그래도 투자를 그렇게 하는 사람이 어딨나. 이 회사가 뭐 하는 곳인지 알아보고 사야 하지 않겠나. 30분 학습 끝에 미래 가치가 든든한 크립토닷컴체인 1천만원 매수 완료. 평단가 2백35원이어라. 날이 좋았다. 올림픽대로에 꽃도 피고, 하늘도 푸르고. 크립토닷컴체인은 사자마자 10%가 급등했다. 웬걸 순식간에 1백만원이 생겼다. 그제야 알았다. 왜 선구자 일론 머스크 씨가 비트코인에 목매시는지, 왜 전 세계 석학들이 블록체인을 연구하는지 말이다. 똑똑한 사람들과 함께 똑똑해지는 것 같았다. 가만두기만 해도 돈이 복사되는데, 1천만원만 투자하는 건 바보다. 다음 날 비상금 2천5백만원으로 밀크 매수 완료. 평단가는 3천10원. 이미 급등 중인 코인이었지만 놓치면 후회할 것 같았다. 평소 통찰력 있다는 소리 좀 듣기는 했지만, 밀크가 다음 날 50% 폭등할 줄은 나조차도 예상 못 했다. 49% 정도 오를 줄 알았는데. 부자 되기가 이리 쉬웠나? 좋다. 카카오뱅크로 대출 좀 당겨서 3천5백만원 추가. 이번엔 폭주 백신 기관차 메디블록 막차 문 닫고 안전벨트 매고 탑승 완료. 어찌나 빠르게 오르는지 시장가로 2백80원에 겨우 매수했다. 코로나 박멸은 메디블록만 믿자! 이튿날 아침. 메디블록 열차는 석탄 사발식이라도 한 것처럼 40% 급등했다. 그 순간 중생들에게 전하고 싶었다.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를 때라고. 모두 메디블록 매수로 성투하시길. 당시 나는 총 매수금 7천만원에 수익률 약 40% 평가손익 1억원을 돌파했다. 코인 입문 일주일 만에 1억이 생겼다. 35년 인생의 봄은 그렇게 찾아왔구나. 유난히 따뜻했던 4월 3일. 차트가 고꾸라졌다. 수익률이 5%대로 줄었다. 조금만 더 버텨보자. 다 함께 ‘끄영차’하며 메디블록 오픈톡 회원들과 열심히 응원했다. 자고 나면 오른다고 했는데, 수면 코인이라고 했는데, 분명 ‘찌라시’ 봤는데, 눈떠보니 수익률 -20%였다. 정신이 멍하더라. 혼이 나간다는 게 이거였구나. 새로고침할 때마다 수익률이 떨어졌다. 그래서 눈 감고 구구단 2번 외우고, 새로고침했다. -40%가 넘었을 때는 밥이 쓰더라. 날도 으슬으슬한 게 몸살이 오는 것도 같았고. 사실 크립토닷컴체인은 지폐는커녕 엽전만도 못한 스캠이다. 불행 중 다행은 크립토닷컴체인에 1천만원만 투자한 것. 4백만원 버린 셈치고 과감히 손절. 다른 게 오르면 되니까. 하지만 ‘야 놀긴 뭘 놀아.’ 애인 없어서 밀크 8백만원 손절. 메디블록을 믿느니 중국산 백신을 맞겠다는 심정으로 메디블록 8백만원 손절. 근데 팔고 나니 오르더라. 내가 샀던 금액보다 조금 더 높이. 지금 시드 5천만원 남았는데, 다시 불장 올 것 같은데, 좀만 버티면 원금 복구하는데, 줍줍할까? 이 흐름 타도 될까? 칠리즈 어떻게 생각해?
WORDS 안경호(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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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조진혁, 이예지
GUEST EDITOR 정소진
ASSISTANT 전소현
ILLUSTRATION 퀸지

2021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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