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쯤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스물여섯 살 때 해본 적 있지만 ‘잠깐’ 하다 말았다. 이번엔 제대로 해봐야지 하는 마음 같은 건 없었고, 주변에 주식 하는 사람이 많아서 휩쓸리듯 했다. 3백만원 정도 계좌에 넣고 나이키 주식을 샀다. 한 주 가격이 얼마였는지 기억 안 난다. 기아자동차 주식도 샀다. 별 의미 없이, 음 이렇게 사는 거군, 이렇게 파는 거군, 경험해보려고. 사고 팔기를 반복하며 한두 달 보냈다. 그러다가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주식에 대해 들었다. BTS 회사다. 가격 그래프를 보니 상장 직후 폭등한 후 폭락했다. 최고가의 절반까지 떨어졌다. 샀다. 이른바 ‘줍줍’이다. 한 주 가격이 14만원 초반이었다. 오르기 시작했다. 며칠 만에 수익률이 15%까지 올랐다. 더 샀다. 갖고 있는 돈을 전부 모았다. 갑자기 떨어지기 시작했다. 수익률이 한 자리까지 떨어졌다. 손해는 아니었다. 매일 달라지긴 했지만 대체로 5% 수익률을 오갔다.
주식이 올라도 기쁘지 않았다. 떨어져도 별 감정이 들지 않았다. 애당초 투자 금액이 적어서 올라도 부자가 되지 않고 떨어져도 가난해지지 않으니까. 주식은 파는 게 아니라 모으는 거라고, 투자 전문가 존리 아저씨가 유튜브 방송에서 알려줬지만, 음… 맞는 말인 것 같긴 한데, 한번 해보고 싶었다. 큰돈으로 투자하는 거. 만약 1억이 있으면 2%만 올라도 2백만원을 버는 거잖아! 빚내서 투자하는 이유가 있구나. 그런데 2억이 생겼다. 주식을 샀다. 2억이 어디에서 났냐면, 이사를 간다. 정확하게 말하면 이사 나오는 날과 들어가는 날이 달랐다. 2개월이나. 대출금과 계약금을 제외하고 나니 2억이 남았다. 두 달 동안 이 돈을 들고 있게 된 거다. 11월 중순이었다. 셀트리온 회장이 라디오에 출연해 코로나19 치료제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이런 말도 했다. “국가 위기 상황이 되면 기업은 공공재입니다.” 감동받았다. 결심했다. 셀트리온 투자자가 되자. 좋은 기업 응원하는 마음으로. 1억을 넣었다. 뭐, 음, 투자하다 보면 손해 볼 수도 있는 거지. 정신이 나간 건 아니었는데, 이딴 생각을 했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도 더 샀다. 5천만원. 한류 스타 응원하는 마음으로.
해외 주식도 샀다. 제2의 테슬라로 불리는 니콜라. 니콜라는 전기수소차 기술 회사다. 그런데 사기 논란에 휘말려 주식 가격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1천만원 정도 샀다. 올랐다. 며칠 동안 미친 듯이 올랐다. 15달러였던 주식이 33달러가 됐다. 미국 주식 시장은 한국 시간으로 늦은 밤과 새벽에 열린다. 눈은 충혈돼서 아픈데 몸이 춤을 췄다. 뭘 많이 먹어서 기분 좋은 좀비 같았다. 더 샀다. 2천만원. 더 오를 것 같아서. 폐장 시간까지 그 선을 유지했다. 다음 날 떨어졌다. 미친 듯이 떨어졌다. 다음 날도 떨어졌다. 눈앞에서… 빠른 속도로… 돈이… 없어졌다. 팔았다. 수치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고, 기억하고 싶지도 않지만, 대략 1천만원 가까이 손해 봤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5천만원어치 사고 일부를 팔고, 또 사고 반복했다. 크게 오르지도 크게 떨어지지도 않는 상태여서 주식 사고 파는 연습하는 기분이었다. 몇천만원씩 사고 파니까 어떤 감정이 해소되는 것 같았다. ‘큰손’처럼 돈 주무르는 일을 해보고 싶었나 보다. 자본금이 크니 1~2%만 올라도 수익이 아주 적은 건 아니었다. 예를 들어 2.16% 오르면 83만원 정도 수익이 난다. 지금 딱 그렇다. 그런데 오른 게 아니라 떨어졌다. 83만원 손해다.
현재 투자 금액은 3천8백만원. 여기저기 주식 토론방을 보니 2월 그래미 어워즈 시상식 즈음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주식이 오를 거라고 한다. 그럴듯한 분석이다. 안타깝게도 내 아파트 입주일은 12월 31일이다.
여기까지 읽은 사람 중에, 아니 이 자식은 전세 보증금을 1천만원이나 잃고 태평하게 글이 써지나? 하고 생각할 수 있다. 애당초 공부하는 마음으로, 애국하는 마음으로 주식 투자한 거라서 괜찮은 게 아니라, 내 영웅 셀트리온 덕분이다. 셀트리온이 나를 살렸다. 주식을 사고 이틀째인가 오전 9시 30분쯤 주식 앱을 열었더니 7백만원 이상 올라 있었다. 열흘 이상 꾸준히 더 올랐다. 1천6백만원 올랐을 때 더 가지고 있을지 팔지 고민했다.
주변에서 더 갖고 있으라고 했다. 코로나19 치료제에 관해 기대되는 이슈가 많아서. 그래서 팔았다. 더 오를 것 같을 때 팔아야 한다는 걸, 니콜라 그 새… 끼…, 암튼 그 회사를 통해 배웠기 때문이다. 니콜라 주식이 계속 올랐다면 셀트리온 주식도 더 가지고 있었겠지. 셀트리온 주식은 내가 판 다음 날과 그다음 날 이틀 동안 13% 떨어졌다. 한 번은 운이 나빴고 한 번은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운에 기대면 주식 투자를 할 수 없다. 일단 그건 투기고, 피가… 마른다.
결과적으론 돈을 벌었다. 소소하게 사고 판 주식까지 헤아리니 5백만원 이상 번 거 같다. 지금 이 순간도 전세 보증금은 주식 시장에서 일하고 있고, 수익률은 -1.30%다. 대략 2백만원 정도 마이너스. 이걸 빼면 3백만원 정도 번 건가. 수익 냈다고 친구들에게 고기를 샀으니 음… 2백50만원? 주식 투자한 돈은 이번 주 안에 다 회수할 셈이다. 이사 가야지!
다는 아니고, 조금은 남겨둬야지. 1천만원 정도. 해보니 알겠다. 나는 주식이 좋다.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투자하기 때문이다. 손해 봐도 내 결정 때문이니 받아들일 수 있다. 적금은 싫다. 매달 내 돈을 가져가는데 만기일이 되어도 이자는 고작 몇만원 정도다. 이런 걸 왜 안정적이라고 하는 거지? 돈을 못 버는데 뭐가 안정적이야? 심지어 내 돈을 내 맘대로 쓰지도 못하게 한다.
그래서 나도 주식을 해보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해줄 말이 있다. 2억을 투자해본 사람으로서 말이야, 스스로 결정하는 게 좋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다면 해! 존리 아저씨가 주식으로 돈 버는 법, 알려줬잖아. 주식은 파는 게 아니라 모으는 거라고. 대부분의 주식은 시간이 흐를수록 결국, 오른다. 수년간의 그래프를 보면 폭락도 폭등도 의미가 없다. 그래서 내가 한마디 덧붙인다. 오래 보아야 예쁘다. 내 주식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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