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카와 댄
Kika&Dan
@sailinguma
고국을 떠나 세계를 경험하는 것. 탐험이라 불러야 할 것이다. 키카와 댄의 목표는 전 세계를 탐험하는 것이었다. 처음부터 그랬다.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배우며 살아가고자 했다. 하지만 그들은 항해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고, 요트 위에 오른 적도 없었다. 물론 세상에는 다른 방식의 여행도 있다. “한곳에 정착하지 않고 집과 함께 자유롭게 여행하는 건 항해뿐이었어요. 요트 라이프만이 가장 매력적인 삶이었죠.” 키카가 말했다. 그들은 자동차, 컴퓨터, 오토바이, 가구 등 바다에서 필요 없는 건 모두 팔아치웠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낡은 요트를 구입했다.
1972 피어슨 36호
키카와 댄이 구입한 요트는 1972년형 피어슨 36호다. 11m 길이로 단둘이 지내기 적당한 크기다. 그들은 이 오래된 요트를 ‘우마’라고 명명했다. 처음 우마를 타고 바다에 나섰을 때는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라 허둥댔다. 가진 것 없이 항구를 떠났다. 우마에게는 단단한 선체와 견고한 닻이 있었다. 우마에게는 문제가 없었다. 키카와 댄의 문제는 불편함이었다. 화장실도 없는 요트였으니까. “항해를 거듭하면서 조금씩 장비를 늘려갔어요. 바다에서 편한 삶을 영위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깨달았죠.” 작은 요트였던 우마는 점차 집이 되어갔다. 키카는 항해에 앞서 준비할 두 가지를 추천했다. “일상에서 사용하던 물건들 중 항해에 불필요한 건 포기하세요. 그리고 항해할 길을 계획하세요.” 좁은 요트에 살림이 늘어나면 불편을 초래한다. 요트에서는 적게 소유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키카가 말했다.
노르웨이
키카와 댄은 5년간 2만 마일(약 3만2천 킬로미터)를 여행했다. 25개국을 탐험했는데 가장 인상적인 곳은 노르웨이였다. “마법 같은 피오르 해안은 완전히 다른 세계였어요. 동화 속에 온 듯한 느낌이었죠.” 키카가 말했다. 노르웨이에서 만난 사람들은 그들을 환영했고, 풍경은 숨 막힐 듯 아름다웠다. 그들의 집 우마는 작은 편이지만 있을 건 다 있었다. 그들은 바다를 거대한 뒷마당이라고 부른다. 육지라곤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는 짙푸른 바다와 끝없는 수평선만 펼쳐져 있다. 우마는 바다의 작은 점에 불과하고, 키카와 댄 외에는 누구도 존재하지 않는다. 세상에 오직 둘뿐인 자유와 해방감은 그들의 여행을 최고조에 이르게 했다.
돌고래들과의 수영
바다는 거칠지만 언제나 그렇듯 마법 같은 길이 열린다. 키카와 댄은 플로리다 해안에서 60마일 떨어진 곳에 정박한 적이 있다. 바람이 거셌다. 다른 선원이라면 엔진을 켜고 이동했을 테지만, 그들은 이동하지 않았고, 바람이 멈추기만을 한없이 기다렸다. “수면은 낮아지고 해는 높아지고, 우린 그 상태로 먹고 자고 읽는 활동을 이어갔어요. 문득 지평선을 바라봤는데 뭔가 눈에 띄었죠. 망원경을 찾는 중에 우리 요트 뒤에 두 개의 지느러미가 부딪혔어요. 돌고래였어요.” 돌고래들은 우마에게 다가왔고, 키카와 댄은 급히 마스크와 고프로를 챙겨 바다로 뛰어들었다. 돌고래 무리와 함께 수영한 30여 분을 마법 같은 시간이라고 키카는 묘사했다. 그날 오후가 지나자 바람은 수그러들었고 그들의 여행은 다시 시작됐다.
북대서양의 공포
키카는 갑판에서 두려움을 느낀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북대서양에선 다르다. 북대서양을 항해하던 중 비가 내렸다. 거센 바람을 동반했고 파고는 5m가 넘었다. 그들의 항해 역사 중 가장 길고 험한 코스였다. 육지에서 수백 마일 떨어진 대서양에서 정박한 날이었다. 갑자기 배에서 알람이 울렸다. 요트에 물이 찼다는 뜻이다. “어딘가 구멍이 생긴 건 아닐까 생각했어요. 파도가 부딪히며 조종석 아래 큰 충격을 가했고, 물이 고이기 시작했죠.” 그들은 가구 하나를 통째로 들어 올려 물이 고인 부분을 가볍게 비웠다. 그 상태로 여행을 지속했다.
사소한 것들의 아름다움
자연은 우리를 인도한다.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하도록.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보게 만든다. “바다와 우리의 관계만이 아니에요.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며 살아야 하는 거죠. 2개인 방이 있는 아파트에서 살다가 문도 없는 작은 요트로 이주하는 건 아주 어려운 일이에요.” 키카와 댄은 항해하기 전 지인 아파트의 작은 방에 세들어 살았다. 그들은 이미 좁은 공간에서 함께 살아본 경험이 있었기에 우마로 터를 옮겼을 땐 오히려 더 나은 환경이라고 느꼈다. “우리는 7년을 함께 살았어요. 요트에서는 원활한 의사소통이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핵심 요소예요.” 그들은 서로에게 솔직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요트에서의 삶은 여유를 갖는 법을 알려주었다. 그들은 사소한 것에 주의를 기울였고, 신선한 바람이 얼굴을 스칠 때 느끼는 감정과 눈부신 바다, 그들을 둘러싼 모든 게 아름답게 보였다. “쫓길 때에도 여유를 가지려고 해요. 항해는 깨달음을 줘요.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사소함이 모두 결합된 것이 바로 인생이라고요.”
중요한 건 여행
키카와 댄은 항해를 시작한 첫날부터 요트 라이프를 사랑하게 됐다고 한다. 정해진 일정 없이 목적지도, 쫓아오는 이도 없이 나만의 속도로 나아가는 건 완벽한 자유다. “우리는 새로운 곳을 항해하고 모험을 사랑해요. 세상엔 볼거리가 아주 많거든요. 가고 싶은 곳의 목록을 정해둔 건 아니지만 다음에는 더욱 좋은 곳을 가야겠다는 강박에 휩쓸리지 않으려고요.” 그들은 멋진 곳을 찾기보다 지금 그들이 있는 바다에 집중한다. 그들을 둘러싼 작은 것들, 사소한 것들을 즐기려는 것이다. 그들이 해야 할 임무가 있다면 그건 요트를 잘 관리하는 것이다. 다음 항해를 위한 준비로서 말이다. “어디로 갈지, 어디를 가고 싶은지 몰라요. 다만 이 삶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준다면 계속 항해할 거예요.” 물론 그들은 언제든 항해를 멈추고 육지로 올라올 계획도 있다. 키카는 헤밍웨이를 인용하며 말했다. “여행의 끝이 있는 건 좋지만, 결국 중요한 건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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