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아이돌 음악 신에서 2010년대는 혁신적인 변화가 이루어진 시기라고 생각한다. 특히 2010년대 후반에는 다양한 실험이 시도됐다. 2010년대의 케이팝은 어떻게 진화가 가능했을까?
최규성 과거에도 특이한 음악은 있었다. 단지 너무 미래적인 음악이라 대중의 반향이 크지 않았을 뿐이다. 기술이 발전하며 다양한 음악을 접할 기회가 많아졌다. 장르가 넓어지며 자연스레 대중의 귀도 높아졌다. 이제는 새로운 장르를 신선하게 받아들이는 시대다. 대중도 음악적로 많이 성장했다.
케이팝 스타와 작업하면서 중점적으로 다루게 된 부분은 무엇인가?
라도 아티스트의 연령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 나이대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어떤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지를 먼저 생각한다. 그 세대의 화두에 맞춰 멜로디, 가사 내용, 말투 등을 고려해 곡 작업을 진행한다.
앨범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궁금하다. 기획사에서 아이돌의 콘셉트를 정하고 그에 맞춰 음악을 만드는 것인가? 아니면 그 반대인가?
라도 회사마다 제작 방식이 다르다. 콘셉트를 정한 뒤 의뢰하는 경우도 있고, 곡에 맞춰 콘셉트를 잡는 경우도 있다. 신인은 우리가 음악적인 색을 만들 수 있어 작업이 수월하지만, 색이 명확한 팀의 새로운 콘셉트나 기존 콘셉트의 연장선에서 작업할 때는 어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아이돌의 음악을 대하는 팬덤의 반응이 흥미롭다. 가사 하나하나의 의미를 모두 유추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팬들의 반응이 가사를 쓸 때 부담되지 않을까?
라도 팬덤의 그러한 반응이 케이팝을 성장시킨 원동력인 것 같다. 음악을 대하는 수준이 높아지니 댄스 음악임에도 허투루 만들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의미 부여를 하고 그 뜻을 추리하는 것 자체가 음악을 진지하게 대하는 좋은 현상이라고 본다. 제작자로서도 힘들게 만든 음악에 관심을 가져주니까 좋다. 팬덤으로 인해 또 다른 산업이 생기고 콘텐츠가 생성된다.
변화가 빠른 케이팝 시장에서 어떻게 트렌디한 음악을 보여줄지 고민이 클 것 같다.
라도 우리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게 곧 대중이 접하는 것들이다. 따라서 우리가 지금 생각하고 실현하는 것들이 곧 유행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좋은 영감을 얻고 좋은 작품을 만들려고 한다. 돈 벌려고 만들면 사람들이 안다. 대중은 좋고 싫음이 명확하다. 결국 대중의 귀가 맞다.
더 이상 케이팝은 아시아에서만 유통되는 음악이 아니다. 미국 시장에서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았다. 작곡가도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해 전략적인 작업을 펼치기도 할까?
최규성 세계 시장을 노리고 음악 하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케이팝이 부흥기를 맞은 것은 선구자들 덕분이었다. BTS도 그렇고 대부분은 한국 시장을 겨냥해 음악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어쨌든 해외 시장은 열렸고, 새로운 기회가 생겼다. 우리는 그저 이 상황을 즐기면 된다.
라도 미국 시장에서 거둔 성공은 신기하지만 한편으로는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 케이팝 프로듀서들이 미국 팝 음악을 듣고 자랐기 때문이다. 팝의 감성이 자연스레 한국 케이팝에 녹아 있었다. 그 정서가 미국 시장과 잘 맞았던 것 같다. 미국에서는 케이팝이 자신들의 음악과 비슷하다고 느꼈을 텐데. 퍼포먼스를 더해 신선함을 준 것 같다.
해외 시장에서 케이팝을 비롯한 한국 문화는 유행을 이루고 있다.
라도 신드롬처럼 보이기도 한다. 지금 케이팝을 이끌고 있는 팀들이 만약 활동을 안 한다면 이 현상은 멈출 수도 있다. 지금의 열기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팀들이 케이팝을 더 확장시켜야 한다.
지금 팬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분석과 고민도 하나?
라도 팬덤을 위한 음악을 만들지는 않는다. 팬덤을 신경 쓰지 않고 우리의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음악을 좋아해주는 것이 바로 팬덤이다. 팬들이 원하는 것은 너무 다양하다. 그 경우의 수를 모두 맞출 수는 없다. 핵심은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것이다.
아이돌을 필두로 한 케이팝 음악은 장르와 형식이 다양해지고 있다. 짧은 콘텐츠를 빠르게 소비하는 스낵 컬처와 맞아떨어지는 흐름이다. 장르의 한계가 사라진 상황을 작곡가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최규성 과거보다 더 재미있는 시장이라고 본다. 새로운 시도를 신선하게 받아들인다. 너무 앞서갔다고 느끼는 음악들도 있다. 그런 음악들을 발표해도 전혀 이상할 것 없는 시대다. 오히려 내가 선입견 있는 사람처럼 보일 정도로 다양해졌다.
지난해 차트 상위권을 차지한 곡들 중 2000년대 초반 감성의 애절한 발라드가 많았다. 과거의 감성이 회귀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최규성 30대가 젊은 시절 좋아하던 음악을 찾아 듣기도 하지만, 10대도 그런 음악을 좋아한다. 애절한 발라드가 10대에게는 신선한 음악이다. 요즘 애들이 정말 그런 노래를 부를까 싶지만, 코인노래방과 PC방에 가면 그런 발라드를 듣고 부르는 걸 볼 수 있다. 그런 현상을 접하면 뭐가 유행하게 될지 예상하기 어렵다.
정확히 꼬집긴 어렵지만 2020년대 케이팝의 트렌드를 넌지시 예측하자면 어떨까?
라도 양준일 씨가 과거에서 소환됐듯 예전 콘텐츠가 반복될 것 같다. 사람들은 차가운 디지털 세계에 염증을 느끼고 진짜를 찾고자 한다. 유튜브에서 옛날 음악을 찾아 듣듯이 말이다. 백예린의 음악에도 1990년대 감성이 있었다. 영어 가사임에도 1위를 한 것은 대중이 그 감성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보는 음악에서 듣는 음악으로 바뀐 것 같다. 댄스곡도 멜로디가 짙은 곡들이 나올 것이다. 시대를 상징할 수 있는 음악과 가수를 만들고 싶다.
최규성 유튜브에서 옛날 음악을 찾아 들을 수 있는 시대다. 지금 10대의 삶을 살아보지 않는 이상 10대가 무엇에 꽂히는지 정확히 짚어내긴 어렵다. 유행을 예상할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2020년대의 목표는 뭔가?
라도 시대를 반 보만 앞서갔으면 좋겠다. 그렇게 유행을 선도할 수 있는 팀을 만드는 게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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