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은 대선이 될 전망이다. 극우 내셔널리즘에 레이시즘까지, 뻔뻔하기 이를 데 없어 오히려 호방한 인물로 밈화되는 트럼프와 민주당에서 버니 샌더스를 포기하고 내세웠으나 성추행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한 조 바이든.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대한 불같은 반발로 떠먹여주는 민주당 후보 자리임에도 바이든은 어째 신통치 못하다. 그가 북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인 것도 한국 입장에서는 눈여겨볼 문제다. 오만과 변덕의 트럼프, 못 미더운 바이든, 누가 돼도 문제라면 우리에게 차악은 어떤 패인가?
올해 11월 3일 실시될 미국 대통령 선거의 대진표가 일찌감치 확정됐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미국 대선 5개월을 앞둔 6월 2일 민주당 대선 후보 자리를 움켜쥐었다. 그는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등 7개주와 워싱턴 DC에서 동시에 치른 경선에서 승리하며 대선 후보 확정에 필요한 대의원 수를 넘겼다. 이에 따라 올해 미국 대선은 공화당 대선 후보로 나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 간의 한판 대결로 치러진다. 미국 대선의 여파는 한국에도 몰아닥칠 것이다.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 있어 미국 대선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 다만, 확실한 것은 하나 있다. 올해 미국 대선이 가장 치열하고 추악한 선거가 될 것이란 우려다.
바이든의 정치 경력은 화려하다. 그는 1972년 델라웨어주 상원의원 선거에서 승리했다. 30세에 임기를 시작하면서 미국 역사상 6번째 최연소 상원의원이 됐고 6년 임기의 상원의원을 6번이나 지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 8년 동안 부통령을 지내기도 했다. ‘오바마의 부통령’이라는 이력은 바이든에게 큰 무기다. 그러나 풍부한 정치 경험은 부메랑이 되기도 한다. 워싱턴의 기득권 세력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갑자기 터져 나온 23년 전 성폭력 의혹도 변수다. 바이든은 1988년과 2008년에 대선 출사표를 던졌었다. 그러나 두 번 모두 민주당 경선을 완주하지 못하고 중도 하차했다. 바이든 입장에선 3수 끝에 거머쥔 대권 도전의 기회다.
올해 민주당 경선도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경선 시작 전, 바이든은 ‘대세론’ 후보였다. 그러나 경선 1차전과 2차전에서 참패했다. 경선 레이스 초반은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독무대였다. 그러자 민주당 주류 세력은 바이든 대선 후보 만들기에 사력을 다했다. 급진 좌파라는 색깔론 공격을 받는 샌더스보다 바이든이 트럼프를 물리칠 확률이 더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바이든의 경선 승리가 그의 개인기 때문이었다기보다는 민주당 주류 세력의 작품이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은 트럼프에 복수를 가하기 위해 하나로 똘똘 뭉쳤다. 가장 관심을 끄는 인물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다. 진보 세력과 흑인 사이에서 오바마의 인기는 여전히 높다. 오바마는 지난 5월 8일 트럼프의 코로나19 대처는 “완전한 혼돈의 재앙”이라고 강하게 비난하며 “바이든의 대선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소리를 듣고 가만히 있을 트럼프가 아니다. 트럼프는 “오바마는 지독히 무능했다”고 반격을 가했다. 그러면서 올해 미국 대선이 갑자기 ‘트럼프와 오바마의 전쟁’이 됐다.
트럼프는 지금 설상가상의 위기에 빠져 있다. 트럼프 입장에선 코로나19 부실 대처 논란만으로도 버겁다. 이런 상황에서 백인 경찰에 의한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이 터져 나와 항의 시위가 들불처럼 번졌다. 코로나19는 ‘중국 때리기’로 탈출구를 마련할 수 있었다. 그러나 조지 플로이드 사망 항의 시위는 트럼프가 ‘독박’을 쓰는 상황이다.
CNN 방송이 지난 6월 2∼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바이든(55%)과 트럼프(41%)의 격차가 14% 포인트까지 벌어졌다. 한 달 전인 5월 여론조사에선 바이든(51%)과 트럼프(46%)의 격차가 5% 포인트 차에 불과했다. 트럼프 진영은 CNN의 6월 여론조사가 ‘가짜’라며 사과를 요구하고 법적 조치를 경고했지만 CNN은 그 요구를 일축했다.
트럼프가 조지 플로이드 사망 항의 시위대를 ‘폭력배들(Thugs)’ ‘인간쓰레기(Scum)’라고 막말을 퍼붓자, 공화당은 집안 싸움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 등 공화당 원로들이 트럼프에 등을 돌린 것이다. 공화당 원로들은 올해 대선에서 트럼프에 표를 던지지 않겠다거나, 표를 던질지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며 반기를 들었다.
현재 상황에선 트럼프가 바이든에 밀리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러나 여론조사 신뢰도에 대한 의심의 시선은 여전하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에서도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게 여론조사에서 크게 밀렸으나 대선에서 승리한 전력이 있다.
트럼프와 바이든 중 누가 대선에서 승리하는 것이 한국에 유리할지는 정답이 없는 상태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와 바이든 모두 한국 입장에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후보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할 경우 한국 입장에서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계속되겠지만, 트럼프가 추진했던 북·미 정상회담처럼 드라마틱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반면, 바이든이 집권할 경우 극적인 반전은 없어 답답한 측면은 있겠지만 트럼프보다는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인 한·미 관계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할 경우, 인종차별주의가 더욱 공고해질 우려가 크다. 지지 기반인 집토끼, 보수 백인층을 결집시키기 위해 이민 장벽을 더욱 높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주한미군 방위비 인상 압력을 무리하게 가하는 등 한국을 유별나게 압박해온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바이든의 경우는 대북 강경 스탠스를 주의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가 갑자기 긴장 소용돌이에 빠져들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바이든은 지난해 12월 <뉴욕타임스>의 설문조사에서 ‘북한 핵을 사전에 억제할 목적으로 군사력 사용을 고려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바 있다. 미국은 늘 국방·외교·통상 등 한국과의 ‘일대일’ 협상 테이블에서 철저히 자국의 이익을 관철시키려고 애썼다. 거시적으로 볼 때, 공화당 정부든 민주당 정부든 이는 언제나 마찬가지였다.
결국 누가 당선되는 것이 한국에 유리하리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트럼프 또는 바이든이 당선됐을 때를 각각 가정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