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초 현재 아마존의 시가총액은 약 1조5천9백억 달러다. 1천7백조원이 넘는데 우리 코스피 상장 기업을 다 팔아야 아마존을 인수할 수 있다. 2019년 말 기준 매출액은 2천8백억 달러에 순이익은 약 1백16억 달러. 연간 3백조원 이상을 팔아치우는 공룡이다. 1995년 온라인 서점을 시작으로 영토를 지속적으로 확장해 지금은 모든 것을 파는(everything store) 제국이 됐다. 전자상거래만 보면 미국 시장점유율이 40% 이상이고, 미국 가정의 44%가 아마존을 이용하고, 연회비 99달러(월 12.99달러)를 내는 아마존 프라임 회원 수는 6천만 명에 달하고, 직원만 60만 명이 넘는다.
아마존은 뛰어드는 분야마다 업종을 싹쓸이하는 생태계 교란종이다. 2011년 미국의 대형 서점 보더스, 2015년 가전제품 유통업체 라디오쉑의 파산에 이어, 2017년에는 세계 최대 장난감 매장 체인 토이저러스가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아마존의 시장 지배력 때문이었다. 물류도 초기엔 페덱스를 이용했지만 지금은 자체 배송으로, 소유한 보잉767 비행기만 40대가 넘는다. 현재 페덱스, UPS 등이 긴장할 정도다. ‘먹거리’에선 미국 최대 유기농 식료품 체인 홀푸드를 인수해 단숨에 미국 식료품 시장 5위에 올랐고, 미국 의류소매 점유율은 10%, 클라우드 컴퓨팅에선 자체 아마존웹서비스(AWS)를 갖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인공지능 스피커 ‘에코’가 있고, 2010년부터는 자체 스튜디오를 설립해 영화, TV 드라마를 제작한다. 제약, 의료, 헬스 케어 분야에도 뛰어들었고, 자신들의 생태계 내에서 대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금융 사업도 활발하다. ‘아마존 뱅크’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국내에선 쿠팡이 바로 ‘아마존 제국’을 꿈꾸고 있다. 초기 확장 전략도 유사했다. 예를 들어 아마존의 대표 경영 전략은 ‘최저가-가두기’인 일명 ‘가젤 프로젝트’다. 새로운 산업에 진출할 때 초기에 손실을 감수해 최저가 전략으로 경쟁사들을 무너뜨리는 데 초점을 맞춘다. 다음엔 고객에게 엄청난 감동 경험을 제공해 충성도 높은 고객으로 가둬버린다. 이것이 바로 ‘록인(lock-in, 가두기)’ 서비스다. 그리고 해당 사업군에서 발생한 수익을 갖고 다른 산업에 진출하는데, 이때도 다시 최저가 전략으로 경쟁사를 무너뜨린다. 그리고 고객을 가둔다. 실제 아마존 사례에서 보았듯 고객들은 한 번 가두리 양식장(?)에 갇히면 절대 빠져나갈 수 없다.
생각해보면 쿠팡도 비슷한 경로를 밟아왔다. 쿠팡은 전자상거래에서 일명 ‘로켓배송’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빼앗았다. (물론 여기엔 쿠팡맨의 땀과 눈물이 숨어 있다.) 수조원대 적자에도 지속적인 가격 경쟁으로 경쟁 업체들과 승부를 냈고 승리했다. 한국 국민 수천만 명이 쿠팡을 이용하고 유료 회원은 5백만 명이 넘었다. 쿠팡에 따르면 로켓배송 가능한 물품이 5백만 종류가 넘고, 전체 취급 품목은 2억 종류가 넘는다고 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아마존과 유사하게 신선 식품 배송 서비스에, 배달 서비스인 쿠팡이츠를 확대했고, 간편 결제 서비스인 쿠페이를 자회사 쿠팡페이로 분사했다. 이젠 OTT에도 뛰어들었다. 전자상거래에서 벗어나 일명 ‘생활 플랫폼’으로서 마지막 쐐기를 박은 것이다. 2천9백원짜리 쿠팡와우클럽회원이라면 구독료 없이 5인 사용이 가능한데, 이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의 위력은 상당하다. 쇼핑, 외식, 교육, 의료, 일(재택근무) 등 모든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되기 때문이다. “골든 글러브 수상 영화를 보면 신발이 더 많이 팔리고, 외식 주문이 많아지고, 여행 수요도 늘어난다”는 논리인 것이다. 넷플릭스가 “최대 경쟁자는 케이블 TV나 할리우드가 아니라 아마존”이라고 한 것과도 궤를 같이한다.
다만, 쿠팡이 ‘쿠팡되다’를 완성하려면 넘어야 할 관문이 있다. 우선 실적이다. 지금까지 쿠팡은 엄청난 적자에도 최고의 서비스를 이어왔다. 그래야 생태계를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쿠팡은 2017년 6천3백88억원, 2018년 1조1천2백79억원, 2019년 7천2백5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는데 2020년에는 다시 1조원대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업계에서는 2020년부터는 실적이 가시적으로 호전될 것으로 봤지만 ‘역설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폭증이 실적에는 부담을 주었다. 이렇게 되니 어느덧 누적 적자가 4조원이 넘은 것으로 추산된다. 2015년과 2018년 손정의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회장으로부터 투자받은 3조5천억원 등 여력은 있다고 해도 ‘수익성’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기업의 핵심 지표다. 여기에 시장 규모와 경쟁사들의 공격도 고려해야 한다. 미국에 비해 턱없이 작은 한국의 내수시장 규모는 성장성을 제약한다. 여기에 기존 오프라인 유통 공룡들이 온라인으로 진격하고 있다. 기존 전자상거래 경쟁사들의 공격도 부담스러운데, 그동안 ‘오프라인’ 사업부 유지를 위해 적극 행보를 보이지 않았던 롯데, 신세계 등이 합세한다면 ‘쿠팡되기’는 더 꼬일 수 있다. 그래서 쿠팡 입장에선 속전속결로 이 경쟁을 끝내야만 하는데 당국에선 노동 환경 개선의 이유로 ‘당일배송 금지’ 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럼 쿠팡의 승부수는 무엇일까. 일단 쿠팡은 미국 나스닥 상장(IPO) 카드를 꺼내 들었다. 현재 쿠팡은 미국에 본사를 둔 모기업 쿠팡LLC가 지분을 100% 보유 중인데, 나스닥 상장을 통해 다양한 효과를 올릴 수 있다. 자금 조달은 물론이고 적자 기업이라는 이미지도 희석시킬 수 있다. 또한 국내 증시와는 달리 나스닥 시장에선 실적이 부진해도, 아예 적자 기업이라고 해도 성장에 대한 믿음을 준다면 상장이 가능하다. 여기에 나스닥 상장은 ‘성장성’뿐 아니라 동시에 ‘혁신성’까지 인정한다는 ‘표식’이 됐다. 따라서 쿠팡의 이번 나스닥 상장은 국내 소비자의 더 높은 충성도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3백억 달러(30조) 이상만 가치를 인정받는다면 ‘쿠팡되기’는 성큼 다가올 수 있다. 코로나19 다음의 세상,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삶의 패턴을 송두리째 바꾸어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산업 구조 재편도 급격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미국 아마존이나 한국 쿠팡처럼 범유통 분야를 통째로 흡수하려는 ‘생활 플랫폼’이 모든 것을 챙길 가능성이 높다. 경쟁도 더 치열하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저렴한 가격, 놀랄 만한 속도, 편리함 등이 성공 조건이었다면 이제 ‘플러스 알파’가 필요한 시점이다. 난 조심스럽게 ‘공생’이란 키워드를 꼽고 싶다. 자신의 생태계 안에서만큼은 소비자에게도, 나아가 판매자에게도 ‘기회’를 주는 플랫폼 말이다. 구체적인 건 더 고민해야겠지만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의 ‘생활 플랫폼’에서는 소비자와 생산자가 한 몸이 된다는 건 꼭 기억해야 한다. 그렇다면 당연히 ‘공생’의 매력이 큰 곳으로 사람들은 몰려가게 될 것이다. 그곳이 나의 소비처인 동시에 일터가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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