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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을 접는 시대가 도래할까?

UpdatedOn March 24, 2020

세로로 접는 폴더블폰 ‘갤럭시 Z 플립’. 추억을 끄집어내는 폴더블폰 레이저. 폴더블폰이 하나둘 시장에 출시되고 있다. 폴더블폰은 지난해부터 스마트폰 시장의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는데, 삼성전자, 모토로라, 화웨이, LG전자가 이 시장에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지난해 나온 초기작들은 플래그십 제품으로 신기술을 보여줬다는 데 의의가 있다. 진정한 보급화는 이제부터다. 하지만 폰을 접고 편다는 것이 디자인 다양성 외 실제 스마트폰 사용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과연 다시 폰을 접고 펼치는 시대가 유행하게 될까?

폴더블폰에게 혁신을 꼭 기대해야 하나?

삼성전자가 세로로 접는 폴더블폰 ‘갤럭시 Z 플립’을 2월 12일 공개했다. 지난해 가로 폴더블폰인 ‘갤럭시 폴드’ 이후에 두 번째 폴더블폰이다. 모토로라 역시 지난 6일 모토로라 레이저 폴더블폰을 출시했다. 올해 출시한 폴더블폰들은 지난해 제품과 좀 다르다. 작년에 출시한 폴더블폰들이 주로 화면을 확장시키는 방식이었다면 갤럭시 Z 플립과 모토로라 레이저는 물리적 크기를 줄이는 것에 중점을 뒀다. 물론 두께가 두꺼워지기 때문에 실제 부피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그냥 작게 보일 뿐이다. 그래도 주머니가 지나치게 작거나 넓적한 스마트폰을 한 손에 드는 게 불편했던 손이 작은 이들에게는 매력적인 요소도 있다.

그러고 보니 삼성전자는 벌써 두 번째 폴더블폰이다. 갤럭시 폴드 출시 때는 작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이제는 큰 잡음 없이 시장에 안착할 기세다. 폴더블폰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지도 넓어지고 위험부담도 줄었다. 본격적인 대중화의 신호탄이다. 그런데 의문이 하나 남는다. 폰을 접고 편다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다. 물론 세상 모든 것에 의미가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 그래도 이유 있는 소비가 더 이성적이고 멋져 보이니 굳이 의미를 살펴보자.

지난해 갤럭시 폴더블폰을 몇 번 사용해봤다. 지도나 영상, 전자책을 큰 화면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이다. 무엇보다 화면이 커지니 셀카를 통해 내 얼굴을 살피는 데는 아주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무겁고 두꺼운 것은 감수해야 했다. 그리고 접을 수 있는 장점을 활용한 새로운 쓰임새도 거의 없었다. 회의론자들이 지적하는 폴더블폰의 약점이다. 하지만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하지는 말자. 화면의 물리적 확장 자체가 사용성의 확대라는 의미일 수도 있다. 우리가 65인치가 아닌 75인치 TV를 사는 이유도 새로운 사용성 때문이 아니라 화면 확대를 통한 몰입감의 상승 때문이 아닌가? 따라서 7.3인치 화면을 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 기술이 투자할 가치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올해 출시한 세로 방식의 폴더블폰은 조금 애매한 부분이 있다. 화면 크기가 일반 스마트폰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단지 접어서 주머니에 넣기 편하다는 장점 외에는 큰 장점이 없어 보인다. 여기에는 어떤 정당성을 부여해야 할까?

모로토라는 핑계가 있긴 하다. 15년 전에 레이저 폰을 사용했던 유저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뉴트로 제품이랄까? 그에 비해 삼성전자는 스토리가 없다. 삼성전자가 내세운 새로운 사용성은 갤럭시 Z 플립을 절반만 접어 비치해두고 카메라 촬영을 하는 팁 정도다. 그 밖에 특별한 사용성의 혁신은 없다. 그러나 삼성전자 스타일은 이게 맞다. 사용성을 따질 시간에 다양한 크기의 스마트폰을 35개 더 출시하는 게 삼성전자의 스타일이다. 다양한 폰을 내놓다 보면 소비자가 “어? 이런 것도 되네요?”라고 얘기하기도 하는데, 새삼 화들짝 놀란 삼성은 그 기능을 발전시키고 광고로 홍보하는 식이다. 갤럭시 노트 시리즈가 대표적인 예다. 사실 폴더블폰이 처음 나왔을 때도 왜 폴더블폰을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내놓지는 못했다. 폴더블폰에서만 가능한 기능도 거의 없었고 폴더블 폼팩터에 대한 새로운 앱이나 소프트웨어도 없었다. 그냥 디스플레이를 접을 수 있기 때문에 내놓은 폰에 가까웠다. 맥락을 중요시하고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연계를 항상 염두에 두는 애플이 아직 폴더블 디스플레이에 큰 관심이 없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도 디스플레이를 구부리면서 획기적인 사용성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사용자 경험의 정답은 한 가지가 아니다. 스티브 잡스가 청바지 보조 주머니에서 아이팟 나노를 꺼낸 것이 혁신이었듯이 스키니 청바지에 들어가는 6.7인치 스마트폰도 혁신적일 수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폴더블폰의 목표는 사용성의 혁신이 아니라 폰을 접으면서 생기는 다양한 디자인 요소의 추가와 화면의 물리적 확장을 통한 몰입감 정도다. 삼성전자에게 폴더블폰이란 사용성의 혁신보다는 크게 두 가지 방향의 리치 마켓을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갤럭시 폴드처럼 대형 화면을 제공해서 몰입감을 높이는 방식과 갤럭시 Z 플립처럼 크기를 줄여 휴대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이 두 제품은 사용자층을 더 세분화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무슨 말이냐 하면, 갤럭시 폴드는 장점도 많았지만 여성이 쓰기에는 너무 커서 주로 남성층에게 소비됐다. 그러나 갤럭시 Z 플립은 크기가 작고 한 손에 잡혀 여성들이나 손이 작은 사람도 쓰기 좋다. 따라서 휴대성이 좋은 세로 폴드폰과 화면이 큰 가로 폴드폰은 사용자층을 더 세분화한 일종의 커스텀폰 개념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다른 하나는 명품과의 콜라보다. 폴더블폰은 천편일률적인 스마트폰과는 다르게 커버가 있어 디자인적 요소를 추가하기 좋다. 이번에 삼성전자는 갤럭시 Z 플립을 출시하며 패션 브랜드 ‘톰 브라운’과 협업한 톰 브라운 에디션을 공개했다. 폴더블폰의 커버에 톰 브라운의 고유 문양을 새기며 패션성을 강화했다.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 폴드는 몽블랑 케이스를 내놓기도 했다. 스마트폰 시장의 양극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삼성전자는 협업을 통해 갑부들을 위한 명품 스마트폰을 기획하는데 폴더블폰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폴더블폰은 넥스트 스마트폰이 아니라 단순히 기술적 과도기 폰일 수도 있고 그저 패션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납득이 가는 활용이다. 멀티 폴더블폰(두 번 이상 접히는 디스플레이)이 나오기 전까지는 그 정도가 최선의 생존 전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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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조진혁
WORDS 김정철(IT 칼럼니스트)

2020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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