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대 대표가 이끄는 <북저널리즘>은 북과 저널리즘의 합성어다. 말 그대로 책처럼 깊이 있게, 뉴스처럼 빠르게 정보를 전달하는데, 현실과 밀착한 지식, 지혜로운 정보들을 채집해 추린다. 전문가의 기자화를 통해 최소 시간에 최상의 지적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
미디어는 어떻게 변화했나. 그렇다면 현재 뉴미디어의 역할은 뭘까?
뉴스로 한정해 이야기해보면, ‘뉴스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까지 뉴스는 팔목을 좌우로 움직여 소비하는 것이었다. 1990년대 후반이 되자 뉴스는 마우스를 스크롤하며 소비하는 것이 되었고, 2009년 아이폰이 국내에 등장하면서부터 스크린을 밀어 올리며 소비하는 것이 되었다. ‘뉴’미디어라고 해서 그 안에 담긴 내용마저 완전히 새로워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뉴미디어의 역할은 콘텐츠를 드러내고, 전파하고, 이용자의 피드백을 수집·반영하는 새로운 방식을 모색하는 것이 아닐까.
<북저널리즘>은 뉴미디어로서 어떤 시도들을 해왔나?
내용 면에서는 북과 저널리즘의 합성어인 ‘<북저널리즘>’을 만들고 있다. 책은 깊이가 있지만 시의성이 아쉽고, 뉴스는 시의성이 있지만 깊이가 아쉽다. 우리는 책의 깊이와 뉴스의 시의성을 결합한 지적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나아가 콘텐츠를 담는 그릇인 ‘컨테이너’도 다양하게 꾸리고 있다. 작고 얇은 책에서부터 15분이면 완독이 가능한 디지털 콘텐츠까지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콘텐츠를 펴낸다. 오디오북, 팟캐스트, 뉴스레터도 발행한다. 올 하반기에는 북클럽, 북토크, 강연 같은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강화할 생각이다. 오프라인 모임은 ‘대면’ 콘텐츠다. 현재 영국의 <가디언> <이코노미스트>와 파트너십을 맺고 롱폼(long-form) 콘텐츠를 선별해 번역·소개하고 있는데, 해외 미디어와의 협업도 늘릴 계획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뉴미디어의 어떤 점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까?
연결성. 많은 회사가 ‘커뮤니티 서비스 기업’으로 전환하고 있다. 비단 뉴미디어 회사뿐만 아니라 식음료, 의류, 공간, 커머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회원에게 뉴스레터를 보내고, 슬랙 채널을 개설해 소통하고, 오프라인 모임을 기획하고, 한정판 굿즈를 제공한다. 작지만 강력한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콘텐츠가 생산되고, 소비되는 구조다.
올드 미디어와 뉴미디어 무엇이든, 지금 한국을 대표하는 미디어는 어떤 매체일까?
<조선일보>와 유튜브. 텍스트 중심의 콘텐츠 업계에서 <조선일보>의 영향력을 넘어선 매체는 아직 없다고 생각한다. 신문 산업이 위기를 겪고 있다지만 <조선일보>의 유료 부수는 1백20만 부다. 책으로 치면 매일 밀리언셀러를 배출하고 있는 셈이다. 또 ‘영상 시대’이니만큼 지금의 한국을 대표하는 미디어는 ‘유튜브’가 아닐까. 역시 이유는 간단하다. 지난 8월 한국인이 가장 오래 사용한 앱은 유튜브(4백60억 분)였으니까.
그럼 최근 가장 눈여겨보고 있는 뉴미디어는 무엇인가?
국내에선 <리디북스> <퍼블리> <폴인> <듣똑라> <뉴닉>을 눈여겨보고 있다. 해외 미디어로는 <악시오스(Axios)> <시프티드(Sifted)> <스마트뉴스(SmartNews)> <쿼츠(Quartz)> <모닝브루(Morning Brew)>를 자주 살펴본다.
결국 밀레니얼 세대에게 앞으로의 ‘미디어’는 어떤 역할이 중요시될까?
과거에는 정보 자체가 비쌌다. 1970년대 일간지의 1면을 살펴보면 기사가 10개 이상이다. 그러나 오늘자 일간지의 1면을 보면 기사가 4개 안팎이다. 일간지 1면의 구성이 ‘단순 사실’ 전달에서 ‘해석과 맥락’ 전달로 이동한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이제 정보는 값이 싸다. 비싼 것은 그 정보를 해석하는 일이다. 인터넷에 거의 정보가 무한대로 널려 있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세대에게, 미디어는 정보 자체가 아니라 정보의 해석을 제공해야 한다.
밀레니얼 세대가 소비하는 미디어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것들은 어떤 게 있을까? 3개의 키워드로 정리해본다면.
선별, 정제, 해설. 무수히 많은 정보 속에서 꼭 알아야 하는 것들을 선별하고, 가장 이용하기 좋은 형태로 정제하고, 정보의 나열이 아니라 관점과 통찰이 담긴 해석을 제공해야 한다. 나아가 밀레니얼이 소비하는 미디어가 되기 위해서는 데이터, 접근성, 커뮤니티가 필요하다. 공급자의 직관에만 의존하지 않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콘텐츠를 생산하고, 다양한 환경에서 콘텐츠를 편리하게 소비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지금 미디어 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이슈는?
게임 방송 플랫폼 ‘트위치’를 주목하고 있다. 트위치를 처음 접했을 때는 게임 마니아들의 채널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트위치를 다룬 우리의 신간 <슈퍼 팬덤의 커뮤니티, 트위치>를 읽고는 생각을 달리하게 됐다. 실시간 방송 같은 동기화 콘텐츠가 왜 인기일까? 시간의 제약이라는 불편함을 상쇄하는 가치는 뭘까? 결국 ‘연결’이 아닐까? 트위치에서 미디어가 커뮤니티로 변화해가는 모습을 발견했다.
이제 미디어는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할까?
모든 제품과 서비스가 ‘미디어’가 되고 있다. 빌 게이츠는 이미 23년 전에 ‘콘텐츠가 왕이다’라면서 ‘인터넷이 아이디어, 경험, 상품이 거래되는 콘텐츠의 마켓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로 한국에서도 명함 앱 ‘리멤버’가 양질의 경제 뉴스를 제공하고, 배달 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도 웹툰 앱 ‘만화경’을 내놨다. 기업들이 자체 뉴스룸을 구축하는 건 더 이상 뉴스거리도 되지 않을 정도다. 이처럼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북저널리즘>은 ‘바뀔 것’보다 ‘바뀌지 않을 것’에 집중하려고 한다. 우리의 미션은 ‘최소 시간에 최상의 지적 경험을 제공하고, 최고의 저자를 찾아 최상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전제하에서 다양한 시도를 펼칠 예정이다. 스타트업의 존재 이유는 문제 해결이다. 콘텐츠 이용자 입장에서 불합리했던 부분, 불편했던 부분, 필요했던 부분을 하나씩 개선해나갈 생각이다.
밀레니얼은 곧 30대가 된다. 다음 세대인 2000년대생들은 다시 미디어에 무엇을 원할까?
모든 회사가 미디어 회사가 되면(또는 미디어 회사의 성격을 일부 지니게 되면), 역설적으로 다음 세대에게 지금과 같은 미디어 회사는 존재하지 않게 된다. 회사별 매출 구조에서 미디어로 인한 매출의 비중이 다를 뿐, 광의의 의미에서 보면 모두 미디어 회사니까. 이런 환경이라면, 2000년대에 태어난 이용자들은 ‘미디어와 커머스의 결합’ ‘미디어와 하드웨어의 결합’ ‘미디어와 공간의 결합’ 등 더 새롭고 다양한 조합을 요구하게 되지 않을까. 전통적인 미디어 회사들이 오프라인을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데 시행착오를 겪었듯이, 미디어와 다른 분야를 결합하는 데도 초기에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과거 사례를 살펴볼 때, 미디어 회사보다 다른 분야의 회사가 결합에 먼저 성공할 가능성도 적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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