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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만만 같아라

16년 전에 데뷔한 김용만과 개그맨 출신 MC 4인방의 맏형인 지금의 김용만 사이에는 큰 간극이 없다. 한결같은 그의 언행을, 지켜보는 우리의 눈도 한결같다. 이 단순하고 명백한 원칙을 지켜온 김용만의 이면이 문득 궁금해졌다. <br><Br>[2007년 6월호]

UpdatedOn May 20, 2007

Photography 채우룡 Editor 정석헌 Hair&Make-up 김환 Styling 이정금 Cooperation 젠지 옴므, 지쿤

퀴즈를 하나 내겠다. 우선 몸풀기용. 케이크에 칼질을 세 번만 해서 8등분해보라.
그거, 간단한데. 십자로 자르고 측면을 한 번 더 자르면 된다.

빙고!
내가 원래 먹는 거에 강하다.

그렇다면 좀 더 어려운 문제. 옛날 1만원권에 ‘한국은행’이란 글자가 몇 번 써 있을까?
두 번 나오지 않나? 앞뒤로 한 번씩.

서른세 번 나온다.
오, 정말? 이따 확인해봐야겠네.

<장학 퀴즈> 시절부터 퀴즈 프로그램 MC는 아무나 못한다는 말이 있다. 대단한 퀴즈 쇼를 맡았는데, 전부터 퀴즈에는 자신이 있었던 건가?
퀴즈 정말 못 푼다. 젬병이다. 다만 그런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전 세대가 골고루 있는 프로그램 말이다. 막 데뷔한 신인도 있고, 30년, 40년 방송한 사람도 있는 그런 분위기를 즐기고 진행도 잘하는 편이다. 그래서 ‘브레인 서바이벌’도 했고, 이번에 <1대 100>도 하게 되었다.

그래도 <1대 100>을 맡기로 결정한 뒤 어떤 식으로든 부담을 느꼈을 것 같다.
<장학 퀴즈>는 MC도 공부를 당연히 해야 했다. 답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했다. 그런데 이제 트렌드가 바뀌었다. 요즘은 MC도 ‘약간’ 몰라야 된다. 같이 풀어나가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 <1대 100>도 녹화 30분 전에 답을 대충 보는 정도다. 그래서 나도 헷갈리고 문제를 푸는 사람도 헷갈리는 그런 상황. ‘브레인 서바이벌’ 때도 그랬다. 뭐, 굳이 답을 알고 들어갈 필요까지는 없었지만.

오랜만에 KBS로부터 초대를 받았다.
KBS는 내 고향이다, 고향. 지금 가도 옛날 형동생 하던 사람들이 부장 돼 있고, 국장 돼 있다. 그런데 묘하게 인연이 없었다. 뭐 좀 해보다 말고, 만들다 잘 안 돼서 끝내고, 이런 식이었다. 관계가 소원해서는 아니었다. 마침 오해 아닌 오해를 풀 기회가 왔다.

SBS의 <작렬! 정신통일>까지 맡았는데, 지금 도대체 몇 개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건가?
5개. 그래도 5일제 근무를 하려고 애쓴다. 지금 동현이랑 안 놀아주면 그 아이가 나중에 나랑 안 놀아주기 때문에….
5개면 얼른 계산해도 큰돈이다. (실례지만) 그 돈 벌어서 다 어디에 쓰나?
잘 벌고 있는 건 맞다. 돈이 부족해도 그렇지만, 돈은 많이 벌어도 고민이 된다. 쓰임새가 커지니까. 처음 개그맨 했을 때 집이 힘들었고, 그동안 가정 재건 사업에 많은 돈을 썼다. 이제 여느 가정처럼 가족 모두 행복하다고 느낄 만큼은 됐다. 그렇게 만들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건 불과 3년 전이다. 그때부터 축구단도 만들었고, 패션 사업도 생각해봤다.

(놀란 눈으로) 축구단?
어느 날 갑자기 축구가 하고 싶은데, 내가 축구를 못 하는 거다. 못한다고 욕만 먹으니 어디 들어가기도 뭐하고 그랬으니까. 그래서 나이 많은 사람들끼리 - 지석진, 표영호, 김수영 등등 - 하나 만들었다. 그 팀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다 다음 주에 초대받아서 북경에 가고, 그 다음 주에는 사이판에 갈 예정이다. 규모가 커졌다.

나도 모 조기축구회 소속인데 언제 한 번?
아, 좋다, 좋다, 좋다. 그러자.

예능 프로그램도 방송국마다 성격이 다른 것 같다. 당신이 피부로 느끼는 차이는 어떤 건가?
정확히 말하면 방송국이 아니라 프로그램마다 차이가 있다. ‘경제야 놀자’ 같은 프로그램을 SBS에서 한다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경제야 놀자’에서는 뒤로 좀 물러나 있고, <1대 100>에서는 일반인들을 상대하는 만큼 전면에 나선다. 품위도 지켜야 한다. 그런가 하면 <작렬! 정신통일>에서는 몸을 사리지 않는다. 프로그램에 맞게 모드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후배들인 유재석, 신동엽, 강호동과 함께 빅4로 불린다. 맏형으로서 그들을 어떻게 평가하나?
그들 사이엔 공통점이 있다. 자기 관리가 철저하다는 것. 디테일은 조금 다르다. 신동엽은 남에 대한 배려나 이해가 깊다. 강호동은 넉넉하게 베풀면서도 자기 존재를 잘 드러낸다. 유재석은 한마디로 철저한 ‘재활’이다. 녹화 끝나면 피트니스 클럽 가고, 뭐 그런 식. 좀 재미없게 사는 편이다. 재능도 재능이지만 모두 자기 관리에 능하다.

형만한 아우 없는 법인데, 그들보다 확실히 자신이 낫다는 생각이 들 때는?
예전에는 내가 한두 가지 확실히 낫다고 생각하는 게 있었다.(웃음) 난 텔레비전으로만 봤던 주병진, 이경규, 최양락, 이봉원 같은 형들의 머릿속에 내가 있다는 게 고맙고 무척 다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 형들의 존재를 생각해보면, 음, 무엇보다 한결같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는 아직 내가 더 나은 것 같다. 방송가에서 많이 듣는 소리 중에 만약 청와대에서 녹화하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용만이가 해야 된다는 말이 있다. 한결같이 쌓은 나의 이미지가 바로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

강호동이 고깃집을 열었을 때는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당신이 패션 사업에 손을 댄 건, 이경규가 영화를 찍은 것만큼이나 우리를 놀라게 했다.
그래, 사실은 이경규 영화한다는 걸 나도 말렸으니까. 그런데 자기가 하고 싶었던 걸, 아주 오래전부터 꿈꿔왔던 걸 자기는 알고 있다. 나의 옷 욕심은 학창 시절부터는 아니고, 데뷔 초부터 심상치 않았다. 영화배우나 탤런트들은 옷을 잘 입는 게 당연하고, 개그맨들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게 탐탁치 않았다. 내 천성이 튀게는 못 입는다. 옷 하면 떠오르는 인물은 아니지만, 한 10여 년 전부터 옷을 잘 입는 건 나의 주 관심사였다. 외국 갈 때도 옷을 보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고, 그러다 결정적으로 이 친구(젠지 옴므의 머천다이징 디렉터)를 만난 거다. 지금 내가 하는 옷은 젠지 옴므의 세컨드 브랜드인 지쿤(이소룡의 절권도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패션이 내 이미지와 똑 떨어지는 건 아닌데, 그건 내가 축구한다는 것과 마찬가지 아닐까? 내 안의 욕망은 이것 말고도 몇 가지 더 있다. 더 늦기 전에 결행하고 싶었다.

옷 욕심이 있다는 게 다소 의외다.
한 10년 됐는데, 내일 나갈 때 입을 옷을 전날 정해둔다. 그래야 아침에 나갈 때 서두르지 않고 나갔다 다시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도 현관에서 거울 보고 마음이 바뀔 때가 너무 많다.

사실 옷 입기의 핵심은 자기 핸디캡을 얼마나 잘 감추느냐에 있다.
널리 알려져 있듯이 난 골반! 스텝업을 꾸준히 하는 데도 이 펑퍼짐한 엉덩이를 어찌할 수 없다. 그래서 남들보다 늦은 봄, 초여름까지 재킷을 입어서 가려주고 또 남들보다 늦은 여름에 재킷을 서둘러 꺼내 입는다.

그나저나 사업이라면 결국 돈 아닌가? 그런 측면에서도 만족스러운가?
힘들다. 처음 해보는 일이니까 힘들고, 친구 도움을 받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경기가 어려워서 힘들다. 동대문에 처음 가게를 냈을 때, 다들 하는 이야기가 “왜 이렇게 어려울 때 그런 걸”이었다. 이 사업은 쉽다고 하고 어렵다고 안 하는 차원이 아니다. 쉽다고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그런 건 나에게 참고만 될 뿐이다. 사업이라는 건 오래 하는 사람이 승리한다고 본다. 조금씩 나아질 거다. 이러다 풀썩 주저앉을 수도 있겠지만 끝까지 해볼 거다.

혹시 요즘 방송에서 입는 옷이 모두….
아니, 그렇진 않다. 피트되는 옷이 대부분이어서 내 살집과는 좀 안 맞다. 더러 맞는 것 중에 입고 나가는 것도 있다. 예쁜 건 입고, 안 예쁜 건 안 입는다.

당신이 만든 옷을 누가 입었으면 좋겠나?
젠지 옴므가 동대문에서는 꽤 비싼 옷이다. 남들보다 과감한 트렌드세터들이 입었으면 좋겠다. 좀 더 대중적인 지쿤은 젠지 옴므보다 부담 없이 입을 수 있게 단가를 낮췄다. 단가에 비해 나오기 힘든 디자인을 하느라 애를 많이 썼다. 그래서 마진이 적지만 감수하고 있다.

젠지 옴므나 지쿤의 옷에는 뭐랄까, 독특한 플러스알파가 있다. 디자인에도 직접 참여한다고 들었는데, 당신의 역할은 어디까지인가?
내가 직접 그리지는 못한다. 디자이너들이 초안을 잡을 때 이런저런 의견을 개진한다. 내 이야기가 아직도 많이 배척당하고 있다. 말이 안 된다고.(웃음) 서서히 내가 잡았던 콘셉트대로 윤곽이 잡히고 완성되어 옷이 나왔을 때의 희열이 있다.

좋은 말이다. 시쳇말로 바지 사장이란 말이 있다. 그런 오해에도 시달렸을 것이다.
사실 바지 장사하면서 바지 사장할 필요는 없다.(웃음) 내 생각은 이렇다. 옷은 술과 달라서 자기가 마음에 안 들면 안 산다. 제아무리 잘나가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입거나 만들었더라도 자기가 마음에 안 들면 절대 사지 않는다. 술집하고는 아예 다르다. 술집은 바지 사장이 있어도 되는데, 바지는 바지 사장이 진짜 사장이다.

이제 조금 다른 이야기. 요즘 연예인들 사이에 무릎팍 도사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그의 부름을 받은 적은 없나?
(웃음) 있다, 있는데, 안 나갈 생각이다. 내게는 적어도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끝나기 전까지 다른 프로그램에 나가지 않는 룰이 있다. 내가 무릎팍 도사 앞에 나가면 그 룰이 깨지는 거다.

서경석이 바로 그 프로그램에 나와서 한때 당신에게 서운한 마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경석이의 말이 맞다. 나도 제대하고 돌아온 경석이에게 돌려주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당시에 그런 나를, 나만 빼고 모두 말렸다. 경석이가 예능 프로그램이 아니라 드라마에 집중하는 것도 좀 영향을 미쳤다. 그래도 당시에 내가 더 용기를 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당신의 단짝인 김국진과 관련한 의문이 여전히 많다. 김용만은 완전히 떴고, 김국진은 완전히 가라앉았는데, 그 이유가 궁금해서일 거다.
내가 아는 가장 마음이 크고 넓은 사람이 김국진이다. 나는 그 형을 작은 거인이라고 불렀다. 내가 가장 많이 배운 사람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그를 잘 모르고 하는 말들이 너무 많다. 그의 재능, 노력, 생각 모두 월등하게 뛰어났다. 남을 배려하는 게 요즘 사회 분위기에서는 오히려 단점 비슷하게 작용한 게 아닌가 싶다. 음, 국진이 형이 최고였던 시절, 나는 MBC에서 종영 프로그램을 도맡아 처리하고 있었다. 그때 스스로 지은 별명이 패전 전문 투수였다. <토토즐>, <스타 예감> 기타 등등 내가 다 마무리했다. 없애기 6개월 전이면 어김없이 내게 연락이 왔다. 그 당시 MBC와 계약 건으로 우울해 있을 때 국진이 형이 집에 찾아왔다. 계약금 3천만원을 들고 와서 너 다 가져라, 그리고 절대 그만두지 말고 붙어 있어라, 라고 하면서. 당시에 그 돈 정말 받고 싶었다.(웃음) 아무튼 그 형이 그런 사람이다. 그 형이 있어 지금의 내가 있는 거다.

당신처럼 그냥 다 좋아 보이는 사람에게도 안티가 있나?
있다. 예전에는 전혀 없었다. 요즘 재석이가 안티 없는 연예인인 것처럼. 그게 이렇게 된 거다. ‘고맙습니다’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박근혜 대표한테 기증품 받고, 그랬던. 그다음 주엔가 태진아 집에 갔을 때 태진아 선배가 처음 받은 신인왕 트로피가 발단이 되었다. 이게 좀 많이 낡았다. 쓰레기통에 버렸던 걸 옥경이가 다시 주워왔을 정도로 낡았었다. 그런데 내가 이걸 만지면서 이 귀퉁이가 떨어져나가고, 저 귀퉁이가 떨어져나가네, 그랬는데, 그게 내가 남의 물건을 함부로 대하고 마치 그 상황을 즐기는 것처럼 보였나보다. 그런데 당시에 이 트로피가 어찌어찌해서 이렇게 되었습니다, 라는 식으로 정중하게 말하면 재미가 없다. “쓰레기통에도 들어갔다 온 트로피” 운운하고 태진아 선배가 맞받아치고 해야 시청자가 좋아한다. 한참 선배인 조형기, 이경규에게 함부로 대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친해서 그렇게 보인 거지만, 내게도 정말 어려운 형들이다. 그걸 모르고 글을 올리는 아주 어린 네티즌들이 있고, 그 글을 읽는 어른들이 문제를 아주 크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후배들에게 게시판을 아예 보지 말라고 한다. 게시판을 보지 말고 너의 주관대로 하라고 말한다. 아니면, 게시판에서 좋은 제목만 골라서 읽든지. 그런데 ‘진행 너무 잘하세요’라고 쓴 걸 열어봤더니 너무 재수 없어, 뭐 이런 식인 지뢰도 많다. 지뢰, 무섭다.

박지성에게는 부상이 가장 큰 적이다. 당신 최대의 적은 무엇인가?
음, 매너리즘이다. 이게 가끔 확 몰려올 때가 있다. 가끔 방송에서 이런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왜 너희들만 즐겁냐고? 왜 내가 즐거운 일은 없느냐고? 날씨도 화창하고 다 좋은데, 남들 사이에서 나만 괴리감을 느낄 때 정말 힘들다. 자살 충동을 느낄 만큼 힘들다는 말들을 하는데, 어느 정도 공감한다. 연예인들이 그럴 때가 있다. 가수가 제일 심하고, 배우들도 그렇고, 우리도 마찬가지다. 그럴 때 스스로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는 자기 암시를 준다.

내일은 어린이날이다. 도현이에게 줄 선물은 준비해놨나?
아직 사지 못했는데…. 내일 어린이 뮤지컬 본 뒤에 같이 저녁 먹기로 약속해놨다. 모르긴 해도 집 앞 문방구에서 2만원 정도 하는 장난감 중에 하나를 점찍어놨을 것이다.

바쁜 당신을 너무 오랫동안 붙잡아두었다. 다음 행선지는 어딘가?
MBC. <섹션 연예통신> 생방송이 있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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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y 채우룡
Editor 정석헌
Hair&Make-up 김환
Styling 이정금
Cooperation 젠지옴므,지쿤

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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