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레나>와 오랜만에 만나네요. 2020년이 시작되고 이제 두 달여가 되었어요. 당신의 한 해 시작은 어땠나요?
한 해의 첫출발이 굉장히 감사했어요. 물론 2019년을 정리하는 시상식이었지만, 제가 KBS 연기대상에서 남자 우수상 트로피를 받은 건 올해 1월 1일을 맞이한 순간이었거든요. 아주 의미 깊은 상으로 한 해를 시작했고, 지금은 슈퍼주니어 월드 투어를 진행하고 있어요. <아레나>와의 촬영 하루 전에 3일간의 오사카 공연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3일간의 오사카 공연은 모두 매진이었나요?
네. 감사하게도요. 이번 월드 투어는 돔 투어는 아니었어요. 사실 돔 투어가 상징성은 있지만, 팬과의 거리는 멀어지거든요. 이번에는 아레나 투어 형태여서 무대와 관객석이 더 가까워, 함께 호흡할 수 있어 좋았어요.
여전히 슈퍼주니어는 건재하군요.
감사하죠. 하하. 요즘은 팬에 대한 개념 자체가 달라진 것 같아요. 서로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말이죠. 과거에는 연예인과 팬의 관계였다면 지금은 동반자 느낌이랄까요?
슈퍼주니어 시원 아닌 배우 최시원에게 올해를 화창하게 열어준 드라마는 작년 방영된 <국민 여러분!>이었죠. 전역 후 첫 작품이었던 <변혁의 사랑> 이후 2년 만이기도 했어요. 다시금 연기자로 돌아오니 어떻던가요?
<국민 여러분!>은 현장이 매일 기다려지는 작품이었어요. 물론 후반부에서 제 분량이 워낙 많아지다 보니 제대로 준비할 시간이 모자랐던 게 아쉽기는 하지만요. 또 이 작품은 굉장히 많은 분들을 얻은 기회이기도 했어요. 참 신기한 게 드라마 종영한 지 거의 1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아직도 함께 모이곤 해요. <아레나>와 촬영 이후 곧장 일본 후쿠오카 공연이 있는데, 함께했던 김의성 선배도 놀러 오신다고 했어요. 제 응원차 오신다고 하더군요. 그런 인연을 만들어준 작품이었어요.
선배 및 동료 배우들과 친해진다는 건 좋은 일이죠.
의성 선배님은 배울 점이 많죠. 연기에 대한 열정이 굉장하시고, 지금도 꾸준하게 도전하시는 모습. 그것만으로도 제게는 큰 동기 부여와 영감을 주세요.
방금 ‘열정’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어요. 그럼 배우로서 최시원은 어떤 열정을 가졌었나요?
사실 저는 가수 아닌 연기자로 먼저 데뷔했어요. 아역 배우였죠. 그래서 이번 KBS에서 받은 상이 제게는 더 큰 의미를 지녀요. 2004년 KBS에서 처음 데뷔했거든요. <부모님 전상서>라는 작품이었죠.
그럼 지금의 최시원은 어떤 열정으로 작품에 임하나요?
저의 짧은 견해이긴 하지만 열정이나 자세는 애착도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 같아요. 열정이란 열심히 한다는 것보다는 얼마나 애정을 가지고 역할과 작품에 빠져드는가가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느껴요.
미디어에서는 SM 엔터테인먼트의 열정 가이를 칭할 때 동방신기의 유노윤호와 슈퍼주니어의 시원을 많이 꼽던데요.
하하. 맞아요. 하지만 조금 달라요. 재미 삼아 그리 이야기하곤 하지만, 결은 조금 다른 듯해요. 저는 창민 씨와 윤호 씨의 중간쯤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슈퍼주니어는 2005년에 데뷔했어요. 벌써 16년 차 그룹인 셈이죠. 그 세월 동안 풍파가 없었다면 거짓이겠죠. 그럼에도 슈퍼주니어는 여전히 건재한 그룹이에요. 이런 지속력은 어디에서 도출된다고 생각해요?
실제 멤버들과도 이에 대해 종종 이야기하곤 해요. 첫 번째는 멤버 모두가 심성이 여리고 착하다는 것이에요. 두 번째는 서로 존중과 배려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물론 시간이 흐르면서 이게 고착되었고 싫은 소리를 서로 하지 않게 되긴 했죠.
그럼 이제는 서로 방관한다는 건가요?
그런 의미는 아니에요. 어린 시절부터 함께해온 시간이 있어, 이제는 존중과 배려에 익숙해졌어요. 서로를 잘 알다 보니, 어느새 서로에게 싫은 소리를 하지 않는다는 거죠. 저희도 느껴요. 15주년을 맞은 슈퍼주니어가 한 단계 더 나아가고 더 오래 지속되기 위해서는 서로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가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이해가 돼요. 어릴 때처럼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욕심을 부린다고 다 이뤄지는 것도 아니니까요.
맞아요. 그래서 이제는 조금 내려놓을 줄도 알아야 하는 것 같고, 또 그런 타이밍이 된 것도 같아요. 선택과 집중의 문제인 거죠.
여전히 슈퍼주니어는 재미있는 일이죠?
그래서 지금까지 온 거죠. 그룹 내의 재미있는 기운이 큰 영향을 끼쳤죠.
오랜 세월 동안, 그룹 내에서 시원의 역할은 주로 어떤 것이었나요?
저는 어떤 일이건 균형을 맞추는 역할 같아요. 나이도 정확히 중간이거든요. 하하. 마치 저울의 추처럼 말이죠. 너무 웃기지도, 너무 무겁지도 않게.
오늘 만남을 준비하며 오랜만에 인스타그램에 들어갔어요. 뭐하고 사는지 궁금했거든요. 유니세프 활동이 주를 이루더군요. 언제부터 인연이 되었나요?
2010년경 첫 제안이 왔어요. 그때부터 연이 닿아서 꾸준히 하고 있어요. 몇 년 전에는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특별대표로 활동했고, 현재는 감사하게도 동아시아태평양지역 친선대사로 임명해주셔서 활동하고 있어요.
이 활동을 통해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 혹은 그들의 존재에 대해 사유해본 적이 있는지 궁금해요.
그럼요. 제일 중요한 화두는 ‘모든 어른들은 어린이 시절을 거친다. 하지만 모든 어린이들이 어른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다’라는 것. 어린 시절의 저(우리)를 두고 부모님 세대의 미래라고 했잖아요. 제가 어른이 되고 나니 저희의 미래는 어린이더라고요. 분명한 건 모든 국가에서 가난의 유일한 해결책은 교육인 것 같아요. 여전히 교육의 기회조차 접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아요. 그런 친구들을 위해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세상에 알리는 일이에요. 그래서 모든 어린이는 어른이 아니기에, 인생 선배로서 가이드를 하는 게 첫 번째 사명인 것 같고,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이기에 그를 위한 올바른 지침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게 두 번째 사명인 듯해요.
이 활동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요?
지속적으로 해야 하고, 힘이 닿는 한 해야 하는 게 무조건 옳은 일 같아요.
이제 주제를 패션, 라이프스타일 쪽으로 돌릴게요. 오늘 브랜드 제냐와 함께 촬영을 했어요.
재미있었어요. 세 번째 쯤 입었던 네이비 수트가 개인적으로는 제일 마음에 들었어요. 클래식하면서도 스포티한 면이 있어 편하게 잘 입을 수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어떤 룩, 어떤 스타일을 추구하나요?
개인적으로는 클래식한 스타일을 좋아하는 듯해요. 저는 옷을 한 번 사면 10년 넘게 입어요. 그래서 쇼핑 횟수는 많지 않아요. 어릴 때부터 그랬던 것 같아요.
시원을 떠올리면 수트 이미지, 포멀한 룩이 먼저 떠올라요. 촬영이 아닌 일상에서는 어떤가요?
자리에 맞춰 입어요. 꼭 수트는 아니더라도 셔츠랑 니트는 즐겨 입어요. 오늘 보시는 것처럼 헤어스타일이 좀 길 때는 오히려 포멀한 룩을 잘 입지 않아요. 조금 더 자유로운 복장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요.
아까 어른이라는 표현을 했지만 인간은 점차 나이 들어가는 게 인지상정이죠. 나이가 들수록 최시원은 어떤 어른이고, 어떤 남자이고 싶어요?
너무 어려운 질문이네요. 그냥 점잖게 나이 들고 싶어요. 깔끔하게 말이에요. 부모님께서 어릴 적부터 제게 해주셨던 말이 있어요. “세상과 마주할 때는 희망과 봉사이며, 일을 결정할 때는 원칙과 기준이다”라는 거예요. 어릴 때부터 들어왔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큰 의미를 지니는 것 같아요. 일을 행할 때는 성실하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젠틀한 멋쟁이 어른. 그것인 것 같아요.
어려운 일이죠. 저는 대중문화 범주에 있는 사람이긴 하지만, 많이 드러내고 싶진 않은 듯해요.
SNS에서도 그런 것 같긴 해요. 아이돌 그룹 멤버인데도 말이죠. 굉장히 다이내믹한 일상을 공유할 줄 알았거든요.
하하. 원래는 비공개로 하고 싶기도 했어요. 저는 굉장히 재미없는 사람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의 직업 특성상 SNS를 활용해 소통해야 하는 순간도 많으니까요.
그럼 그걸 활용해서 이번 <아레나> 표지와 화보들도 올려주실 거죠?
그럼요. 하하.
마지막 질문이에요. 최시원의 2020년은 트로피를 받는 것으로 시작했죠. 이제 2020년이 10개월가량 남아 있어요. 올해의 계획은요?
상반기에는 슈퍼주니어 투어로 팬들과 만나며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언제 또 뭘 할지 모르니 기다려주세요. 오늘 고생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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