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지 베를렌디스
Luigi Berlendis
@luigiberlendis
루이지 베를렌디스는 항해가 천직인 사람이다. 어려서부터 배를 탔고, 배와 함께 성장하며 배에서 직업도 찾았다. 12mt급 배를 소유한 부모님은 루이지를 태우고 항해를 즐기곤 했다. 루이지는 여덟 살에 부모님과 처음 항해 코스를 밟았다고 한다. 항해가 적성에 맞았다. “대학 시절에는 몬도벨라라는 이탈리아 회사에서 스키퍼로 일했어요. 전 세계 항해 일정을 조율할 정도로 큰 회사였죠.” 대학 졸업 후 사회생활을 시작할 즈음 그는 고민이 앞섰다. 하루 종일 사무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자신을 상상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자신이 가진 항해 관련 지식과 기술을 활용해 살아갈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배에 올랐다. 그 이후 루이지의 요트 라이프는 계속되고 있다.
홀버그 래시 48호
루이지가 처음 세계일주에 사용한 요트는 속도가 빠른 크루저인 베네타우 50호였다. 보조 엔진이 100마력에 이르는 15m 크기의 요트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홀버그 래시 48호로 갈아탔다. 크기는 베네타우 50호와 비슷하지만 설계와 시공 방식이 전혀 다르다. 더 무겁고 덜 빠르지만 더 견고하다. 위험한 상황에서도 더 안전하다. 배에는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솔라 패널 2개를 설치했다. 이를 통해 바닷물을 담수로 전환할 수 있다. 장거리 항해에는 준비 사항이 많다. “예비 부품이 없는 상황에서 망망대해에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세계 여행을 하려면 신중해야 해요. 요트의 모든 것을 확인해야 해요. 갈고리부터 돛에 이르기까지요.” 엔진과 전기 시스템, 내비게이션과 라디오, 위성 같은 통신 시스템 점검도 필수다. 배터리 상태와 충전 시스템, 가장 중요한 안전 장비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예비 부품을 구비해놓는 게 다가 아니에요. 스스로 교체할 수 있어야 하죠.” 루이지는 교체 방법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은 어디였을까? 루이지는 프랑스령 폴리네시아를 꼽았다. 그는 해양 생물을 감상하고 해안 생태계를 보존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려면 상어와 쥐가오리가 서식하는 바다에서 다이빙하는 것을 추천했다. 루이지는 바다를 다양한 방식으로 즐긴다. “바다에선 몸을 쉬고, 정신을 맑게 할 수 있어요. 몇 시간이고 생각할 여유가 있어요. 책을 읽다가 요트로 다가오는 돌고래를 보며 시간을 보낼 수도 있죠.” 그는 매일 항해 일기를 쓴다. 바다에 있을 때만 쓴다고 한다. 그는 노트북으로 영화를 보거나 카드 게임도 하지만 가장 인상 깊은 순간은 초록빛 노을을 봤을 때라고 했다. 하지만 항해가 평화롭기만 한 것은 아니다. “환경오염으로 고통받는 해양 생물을 보면 죄책감을 느껴요. 인간은 바다를 파괴하고 있어요. 태평양 한가운데에 플라스틱들이 떠다녀요.” 그는 2020년에도 여전히 돈을 목적으로 돌고래와 고래를 죽이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우울하다고 말했다.
1%의 여정
바다를 항해하다 보면 두려운 순간을 겪게 된다. 루이지가 꼽은 최악의 순간은 대서양을 건널 때였다. 며칠 동안 폭풍 속을 항해해야 했다. “시속 40km의 바람이 불었어요. 그렇게 큰 파도는 난생처음이었죠. 정확한 크기는 알 수 없지만 정말 거대했어요.” 때로는 목숨이 위험한 순간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항해를 계속하는 이유는 뭘까. “다른 방법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세상의 특별한 곳에 갈 수 있기 때문이죠.” 루이지는 매력적인 장소로 향하는 동안 느끼는 감정에 주목했다. “비행기 티켓만 사면 누구나 보라보라섬에 갈 수 있어요. 비행기에서 몇 시간만 견디면 돼요. 하지만 아무도 없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이어지는 18일간의 항해를 상상해보세요.” 그는 폭풍과 비, 태양, 경이로운 일몰과 일출, 별들로 찬란한 밤하늘에 대해 설명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온전히 느끼는 감각을 상상해보길 권했다. “단 1%만 상상할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 1%만으로도 제가 왜 파도 위에서 살아가는지 이해될 겁니다.” 루이지가 말했다.
선원의 법칙
인간이 지구에서 가장 강하고 중요한 개체라고 하지만, 바다 한가운데서도 그 생각이 유효할까. 대자연 앞에서는 우리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절실히 깨닫게 된다. 루이지는 파도 위에서 살아가다 보면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나아가 타인에게 좋은 태도를 유지하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도울 준비를 자연스레 갖추게 된다는 것도 강조했다. “선원은 인종차별을 몰라요. 서로 존중하고 돕기 때문에 인종차별이라는 병에 걸리지 않아요.” 선원들은 지식을 공유하며 산다고 말했다. 루이지는 바다에서 감동적인 순간을 많이 겪었다. 한 번은 뉴질랜드 동쪽 니우에에서 통가로 향하는 중이었다. 늦은 밤이었는데 배에서 갑자기 폭발음이 들렸다. 놀라서 뛰쳐나가 보니 배 후미에 고래가 부딪친 것이었다. 유유히 사라진 고래 뒤로 생물 발광이 일어나고 있었다. 짙은 바다가 밤하늘처럼 반짝였다.
요트는 집
요트 항해와 여느 여행의 차이는 이동 수단이 다르다는 것 외에는 없다. 루이지가 항해를 선호하는 이유는 자연과 밀접하고 물에서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항해는 많은 부분이 저와 맞아요. 요트를 몰고 여행하는 것이 좋아요.” 이제 루이지에게 요트란 집을 의미한다. 바다 위에 떠 있는 이동하는 집이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출발해 대서양을 건넌 다음 캐나다 북쪽으로 향하는 코스를 꿈꾸고 있다. “그다음에는 북서쪽 통로를 지나 하와이에서 태평양을 탐험할 거예요. 그러고 난 뒤 프랑스령 폴리네시아로 돌아간 다음 호주를 돌아 집으로 가고 싶어요.” 이 대장정을 위해선 더 큰 요트가 필요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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