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는 케이팝의 성장이 가장 돋보였다. 다양하고 색다른 안무가 성행했던 시기도 2010년대다. 2010년대의 케이팝 안무는 어떠한 변화를 거쳤다고 생각하나?
2010년대에는 춤을 쉽게 접할 수 있는 매체들이 다양했다. 지금은 거의 포화 상태고. 그래서 독창적인 안무가 꽤나 등장했었다. 유행한 춤도 다양했다. 하지만 주인이 있는 안무를 쉽사리 사용하기 쉬워진 상태라고 본다. 유튜브나 SNS에서 전 세계 춤을 찾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안무의 영감은 어디에서 얻는지 궁금하다.
영감의 원천은 두 가지다. 대화와 가사. 곡을 받으면 아티스트에게 질문을 던진다. “어떤 생각이 들어? 어떤 느낌이야?” 아티스트와 곡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많이 나눠본다. 그 후에 가사를 분석한다. 예를 들어 별에 대한 가사라면 구성이나 손동작으로 별을 표현하듯이. 안무에는 곡의 전체적인 느낌과 내용이 포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영감받은 것들을 바탕으로 만든 안무를 다듬는 과정에서 고민도 생길 것 같다.
내가 생각한 그림이 나오지 않을 때 가장 고민스럽다. 회사가 원하는 안무 콘셉트가 내가 그리는 안무와 맞아떨어지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기 때문이다. 회사가 바라던 안무에 맞췄지만 대중이 만족하지 못하면 안무가로서 고민할 수밖에 없다.
그런 고민은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나?
아티스트가 아니라 춤을 배우는 친구들과 내가 그린 그림을 직접 춰본다. 가수가 되고 싶어 하거나 그저 춤이 좋아서 추는 친구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보고 이런 생각을 한다. ‘그래, 이거지.’ 그런 식으로 나름대로 만족감을 느끼며 고민을 해결하는 편이다.
케이팝은 화려하고 독특한 퍼포먼스를 보인다. 케이팝 안무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요소는 뭘까?
아티스트가 가장 중요하다. 앨범의 콘셉트도 중요하지만 아티스트가 풍기는 느낌이나 이미지가 중요하다. 힙한 이미지가 강한 아티스트가 귀여운 안무를 선보이면 소화하기 어렵다. 그래서 대부분 안무뿐만 아니라 앨범의 콘셉트, 의상부터 메이크업까지 도맡아 진행하기도 한다. 아티스트의 이러한 모든 요소가 안무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아티스트마다 안무 스타일은 제각각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튀어야 하는 게 케이팝 스타의 고충이다. 그들에게 차별점을 부여하기 위해선 변화를 추구하고 시도해야 한다.
세밀하게 변화를 시도한다. 새로운 도전을 하기도 하고. 크고 복잡한 구성을 오히려 작게 만들거나 큰 동작에 색다른 손 포인트를 부여하려 한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만 센터에 두려 하지 않는다. 사이드에서 노래를 불러도 충분히 돋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뻔할 수도 있지만 다른 그룹들이 하지 않는 안무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케이팝의 중심에는 팬덤 문화가 자리한다. 팬덤 문화가 아티스트의 안무에도 영향을 끼칠까?
한국이든 해외든 팬덤의 영향력은 매우 크다. 팬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틀 안에 아티스트를 맞추려고 하기에 안무가에게 바라는 점도 많다. 하지만 그들이 사랑하는 아티스트가 변화도 소화할 수 있음을 이해해줬으면 한다. 팬들이 생각하지 못한 다른 면도 품고 있기 때문이다. 그걸 발굴하는 것 또한 안무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춤과 함께 걸어온 길에서 이솔미에게 영향을 준 레퍼런스가 있을까?
재닛 잭슨이다. 그녀에게 많이 자극받았다. 지금까지는 그저 예쁘고 요정 같은 아티스트를 많이 만나왔다. 하지만 전혀 상반된 느낌의 아티스트를 만나기를 꿈꿔보기도 한다. 재닛 잭슨 같은 아티스트가 나온다면 감히 도전해보고 싶다.
빠르게 변화하는 안무 트렌드 속에서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힘을 내는 원동력은 뭐라고 생각하나?
춤추는 걸 사랑하는 친구들이 큰 힘이 된다. 그 친구들에게서는 긍정 에너지가 마구 쏟아진다. 수업을 들을 때는 열정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고 정말 춤을 추고 싶어 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안무를 창작하다 보면 멈추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그들을 보고 있으면 멈추고 싶은 마음이 싹 가신다.
케이팝 시장에서 이솔미의 안무가 가진 경쟁력은 뭘까?
솔직히 말해서 잘 모르겠다. 아직도 찾고 있는 중이다. 가끔 영상을 보던 지인들이 “영상 속 안무 네가 짰어?”라고 물을 때가 있다. 주로 무용인 듯 무용 아닌 퍼포먼스다. 그럴 때 내 춤이 가진 경쟁력이 이런 건가 싶기도 하다. 명확하게 언어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그런 느낌이 있더라. 하지만 이제는 다르게 바꾸고 싶다.
춤을 창작하는 건 복잡하고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행위다. 그런 안무는 어떻게 만들어왔나?
회사에서 제시해주는 방향을 추종하지 않는다. 무작정 음악에 몸을 맡겨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한다. 내 스타일대로 추다가 포인트 안무나 춤의 주제를 찾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렇게 발견한 포인트 안무를 다시 다듬어서 전체적인 구성을 완성한다. 프리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내 마음 가는 대로 일단 춰보는 거니까.
2010년대 춤의 흐름은 점점 한 가지 색을 띤다고 했다. 변화된 2020년대로 이끌기 위해선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요즘 아이돌은 구별하기 힘들다. 2010년대 초반에서 중반만 해도 개성이 강한 그룹이 대거 등장했다. 파격적인 콘셉트의 아티스트도 많았고 각자의 성격이 다 달랐다. 그래서 ‘누구’는 ‘어떤 그룹’에 속한 가수라고 쉽게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후로 안무뿐만 아니라 메이크업 스타일부터 패션까지 모두 비슷해졌다. 기술이 발전해 다양한 미디어를 접하면서 트렌드에 민감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두 유행을 쫓다 보니 발 빠르게 시작하지 않는 이상 겹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단점을 해소하기 위해서 최대한 영상이나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멀리 하려 한다. 오직 몸과 머릿속에서만 떠오르는 독창적인 안무를 창작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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