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일로부터 2주 뒤면, 첫 방영이다. 기분이 어떤가?
신하균 기대도 되고, 긴장도 된다. 우리 둘 다 이건 꼭 ‘해야 할 이야기’이고, 재미있다고 생각해서 참여했지만 보시는 분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너무 궁금하다. 반반이다. 기대도 되고, 긴장되면서 걱정되는 부분도 있고.
‘해야 할 이야기’라고 생각한 이유가 뭔가?
신하균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정신의학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라 그간 다루지 못한 정말 중요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요즘은 정신적으로 아픔을 겪으며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은데, 여러 이유로 치료받지 못하기도 한다. 그래서 다양한 문제도 생기고. 그런 아픔을 치유하는 단계로 가는 문턱을 낮춰줄 수 있는 이야기가 드라마에 담겨 있다. 실제로 나 역시 대본을 받고, 촬영하면서 위로를 받기도 한다.
정소민 나 또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사람들의 크고 작은 아픔을 느끼거나 목격할 때마다 우리가 좀 더 그들의 아픔을 수용해주는 분위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영혼수선공>의 대본을 읽으면서 그런 방향성을 잘 제시해준다고 느꼈다. 꼭 내가 아니더라도, 지인이나 가족이 아플 수 있으니까. 관심을 가지는 것이 맞지 않나, 그런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영혼수선공>에서 두 사람은 어떤 캐릭터인가?
신하균 정신의학과 의사인 ‘이시준’은 일단 따뜻하고 밝은 사람이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아픔을 품고 있다. 과거에 큰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자신의 방식대로 환자를 대하고 치료해가면서 자신의 아픔도 치유하는 인물이다.
정소민 드라마에 등장하는 ‘한우주’는 너무 어린 시절에 마음에 큰 상처를 받아 트라우마를 간직한 인물이다. 사람은 누구나 아픈 기억이나 크고 작은 트라우마가 있지만, 우주는 너무 어릴 때 겪은 일이라 좀 더 골이 깊다. 그래서 치유가 꼭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매우 안타깝고 아프게 다가오는 지점이다.
이번 드라마 속 캐릭터와 자신의 싱크로율이 어느 정도 된다고 생각하나?
신하균 아무래도 내 안에 전혀 없는 사람을 연기하긴 어렵다. 이시준을 보면서 내 안에 그와 공감할 부분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고 끄집어내서 연기했으니 일부분은 닮았으리라 생각한다.
정소민 옆에서 본 입장에서 말하자면, 이시준의 따뜻한 면이 신하균 선배와 많이 닮았다. 겉으로는 무심한 듯 행동하지만, 속에는 타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늘 있다. 그 따뜻한 점이 닿아있다.
그렇다면 정소민과 한우주는 얼마나 닮았나?
정소민 솔직히 말하면, 이렇게까지 나와 다른 캐릭터를 연기해본 적이 없다고 느껴질 만큼 낯선 인물이다. ‘우주’라는 인물의 시작점이 나의 시작과 너무 달라서인 것 같기도 하다. 극 중 여섯 살에 부모님께 버림받고 파양 이라는 아픔을 또다시 겪어야 했던 우주와 달리, 나는 감사하게도 부모님께 모자람 없이 사랑받으며 자랐다. 사실 부모님은 곁에 계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 존재이지 않나.
한우주는 뮤지컬 배우다. 역할을 위해 준비할 부분도 많았을 것 같다.
정소민 뮤지컬 배우라는 타이틀이 부각되는 것이 정말 부담스럽다. 진심이다. 준비 기간에 전문적인 훈련을 집중해서 받았지만 그래서 더 그렇게 느껴지기도 한다. 두세 달 준비해서 따라갈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않나. 예를 들면 10년을 운동한 사람의 근육을 단기간 운동으로 따라갈 수 없는 것과 같다. 뮤지컬 배우의 발성은 성대라는 근육을 쓰는데, 그 일을 수십 년간 해온 사람들을 단기간의 훈련으로 따라잡을 수는 없다. 최선을 다했지만 아무래도 한계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다.
신하균 에이, 겸손이다. 잘한다.
정소민 이시준 선생님은 이렇게 다 이해해주신다.(웃음)
정신의학과 의사는 기존 메디컬 드라마의 의사들과 결이 다른 연기를 해야 할 것 같다.
신하균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해하는 역할이라 특별한 과정은 별로 없다. 다만, 사람에 대해 고민하고 다가가는 정신의학과의 일부분이 배우라는 직업과 비슷한 것 같다. 우리 역시 대본을 받고 맡은 역할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그가 어떤 인물인가 수시로 연구한다. 그 과정을 통해 얕게나마 그 사람에게 다가가고 고민하는 부분이 의사 이시준이 환자에게 다가가는 부분과 닮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 대상을 이해하고 친구가 되려고 하는 마음. 그런 마음이 제일 큰 것 같다.
정소민 내가 앞서 말하려던 것이 이런 점이다.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있는 점이 이시준과 맥이 닿는 것 같다.
지난겨울 첫 대본 리딩 때, 정소민이 “신하균 선배와 함께 작업을 하고 싶어서 이 작품을 택했다”고 인터뷰했다. 실제로 작업을 함께해보니 어떤가?
정소민 이 일을 오래 해온 선배의 작업 방식이 무척 궁금했었다. 자기만의 신념대로 일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꼭 같이 일해보고 싶었다. 선배가 나서서 조언하는 타입은 아니다. 하지만 옆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는 것만으로도 정말 많이 배운다. 의지도 된다. 덕담 한번 갔으니, 제 이야기도 잘해주시겠지.(웃음)
신하균 하하하.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정소민은 굉장히 스마트한 배우다. 대본을 분석하는 자세도 남다르고, 준비성도 좋다. 현장에서 마주칠 때마다 고민을 많이 해서 나오는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집중력도 뛰어나다. 그녀가 맡은 인물이 사실 굉장히 어려운 역할이다. 뮤지컬 배우 역이니까 노래도 해야 하는데, 감정 기복도 심하다. 그럼에도 옆에서 보고 있자면 열심히 준비했다는 거, 자신의 것으로 잘 만들어왔구나 하는 걸 느끼게 된다. 그래서인지 미리 연기를 맞추지 않는데도 현장에서 바로 합이 잘 맞는다.
<영혼수선공>에 등장하는 여러 에피소드 중에 시청자가 공감할 만한 이야기가 있을까?
신하균 다 공감이 간다면 거짓말이다. 일부는 공감되고, 일부는 그렇지 않다. 다만 이시준이 “우리는 다 아픈 사람들”이라고 한 대사가 와닿았다. 아프지 않은 사람은 없다는 거다. 진단을 못 받은 것뿐이고, 누구에게나 마음의 병은 있을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우리가 이 사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나 정신의학과의 문턱은 너무 높다. 선입견 때문에. 드라마가 그런 인식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다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했다.
정소민 마치 감기에 걸렸을 때 내과에 들르듯이. 상담 한 번 받고,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마음의 병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스트레스 상황에서 개인적으로 대처하는 나만의 방법이 있나?
정소민 누구나 마음이 불안하거나, 답답할 때가 있지 않나. 그럴 때는 그 상황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한다. 내 힘으로 바꿀 수 있는 상황인지가 중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바로 마음을 내려놓으려고 노력한다. 요즘 또 하나의 힐링 포인트는 넷플릭스. 그중에서도 <우리의 지구>라는 다큐멘터리를 종종 본다. 그 다큐멘터리를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이나 환경에 관한 내용을 보고 있자면 저절로 마음이 치유되는 기분이다. ‘와, 나는 저 커다란 자연의 일부일 뿐인데 뭐 이렇게 사소한 일로 힘들어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말이다.
신하균 누구나 그렇듯 나 역시 힘들 때가 있다. 사람 때문일 수도 있고, 생각대로 연기가 잘 안 풀릴 때도 있을 거고. 여러 상황이 있다. 그럴 때는 음악도 듣고, 때로는 지인들과 술 한잔할 때도 있고. 술을 마시면서 음악을 듣기도 하고.(웃음)
두 사람 모두 라디오와 인연이 있다. 정소민은 라디오 DJ를 한 적이 있고, 신하균은 라디오를 좋아한다고 들었다.
정소민 솔직히 말하면, 라디오 DJ를 그만둔 후에 드라마 준비를 하느라 자주 들을 시간이 없었다. 그래도 그 덕분에 배운 것이 많다. 배우로 데뷔한 뒤에 다른 직업을 가져볼 일이 없었는데, 굉장히 색다른 경험이었다. 여느 방송 일과 다름없어 보이지만 정말 달랐다. 여러 사람을 만나고, 정해진 시간에 방송을 하는 것들.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다는 점이 제일 좋았다. 이런저런 사연을 들으면서 사람 사는 모습이 다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좋더라.
신하균 내 경우에는 사이클이 있다. 아침 7시에는 <굿모닝FM 장성규입니다>로 시작해서, <오늘 아침 정지영입니다>를 듣고, 채널을 바꿔서 <박명수의 라디오쇼>를 듣는다. 이어서 <정은지의 가요광장>, 그리고 다시 채널을 바꿔서 <두 시의 데이트 뮤지, 안영미입니다>를 듣는다.
정소민 꿈이 혹시 라디오 PD였나?(웃음)
신하균 시간대별로 라디오를 틀 때가 있지 않나. 아직 안 끝났다.(웃음) 그 후에 <오후의 발견 이지혜 입니다>를 듣는다. 저녁 6시부터 8시까지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들으며 마무리한다. 제일 좋아하는 방송이다. 이렇게 하면 하루 종일 13시간은 라디오를 들을 수 있다.
대체 라디오의 매력이 뭔가?
신하균 무엇일 것 같나?(웃음) 귀로 듣는다는 거다. 다른 일을 하면서도 들을 수 있는 데다, 그 사람의 목소리에 집중하고, 상상할 수 있다. 그 점이 너무 좋다. 그래서 어떨 땐 ‘보이는 라디오’의 등장이 아쉬울 때가 있다. 귀로만 들으면 더 잘 들리는 소리들이 있거든.
정소민 내가 라디오DJ를 할 때도 아버지가 비슷한 말을 하셨다. 처음에는 딸을 보겠다고 ‘보이는 라디오’를 시청하셨는데, 집중이 잘 되지 않아서 그 후로는 듣기만 하셨다고 했다.
두 사람 모두 편안하게 대화를 이어가는 재능이 있다. 지인들이 고민 상담을 할 때는 어떤 방식으로 돕는 편인가?
신하균 그냥 곁에 있어준다. 같이 밥도 먹고, 이야기도 들어주는 거다. 지인이 나에게 그런 이야기를 해준다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고맙지 않나. 주로 조언을 하기보다는 듣고 한 편이 되어준다. 물론 들어보다가, 정말 조언해야 할 부분이 있으면 살짝.(웃음)
정소민 나도 그렇다. 이야기를 하다 보면 느껴질 때가 있지 않나. 상대가 내 의견을 듣기를 원하는 건지, 아니면 절대적인 위로와 편들기를 원하는 건지. 그걸 알아채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그 노선을 잘못 타면 조언은 안 해주느니만 못할 때도 있다.
<영혼수선공>이 시청자에게 어떻게 다가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나?
신하균 자신이나 주변의 이야기와 대입해서 보고, 치유하고 동참할 수 있는 이야기로 다가갔으면 좋겠다. 편안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보면서 주위를 둘러볼 수 있는 그런.
정소민 마음이 너무 아픈데, 그 아픔을 어떻게 해야 할지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영혼수선공>을 보면서 그런 자신을 받아들이고 치유에 대해서도 어렵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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