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디자인 바, 꽃술
1968년에 지어져 오래되고 자그마한 주택 단지에서 다채로운 색감을 품은 디자인 바를 발견했다. 이름은 ‘꽃술’. 오랜 세월 잡지사에서 미술 디자인을 취재한 이미혜가 주인장이다. 꽃술은 공간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에 디자인적 가치를 부여했다. 의자와 테이블, 조명 등은 모두 한국 디자이너들이 만든 작품이다. “꽃술은 쇼룸도 갤러리도 아니에요. 보통의 갤러리나 쇼룸에서는 흰 장갑을 끼고 가구를 만지잖아요. 꽃술에서는 술 한잔 마시면서 디자인 소품들을 직접 만져보고 사용해볼 수 있어요.” 전통술과 전통차를 마실 수 있으며, 옥상에서는 손님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클래스도 연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원효로 77길 33
SNS @kkotssul
② 스탠딩 바, 전기
스탠딩 바 전기의 대표 김현기는 탑골공원의 어느 선술집에서 술을 마시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공연은 서서 보면서 술은 왜 서서 못 마셔?’ 옛날에 사라진 한국의 선술집 문화를 재현하고 싶어 스탠딩 바 ‘전기’를 열었다. “스탠딩 바가 한국 사람들에게는 익숙하지 않기에 식탁의 높이와 메뉴 구성, 손님이 머무는 시간 등 사소한 점들까지 고려해야 했어요. 그리고 들어왔다 그냥 나가는 손님의 뒷모습을 수없이 봐야 했죠.” 지금은 선 채 술 마시는 즐거움을 알게 된 사람들이 전기의 밤을 꽉 채운다. 술 한잔하고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바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전기에는 정말 의자가 하나도 없다. 몇 시간을 선 채 술을 마셔봤다. 도전이라면 도전이었다. 즐거운 도전 말이다.
주소 서울시 중구 수표로 42-19 2층
SNS @standingbar_denki
③ 안티 럭셔리, 육일봉
철물점이 가득한 흑백의 을지로 골목 사이에 무지갯빛 네온사인이 반짝인다. ‘육일봉’. 육일봉은 테라스마다 4개의 방이 있는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술집이다. 토마토 라면과 닭 껍질이 맛있기로 유명하다. 한쪽의 좌식 공간에서는 사람들이 신발을 벗고 옹기종기 앉아 수다를 떨고, 다른 한쪽에서는 타투를 새긴다. 거실에는 디제이 부스와 손님들을 촬영하는 카메라, 그 장면이 상영되는 브라운관이 설치되어 있다. 모두 육일봉을 운영하는 미술 작가 박가인과 미디어 아티스트 한요한의 솜씨다. “고급스러움을 지향하는 것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싸고, 우리 취향이 묻어난 것들로 채우기로 하면서 육일봉이 완성됐어요. 이 공간에 새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전부 평소 모아놨던 소품들이에요.”
주소 서울시 중구 을지로 16길 20 6층
SNS @youkillbong
④ 컨템퍼러리 갤러리 바, N/A
을지로의 어둡고 시끄러운 철공소들 사이에 컨템퍼러리 갤러리 바 엔에이(N/A)가 있다. 엔에이는 사진가 2명이 운영하는 작업실 겸 전시도 하는 바다. 오래되고 낡은 콘크리트 벽에는 사진 몇 점이 걸려 있는데, 사진을 감상하는 사람들의 손에는 모두 와인잔이 들려 있다. 엔에이의 박진우 대표는 말했다. “오래된 공간에 엔에이를 만들면서, 을지로의 다른 장소들이 풍기는 복잡한 느낌은 최대한 배제했어요. 엔에이를 제외하면 이 거리에는 철공소뿐이고요. 공간의 안팎으로 느껴지는 이질감을 좋아합니다.” 엔에이에서는 낮에도 홀로 조용히 작품을 감상하며 와인을 홀짝이기에 좋다. 진행하는 전시에 따라 공간의 배치를 바꾸기에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주소 서울시 중구 을지로 4가 35 2층
SNS @nslash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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