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톰슨
ROBERT THOMSON @brooksnbirches
너무 많은 생각은 짐이다. 여행은 짐을 내려놓는 수행이다. 생각을 비울수록 세상은 선명해진다. 지금 하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을 향해 움직이면 된다. 걸어나가다 보면 근심은 땀처럼, 발자국처럼 뒤에 남아 사라진다. 로버트 톰슨은 부시 캠핑의 재미에 빠진 남자다. 그는 모든 종류의 캠핑을 즐기지만 원시적인 생활의 부시 캠핑에 가장 흥미를 느낀다. 로버트는 무료로 이용 가능한 곳에서 나무를 자르고, 셸터를 만들고 불을 피운다. 부시 캠핑은 봄가을이 제격이지만, 로버트 톰슨은 설원에 터를 잡는다. 이유는 특별하지 않다. 신선한 공기를 쐬고 싶어서다. “눈 쌓인 산에서 상쾌한 대기에 몸을 맡기다 보면 자연을 온전히 즐길 수 있죠. 그것만으로 충분해요. 더 바랄 게 없죠.” 로버트가 말했다. 스노 캠핑은 비용도 저렴하다. 도끼와 튼튼한 체력만 있으면 된다. 필요한 것은 자연에서 수급한다.
주머니는 두둑이
“준비물요? 여름 캠핑과 다르지 않아요. 다만 추위를 대비할 장비는 갖춰야겠죠.” 로버트는 캠핑 장비를 고를 때 낮은 온도를 기준 삼길 권했다. 겨울에 알맞은 장비를 준비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스노 캠핑 준비를 마친 뒤에는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어디로 갈 것인지, 얼마 동안 머물 것인지 계획을 세운 다음 떠나야 한다. “위험한 상황도 고려해야 해요. 폭설이 내리면 고립되는 건 금방입니다. 탈출 전략을 세워두세요.”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로버트는 강조했다. 그는 이어 숙영지에 도착하면 재빨리 불을 피워야 한다고 했다. 겨울철 산속에서는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급한 상황에서 바로 불을 지필 수 있도록 주머니에는 착화제를 지니고 다니세요.” 겨울 캠핑 시에는 착화제로 주머니를 두둑이 채워야 한다.
새하얀 원더랜드
불의 온기를 느끼며 숲속에 오래 머무는 것. 로버트가 꼽은 스노 캠핑의 매력이다. ‘불멍’하기 위해 캠핑장을 찾는 사람들은 국내에도 많다. 장작이 타오르는 모습, 불꽃이 밤하늘로 떠오르며 사라지는 모습은 아름답고,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주기에 충분하다. 로버트가 캠핑 시 불을 피우지 않는 날은 없었지만 가장 특별한 불꽃은 먹구름이 드리운 날 타올랐다. 로버트는 여느 날과 다름없이 숲속에 타프를 치고 자리를 잡았다. 타프 아래에는 성인 한 명이 누울 만한 아늑한 공간이 마련됐다. 그 순간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이내 눈발이 거세졌고, 영화에나 나오는 눈폭풍으로 변했다. 산속에서 홀로 고립된 채 눈폭풍을 맞는 것만큼 두려운 일이 있을까. 걱정이 밀려드는 순간 날씨가 급변했다. 폭풍이 사라지자 세상은 새하얀 원더랜드가 되어 있었다. 이게 마법이 아니라면, 무엇이 마법일까. “눈은 방음 장치 역할을 해요. 눈이 내리면 숲은 침묵하죠. 시간이 멈춘 듯한 기분이 들어요. 그 고요가 특이하고 아름답죠.” 대자연의 마법을 본 순간을 회상하며 로버트가 말했다.
크리스털 숲
극한의 환경은 깨달음을 준다. 로버트는 혹한의 환경에서 캠핑하면 인생이 얼마나 단순한지를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스노 캠핑에 필요한 것은 은신처와 물, 온기, 그리고 음식이죠. 그게 당신을 행복하게 해주는 전부예요. 좋은 집, 비싼 차, 화려한 보석과 돈이 아니에요. 그것들만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아니에요. 그걸 깨달았어요.” 눈 쌓인 숲 홀로 앉아 자연을 즐기는 것. 그 단순한 행위가 인생을 행복하게 해준다고 로버트는 말했다. “때로는 세상이 크리스털처럼 보여요.” 눈폭풍은 흔적을 남긴다. 나무에 붙은 얼음의 형태는 바람이 어디서 불었고, 얼마나 강했는지 짐작하게 한다. “대지는 눈으로, 나무는 얼음으로 덮여 있었죠. 햇빛이 비추자 세상은 반짝였어요. 눈이 부시도록요.” 그날의 풍경은 어느 누구도 보지 못했다. 숲에는 오직 로버트 혼자였으니까. 그는 크리스털 풍경을 한동안 멍하니 바라봤다.
잊지 말 것
로버트는 스노 캠핑에 앞서 숙지해야 할 것을 적었다. 총 다섯 개의 규칙이다. 첫 번째는 물티슈 대신 화장지만 챙길 것. 물티슈는 얼기 때문이다. 얼음으로 뒤를 닦는 건 끔찍하다. 다음 날 입을 옷은 침낭에 넣어라. 안 그러면 옷이 얼기 때문이다. 방수 부츠와 장갑은 필수다. 손과 발은 눈이 가장 많이 묻는 부위다. 장갑과 부츠가 젖으면 딱딱한 얼음이 된다. 쓸 수 없다는 소리다. 여분의 장갑은 기본이다. 장갑은 쉽게 젖고, 얼기 때문이다. 맨손으로 차가운 장비를 만지기 싫다면 장갑은 여러 개 가져가야 한다. “그리고 즐기세요. 안전하고 지혜롭게 겨울 숲을 만끽하세요.” 사람들이 추위를 피해 집으로 숨어들 때, 숲에서 캠핑하는 것만큼 자유로운 것은 없다고 로버트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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