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아이돌들과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지금 케이팝의 흐름에서 발견되는 변화는 무엇인가?
몇 년 전만 해도 케이팝 아이돌 음악은 트렌드에 맞추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다 보니 한 가지 색에 가까웠는데, 지금은 저마다 다양한 음악을 시도하고 있다. 하나의 트렌드로 정리하기 쉽지 않은 상태이며, 상향 평준화된 느낌마저 든다. 아이돌의 실력이 월등히 발전한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프로듀서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음악 생산자로서 트렌드를 분석하고 찾아내는 노력도 할 것이다. 특히 주요 타깃이라 할 수 있는 젠지, 밀레니얼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는 게 쉽지 않으리라고 생각된다.
그렇다. 아이돌 음악을 작업할 때는 10대를 주요 타깃으로 생각한다. 트렌드는 항상 살피지만 발라드가 대세라고 그에 맞춰 음악을 만들 수는 없다. 아이돌 음악을 할 때에도 유행 장르를 제외한 여러 장르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 유행에만 현혹되면 놓치는 부분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대중이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해 어떠한 시도를 하고 있나?
정말 어렵다. 아이돌 음악을 주로 듣는 젊은 층과 멀어지지 않으려는 노력을 한다. 개인 방송을 보기도 하고, 옷을 어리게 입기도 한다.
아이돌 음악을 만드는 작곡가가 많다. 빅싼초만의 차별점은 무엇일까?
어릴 때는 트렌드에 집착했는데, 요즘은 트렌드 안에서 나만의 것을 해보려는 시도를 한다. 보통 예쁜 음악보다 센 음악을 하고 싶을 때 나를 찾아오는 것 같다. 세고 파워풀한 음악을 할 때 나 자신도 더 재미를 느낀다. 즐기면서 작업하게 된다. 센 건 자신 있다.
케이팝 산업의 중심에는 팬덤이 있다. 팬덤 때문에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 경험도 있나?
댓글을 많이 보는 편이다. 앨범을 발표하면 안 좋은 얘기가 달릴 때가 있다. 피드백을 모아보면 팬들이 원하는 방향이 있다. 곡이 그것과 너무 괴리가 크면 좋아하는 팬들도 있지만 낯설어하는 경우도 있다. 작곡가뿐만 아니라 아티스트도 모니터링을 하기에, 팬들의 영향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팬의 의견만 따라 작업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팬들의 반응이 힌트가 될 때는 있다.
케이팝 해외 팬이 많다. 부담을 느낄 때도 있나?
작곡을 경쟁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늘 감사할 뿐이다. 언어가 안 통하는 사람들이 내가 만든 음악을 들어준다는 것만으로도 무척 고맙다. 오히려 국내에서 압박을 느낀다.
케이팝 아이돌의 음악이 해외 시장에서, 특히 보수적인 미국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에는 정말 많은 아티스트가 있다. 하지만 BTS 같은 아티스트는 없었다. 훌륭한 외모에 실력도 출중한 어린 친구들이 단체로 군무를 하며 노래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 자체로 신선했으리라고 생각한다. 과거 소녀시대가 일본에 진출했을 때, 어리고 세련된 친구들이 좋은 음악과 퍼포먼스를 선보여 일본 사람들이 열광했던 기억이 있다. 케이팝 아이돌은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직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팝 시장의 동향을 분석해 2020년대 음악 트렌드를 예측한다면 어떤 음악이 각광받을까?
미니멀리즘이 계속되는 것 같다. 예전에는 댄스 음악이라고 하면 EDM 사운드가 엄청 웅장하고, 강력한 신시사이저가 사용됐다. 요즘은 후렴 부분에서 힘을 빼고 듣기 편한 음악이 많아졌다.
과거에 비해 아이돌이 곡 작업에 참여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아이돌과의 작업은 어떤 시너지를 발생시키나?
(여자)아이들의 소연과 작업을 하고 있다. 그 친구는 작곡가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쓴다. 무대 연출이나 아티스트의 매력을 살릴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러한 섬세한 생각이 작업 과정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아이돌마다 콘셉트가 다르다. 아이돌의 콘셉트에 맞는 음악을 만드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첫째로는 장르에 대한 고민이 있다. 특정 장르가 유행하면 다른 팀들도 그 장르를 하고 싶어 한다. 트로피컬이 유행하면 트로피컬, 퓨처 베이스면 너도나도 퓨처 베이스를 하고자 한다. 같은 장르더라도 팀의 콘셉트와 이미지에 맞춰 제작해야 한다. 또 연령대, 이슈가 되는 멤버라든지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아이돌과 가까이서 작업하다 보면 그들의 고민에도 귀 기울이게 될 것이다. 지금 활동 중인 아이돌은 어떤 고민을 안고 있나?
대부분 음악적인 고민을 많이 한다. 장르에 대한 걱정도 분명히 있다. 또 앞으로의 활동, 활동 이후의 막막함 등. 그 친구들이 나이에 비해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했으니 어른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만나서 대화해보면 또래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산다. 그 고민이 무거워 보이기도 하고 안쓰럽게 느껴질 때도 있다. 어린 친구들이니까.
2020년대가 시작됐다. 케이팝이 글로벌 시장에서 뚜렷한 장르로 자리매김하리란 기대가 있다. 케이팝의 미래를 어떻게 보나?
미국 시장에 대해 말하자면, BTS의 성공 요인 중에는 영어 실력도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많은 케이팝 아티스트들이 언어 공부를 하지만, 외국어를 음악적으로 표현하고 구사할 수 있다면 BTS 같은 팀들이 더 많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케이팝 아티스트의 음악과 실력은 이제 해외 팝 아티스트와 큰 차이가 없다. 경쟁 가능한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 이제는 케이팝만의 특별한 개성이 드러나고 있다. 작곡가가 음악 작업할 때 사용하는 음원 샘플 사이트에 케이팝 샘플도 게시되어 있을 정도다. 해외 시장에서 케이팝은 하나의 장르로 받아들였다고 본다. 케이팝 아이돌의 실력과 음악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으며, 언어까지 갖춘다면 빌보드 차트에서 케이팝 아이돌을 보게 될 것이다.
해외 케이팝 팬들에게 빅싼초의 음악을 더 알리기 위한 전략은 무엇인가?
개인적으로는 프로듀싱 앨범을 낼 계획이다. 다양한 시도를 해서 많은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 전략을 세우는 스타일은 아니어서 솔직한 내 음악을 만들고 싶다. 뭐 아무래도 센 거 하지 않을까.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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