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 심스
DREW SIMMS @drew.simms
계절은 피할 수 있다. 원한다면 겨울에는 남쪽으로 떠나고, 시간이 지나 다시 돌아올 수도 있다. 대학을 졸업하면 맞닥뜨리는 현실들이 있다. 일을 시작하는 것 그리고 커리어를 쌓아가는 것. 하지만 이 또한 피할 수 있다.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결과도 우리의 몫이고. 드루 심스는 2018년 여름에 대학을 졸업했다. 그는 사진작가와 영화제작자로 일했다. 한 곳에 묶인 것은 아니다. 프리랜서였으니까. 그는 지프 랭글러를 벗 삼아 떠돌며 캠퍼로서의 정체성을 찾았다.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캠핑과 하이킹을 했다. “이번 겨울에는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었어요. 예전 같으면 따뜻한 남쪽으로 향했겠지만, 이번에는 스노 캠핑을 하기로 했죠.” 2021년 드루의 여정은 눈밭에서 시작됐다.
새우 페투치니 파스타
도시를 떠나 미국 전역을 여행한다는 것은 사람의 발길이 뜸한 곳을 찾는다는 뜻이다. 불친절한 도로, 진흙탕인 오솔길, 사막과 바위산을 넘나드는 것. 이 여정을 위해서 오프로드 차량은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드루는 2018년 지프 랭글러 4도어를 구입했고, 소프트톱을 개조하는 데 2백50시간을 투자했다. 단순히 탈것이 아닌 그의 집이었기에 긴 시간을 들여 손봐야 했다. 차체 밖에는 충전용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고, 지붕 위에는 원터치 방식의 루프톱 텐트도 올렸다. 루프톱 텐트를 활용해 샤워도 할 수 있다. 지상고는 6인치 높였으며, 실내에는 옷장과 냉장고, 드론과 캠핑 장비 보관함, 주방도 갖췄다. 이 정도면 캠핑카나 다름없다. “캠핑 떠나기 전에 연구를 많이 해요. 해당 지역을 정찰하고, 날씨도 알아봐요. 기상예보는 매우 중요하죠. 음식도요. 스노 캠핑의 백미는 요리예요. 수프를 데우거나, 육포를 먹는 것보다 탁 트인 환경에서 불을 피우고 요리하는 걸 좋아합니다.” 이쯤 되면 스노 캠핑 쿠킹 채널을 운영해도 되겠다. 드루는 가장 좋아하는 캠핑 음식으로 시금치와 고추, 양파가 들어간 새우 페투치니 파스타를 꼽았다.
고독을 향해
드루는 미국 북부 오리건에 위치한 후드산을 최고의 캠핑 장소로 꼽았다. 최근 다녀온 곳으로 후드산의 설경은 그의 유튜브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당연히 일출과 일몰이죠.” 스노 캠핑 중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언제냐는 물음에 드루가 대답했다. “해가 뜨고 지는 순간은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에요.” 그는 겨울 낮 동안 내리는 폭설의 아름다움에 대해 한참 동안 이야기했다. 여름 캠핑과 비교한다면 스노 캠핑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드루는 가혹한 여건을 꼽았다. “스노 캠핑은 너무 혹독하죠. 그래서 더 보람을 느껴요. 스노 캠핑의 매력은 고독함에 있어요. 눈 덮인 나무로 빽빽한 숲 속에 혼자 있는 건 고독하지만 동시에 매우 특별한 경험이에요.” 드루는 춥고 험한 환경이라서 좋다고 말한다. 원한다면 편안한 곳에서 몸을 녹일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하루가 만족스러우리라는 법은 없다. 힘겹게 지내며 자신을 혹한으로 밀어붙이는 삶. 드루는 설원이 삶을 돌아보게 한다고 말한다.
방향과 기록
우리는 지금에 충실하다. 지금을 사진 찍고, 영상으로 남기고, 때로는 글을 쓴다. 그것들을 다시 보는 경우는 흔치 않다. 휴대폰에는 무수히 많은 사진이 있지만 그것들을 깊이 들여다보는 경우는 인터넷 접속이 안 될 때 말고는 없다. 어쩌면 기록하는 그 순간을 위해 우리는 카메라를 들고, 펜을 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드루는 스노 캠핑에 앞서 면밀히 조사한다. 그곳이 어떤지 미리 알고 움직이는 편이다. 지금 어디로 이동하는지 방향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적절한 장비를 반드시 준비해야죠. 차 밖은 언제든 추워질 수 있으니까요. 겨울에 알맞은 장비를 갖추세요.” 꼼꼼한 성격만큼이나 드루의 장비도 알차다. 그는 더 이상 챙길 게 없으면, 휴대폰에 적어나간다. 날씨가 좋아지면 가고 싶은 곳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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