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과 머리에 비둘기를 얹거나, 차 보닛 위에 올라가 있는 과거 사진들을 우연히 발견했다. 어릴 때 엉뚱한 편이었나?
어릴 때부터 무술이나 브레이킹 댄스를 배워 그런지 몸 쓰는 활동을 좋아했다. 겁도 없었다. 엄마가 그렇게 가르치셨거든. 다쳐도 해보는 게 낫다고. 위험하지 않은 선에서 무엇이든 일단 해보라고 하셨다.
순수하고 엉뚱했던 당시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나?
산타 할아버지를 초등학교 때까지 믿었다. 매년 엄마가 나 몰래 크리스마스 선물을 머리맡에 두셨다. 친구들은 산타가 없다고 우겨댔는데 난 굳게 믿고 있었다. 눈치가 빠른 편인데도 거짓말을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 진짜라고 받아들인다. 사람도 잘 믿는다. 멤버들이 몰래 카메라를 종종 하는데 늘 속는다. 하하.
명상 좋아한다며. 독특한데?
세븐틴 활동하면서 스케줄에 쫓기다 보니 휴일엔 가만히 있고 싶더라. 명상은 스스로를 컨트롤하기 위해서 한다. 처음엔 2~3분 버텼는데 이젠 짧게는 20분, 길게는 30분도 거뜬하다. 몸을 사용하는 활동보다는 마음과 정신을 정갈하게 하고 싶다.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
일 년 반쯤 전에 많은 일이 있었다. 생각해야 할 게 많았고 힘들었다. 지쳤다고 할까? 이런 감정이 길게 이어지면 안 될 것 같아 해소할 방법들을 찾다 명상을 시도했다.
타국에서 일하는 건 꽤 힘들지.
가끔 원했던 꿈과 갖고 싶었던 것들을 이뤄도 행복하지 않다고 느낄 때가 있다. 내 옆에 멤버들이 늘 함께하지만 어쩌면 나보다 더 힘들 수도 있잖아. 내 마음 편하자고 멤버들에게 모두 털어놓는 건 그들을 힘들게 할 것 같아 선뜻 말을 못 하겠더라. 캐럿분들에게는 걱정 끼칠까봐 더욱 말할 수 없었고. 혼자 이겨내는 게 유일하고 맞는 방법이었다. 그 방법이 명상이었지.
현명하고 건강한 모습이 참 좋다. 타지에서 살면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잖아. 자신의 색다른 모습을 발견한 적 있나?
타국에서 생활하면서 느낀 건 자아를 찾기 쉽다는 거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항상 나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다. 그 점이 흥미롭다. 지금도 내가 누군지 계속 탐구하는 중이다.
새롭게 발견한 모습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게 있다면?
의외로 낭만적이라는 것.
이전에는 낭만적인 면이 없었나?
예전엔 하늘 보면 ‘와 예쁘다’ 하고 말았다. 더 이상 아무 생각이 안 났다. 지금은 하늘을 보면 마음이 풍부해진다. 하늘은 예술 같고 그런 맑은 하늘 아래 나는 아주 작은 존재처럼 느껴지고, 모든 것을 감사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현실에선 잔인하고 차가운 일들을 자주 겪잖아. 그럼에도 내 안에 낭만적인 마음을 가지면 그런 차가운 세계에서도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다양한 취미를 즐기더라. 그림, 다도, 명상, 패션. 취향이 분명한 디에잇은 집에서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방 한쪽에는 그림과 LP가 잔뜩 쌓여 있고, 나는 샤워 가운을 입고 돌아다닌다. 샤워 가운을 정말 사랑하거든. 멤버들은 이제 그러려니 한다. 엄마랑 영상 통화할 때도 가운 입은 내 모습을 보시곤 ‘너는 집에서 무슨 영화 주인공처럼 있냐’고 하신다. 하하.
그림의 영감은 어디서 받나?
단지 감정 표현을 할 뿐이다. 나만 알 수 있는 내 안의 감정.
제일 기억에 남는 자신의 작품이 있나?
한창 그림에 빠져 있을 때, 수석에 대해 평생 연구해온 한국 작가의 다큐멘터리를 보게 됐다. 돌에 대한 철학적인 생각이 인상적이었고 나 또한 수석에 새로운 감정이 생겼다. 그러다 하루는 벽과 벽 사이에 끼여 있는 특이한 돌을 발견했다. 가까이서 보니 하트 모양이더라. 그 돌을 보고 갑자기 벅찬 감동이 휘몰아쳤다. 곧바로 사진을 찍었고 3개월 동안 그림으로 그려냈다. 내가 돌에 대해 공부할 때 하필 그런 특이한 돌이 눈앞에 나타나다니. 운명적이다.
그림을 공개할 생각도 있고?
나중에 시간이 많이 지나서 전시회를 열고 싶다. 내게 너무 무거운, 의미 있는 작품이라 인터넷으로 공개하는 건 원치 않는다.
요즘 그려내고 싶은 건 뭔가?
정말 큰 거. 스튜디오 벽만큼 거대한 작품. 음악 틀어놓고 한 손엔 와인잔을 들고 춤추며 느끼는 감정을 표현하고 싶다. 어떤 대상도, 주제도 없다. 그저 그때의 날씨와 햇빛, 바람, 음악과 와인과 함께 즉흥적으로!
과거로 돌아가서, 가수로 캐스팅이 안 됐다면 뭘 하고 있을지 상상해본 적 있나?
운명을 믿는다. 어떻게든 아티스트가 됐을 것 같다. 그때 선택을 안 했더라도 어떻게 해서든 아티스트가 될 기회가 주어졌을 거다.
인생은 운명을 따라 흘러가고 저마다 길이 정해진다.
사실 큰 틀은 이미 정해져 있지만 선택에 따라 조금 다르게 흘러갈 뿐이다. 지금 흘러가는 내 삶은 아주 행복하다.
행복이란 뭘까?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것.
행복을 한 번 느끼면 더 큰 행복을 찾게 되는 게 인간의 본능이잖아.
그래서 자기 자신을 알아야 되는 거다. 행복할 때도 나는 지금 행복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행복의 기준을 너무 높게 잡거나 좇기만 하면 자신을 놓아버리게 되고 결국 잃게 된다. 기준이야 있겠지만 그 기준은 변하지 않아야 한다. 너무 어렵나? 하하.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그냥 사랑하는 것….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이 어렵다면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한 명 떠올려보라. 그 사람에게 자신을 대입해서 사랑하면 된다.
디에잇은 누굴 생각하는데?
누군가, 누구든!
벚꽃 휘날리는 풍경 좋아한다며. 곧 봄이다. 봄을 만끽할 준비가 됐나?
그럼! 이번 봄에도 벚꽃 피는 순간을 포착할 거다. 날이 따뜻해지면 카메라 들고 당장 한강으로 달려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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