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오디티>는 ‘뮤직 크리에이티브 그룹’으로 자신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이 세상을 바꿔온 건 세상의 모든 오디티들이었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하는 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음악 기반의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팬덤 연구소 ‘블립(Blip)’과 ‘케이팝 레이더(Kpop radar)’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역시 세상의 모든 오디티들을 응원하는 마음에서 벌인 일들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재밌다!
지금 시대. 그러니까 2019년의 뉴미디어란 어떤 역할, 어떤 영향력을 가지고 있을까?
‘뉴미디어’라는 단어에 ‘뉴(New)’가 붙어 있지만 이미 오래된 키워드가 되어버렸다. 미디어의 정의가 ‘정보를 생산하고 중간에서 전달하는 역할’이라고 한다면 그렇다. 오히려 ‘플랫폼’이라는 키워드가 ‘뉴미디어’의 역할을 대신하는 시대가 된 것 같다.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서 누구나 콘텐츠 생산자가 되고, 누구나 미디어가 될 수 있으니까. 결국 ’개인’과 ‘회사’가 같은 환경과 조건에서 함께 경쟁하고 있는 식이다. 유튜브 구독자 1명을 확보하고 좋아요 1개를 얻는 조건은 동일하기 때문에 꼭 ‘개인 브랜드’와 ‘회사 브랜드’가 싸움을 벌이는 것 같다. 그래서 2019년은 ‘뉴미디어’라는 단어가 ‘탈미디어’가 되는 시기로도 해석된다.
<스페이스 오디티>는 뉴미디어로서 어떤 시도들을 해왔나?
<스페이스 오디티>는 처음부터 ‘탈미디어’를 염두에 두고 출발했던 것 같다. 음악 업계의 다양한 크리에이터들과 네트워크를 연결해 함께 만들고, <스페이스 오디티>를 통해 소개하고 싶었기 때문에 우리는 스스로 콘텐츠 생산자이자 미디어, 나아가 플랫폼이길 바랐다. 그래서 <스페이스 오디티>의 로고 중 ‘O’를 강조한 이유도 <스페이스 오디티> 안에 다양한 사람들의 얼굴이 들어올 것을 생각해 작업했다. 브랜드가 이제는 미디어가 될 수 있는 환경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자체 미디어를 염두했고, 이것이 현재 목요일마다 음악과 트렌드를 전하는 뉴스레터, ‘오디티 스테이션’으로 세상에 나오게 됐고, 자체적인 기사를 생성하는 <오디티 매거진>이 되었다. 나아가 1백 명의 크리에이터들을 주인공으로 토크 행사 ‘오디티 토크’를 2년 동안 총 7회 진행하면서 뉴스레터와 온라인, 오프라인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플랫폼을 완성했다.
케이팝 레이더(www.kpop-radar.com)라는 콘텐츠도 있다.
전통적인 미디어의 형태는 아니지만, ‘케이팝 레이더’는 케이팝에 관련한 정보와 콘텐츠를 다루는 플랫폼인데, 직접 정보를 생산하고 전달하는 미디어의 형태가 아니라, 흩어져 있는 케이팝 아티스트들의 정보와 데이터들을 요약해서 한눈에 보여주는 대시보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케이팝 레이더가 첫 번째 결과물이고 이후 또 다른 형태의 모바일 앱 서비스와 종이 잡지도 준비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뉴미디어의 어떤 점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까?
<스페이스 오디티>는 음악과 그 주변에서 일어나는 트렌드, 나아가 음악적 인물과 사건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콘셉트가 분명하기 때문에 우리는 한편으로 ‘취향 커뮤니티’를 만들어가고 있다. 거기에 ‘영감’ ‘인사이트’ 등의 단어가 더해질 수도 있는데, 우리가 느끼는 밀레니얼 세대는 단순히 ‘취향’을 즐기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서 영감이나 인사이트에 영향을 받으니까. 그렇게 받은 영향이 어떻게 표현되는지도 굉장히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앞으로 뉴미디어에서 생산하는 콘텐츠가 놓일 가장 영향력 있는 채널을 꼽자면?
태어난 지 20년 가까이 되는 블로그는 한물간 것 같지만, 여전히 나름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고, 또 다른 형태의 블로그로도 진화하고 있다. 유행이 지나갔던 트위터는 다시 중요한 SNS 목록에 올랐고 ‘쇼트 비디오 포맷’이라는 독특한 시스템의 틱톡이 새롭게 유튜브를 위협하지만, 영향력은 약하다. 결국 각자의 영역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 동영상이 대세여도 텍스트는 사라지지 않았다. 텍스트는 텍스트의 목적, 필요성이 분명하니까. 즉 시대를 지나오면서 플랫폼의 형태는 많아졌지만 각자 역할이 있고, 영역이 있다. 결국 기존의 미디어들은 어떻게 적응하고, 나름대로 활용될지가 관건이 됐다. 모든 플랫폼은 이제 잘할 수 있는 일을 한다. 전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올드 미디어와 뉴미디어든, 지금 한국을 대표하는 미디어는 어떤 매체일까?
올드 미디어와 뉴미디어가 혼재된 상황에서, 세대별로 어떤 미디어가 브랜딩이 잘되어 있는지가 관건이다. 그렇다면 과연 ‘대표적인 미디어’라는 것이 존재할지 의문이다. 이 시선에서 바라본다면 ‘커뮤니티’나 ‘나무위키’ 같은 집단 지성의 플랫폼이 한국을 대표하는 매체에 가깝다고 생각된다.
<스페이스 오디티>가 만들어낸 콘텐츠 중에서 밀레니얼 세대가 주목했던 의외의 콘텐츠는 어떤 것이 있나?
‘디깅클럽서울’이다. 네이버문화재단과 함께 진행한 콘텐츠로, 20세기의 시대를 앞서간 한국 가요들을 21세기의 떠오르는 인디 뮤지션들이 재해석하는 프로젝트였다. 시티팝의 유행을 감지하며, 한국에서도 이런 시도가 가능하다고 판단했고, 옛날 가요를 처음 접하는 밀레니얼 세대는 분명히 반응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최근에 만든 콘텐츠들은 밀레니얼 세대에게 어떤 반응을 얻고 있을까?
최근 콘텐츠라면 ‘케이팝 레이더’ 그리고 ‘2019 글로벌 케이팝 세계 지도’ 인포그래픽이 있다. 케이팝 레이더는 팬덤의 수치를 SNS와 유튜브의 숫자를 기반으로 해서 플랫폼별 차트와 아티스트별 대시보드로 제공했는데, 광고 없이도 1개월 만에 3만 명 가까이 방문했을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그중 50% 가까이는 해외에서 유입됐고. ‘2019 글로벌 케이팝 세계 지도’ 역시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정부 측으로부터 호평도 받았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접근한 콘텐츠가 얼마나 대중적일 수 있는지 알아볼 수 있는 성공 모델로 판단된 것 같다.
밀레니얼 세대가 소비하는 미디어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것들은 어떤 게 있을까? 3개의 키워드로 정리해본다면.
‘브랜딩’이라는 하나의 키워드가 모든 의미를 함축적으로 담을 수 있을 것 같다. 개인과 회사가, 미디어와 브랜드가 모두 같은 플랫폼 안에서 경쟁하는 시대다. 각자의 전문 카테고리 안에서 나름 역할을 맡아 유저들이 소화하기 쉽게 콘텐츠를 만들며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 중요한 흐름이지 않을까. 정리하면 ‘얼마나 많은 팬을 만드느냐’.
지속 가능한 미디어가 되기 위해서는 사업적으로 어떤 확장과 변화를 시도해야 할까. <스페이스 오디티>의 수익 시스템을 예로 들어보자면.
이전과 다르게 지금은 누구나 미디어가 될 수 있는 시대다. 따라서 수익 구조 역시 반대의 환경이 됐다. 앞서 설명한 <스페이스 오디티>의 활동은 ‘캐시카우’라는 목표를 갖는 메인 비즈니스의 영역이 아닌 <스페이스 오디티>가 추구하는 ‘크리에이터 연합 네트워크 플랫폼’의 근간을 만드는 활동들이다. 우리는 이를 통해 다양한 상업 콘텐츠, 브랜디드 콘텐츠, 커머스 등으로 수익을 확장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