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모든 것이 가상세계로 이동한다. 가장 먼저 가상세계로 이동한 건 의식일 것이다. 온라인 공간에 글을 남기기 시작한 건 오래전 일이다. 우리가 댓글을 쓸 때마다 온라인에는 우리의 새로운 자아가 생긴다. 우리는 온라인 공간, 요즘 말로는 가상세계, 조금 더 근사한 말로는 메타버스에 자아를 남긴다. 댓글 속 의식만 가진 자아는 메타버스에서 시각화(캐릭터)되고, 옷을 입고, 게임을 하고, 목표를 갖고, 성취를 한다. 우리의 새로운 자아는 가상세계에서 존재할 만한 이유를 찾아 바쁘게 움직인다. 결국 몇 번의 레벌업과 관계 맺기에 성공하며 가상세계에서 존재하게 된다. 가상세계에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가치를 획득하기 위해, 이를테면 라이브 콘서트에 참여하거나, 게임에 입장하거나, 고급 정보를 얻기 위해 우리의 자아는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 경제활동이다. 가상세계에서도 근로는 계속된다. 우리의 일상이 가상세계에 기대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리가 새로운 자아에 몰입하는 시간이 길수록, 가상세계의 가치는 현실에서도 가치를 얻는다. 가상세계의 가상자산이 현실과 연결되는 것이다. 언젠가 가상세계가 지금보다 더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 믿는 사람들이 늘수록, 가상세계와 현실의 관계는 밀접해진다. 지금 우리는 가상세계와 현실이 가까워지는 과정을 목도하고 있다.
연도별 국내 4대 거래소 거래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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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개월간 업비트 사용자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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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별 케이뱅크 가입자 수
암호화폐 가치가 급등하는 이유
최근 2030 청년이 열광하는 재테크 수단 한 가지를 꼽으라면 역시 암호화폐다. 국내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 세계 청년 세대가 이곳으로 달려들고 있다. 지난 4월 초엔 암호화폐의 대표 주자인 비트코인 가격이 6만1천 달러를 넘겼다. (일명 ‘김치 프리미엄’이 붙은 국내에선 사상 처음 7천8백만원을 넘었다.) 지난해 코로나19가 터졌을 때 5천~6천 달러에서 움직였으니 불과 1년 만에 10배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한 것이다.
암호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은 지난 2008년 10월,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익명의 프로그래머가 발표한 <Bitcoin: A Peerto- Peer Electronic Cash System>이라는 논문에서 시작됐다. 이 논문이 오픈소스로 공개된 후 차세대 디지털 화폐로서 비트코인의 가능성에 공감한 사람들이 확산됐고 현재 위상까지 오게 된 것이다. 특히 2008년 말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대규모 양적 완화를 통해 달러를 찍어냈고, 미 달러화, 나아가 종이 화폐에 대한 근본적 신뢰가 무너지자 비트코인의 추종자들은 더 많아졌다. “비트코인은 10만 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분석은 오히려 보수적(?)이다. JP모건은 올 1월 초 5만 달러를 전망했는데, 5만 달러가 돌파되자 “중장기적으로 14만 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글로벌매크로인베스터(Global Macro Investor, GMI)의 보고서에서는 “30만 달러 이상으로 오를 것”이라고 했고, 일각에선 수년 후 1백만 달러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 상황이다. 이렇게 비트코인이 달리자 암호화폐 시장 전체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2021년 4월 초 현재 전체 시가총액(코인 수×가격)은 2조 달러(약 2천2백57조원)를 넘어섰다(이 중 절반인 1조 달러가 비트코인이다). 세계 주식시장 시가총액이 약 1백조 달러이니 벌써 주식시장의 2%에 육박한 것이고, 국내 코스피 시장을 넘어섰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비트코인(및 암호화폐) 열풍이 뜨거운 것인가? 크게 2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화폐로서의 가능성이다. 미 달러화를 포함한 종이 화폐의 치명적 약점인 ‘가치 하락(인플레이션)’을 막을 수 있고, 중앙은행에 통제받지 않는 민간 자율 통화이고, 여기에 ‘블록체인’과 결합돼 거래 안정성도 훨씬 뛰어나며, 4차 산업혁명과도 궁합이 맞는다. 둘째는 ‘신흥 투자자산’으로서의 매력이다. 지금 세계는 유동성 홍수에 빠져 있다. 넘치는 돈을 주체할 수 없는 상황에 암호화폐 시장이 급부상했고, 내용도 괜찮다, 그래서 채권, 주식, 부동산, 실물 투자에 이어 대규모 유동성이 암호화폐로 집결하면서 가격이 급등했다는 설명이다.
암호화폐는 정말 돈이 될 수 있을까. 내 의견은 아직 ‘투자자산’의 성격이 더 크다는 쪽이다. 정말 비트코인이 돈이라면 매매(트레이딩)를 하면 안 된다. 그냥 모아야만 한다. 마치 ‘금 옹호론자’들이 금을 계속 사 모으는 것처럼 말이다. 한 가지 염두에 둘 것은, 인류 역사상 ‘화폐’의 자리에 도전할 때는 반드시 엄청난 보복을 당한다는 점이다. 지난 1933년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의 ‘금 몰수령’처럼 화폐 발급을 독점하고 있는 각국 중앙은행들이 어떤 방식으로 암호화폐를 탄압할지 알 수 없다. 지금 미국은 엄청난 달러를 찍어내면서 유동성 일부를 비트코인으로 소화시키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도 결국 달러로 표기된다는 점을 기억하자.) 그러면서 ‘역설적으로’ 달러 가치 하락 속도를 늦추고 있다. 하지만 이 필요성이 다했다고 생각하면 분명 노골적인 태클이 들어갈 것이다. 암호화폐를 투자로 접근하는 투자자들은 이 점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WORDS 정철진(경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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