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은 문화부 기자, 이지상 정치부 기자, 홍상지 사회부 기자가 머리를 맞대 만든 ‘<듣똑라>’는 이름 그대로 듣기만 해도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똑똑한 콘텐츠를 전한다. 쉽고, 재밌고, 친절한 방법을 통해 밀레니얼 세대가 원하는 이야기들을 팟캐스트와 유튜브, 뉴스레터 등 다양한 채널로 풀어내고 있다.
지금 시대. 그러니까 2019년의 뉴미디어란 어떤 역할, 어떤 영향력을 가지고 있을까?
현재 한국의 뉴미디어 플레이어들이 어떤 목표로 일하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으로 이해해도 될까? 지금 한국에서 뉴스를 접하는 가장 익숙한 방식은 포털 사이트다. 편하긴 하지만 문제점도 많다. 어뷰징 기사, 욕설이 섞인 댓글창, 실검 공해 등 불편한 요소가 많다. 무엇보다 각 매체가 독자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신뢰도 저하’도 문제다. 반면 요즘 등장하는 ‘뉴미디어’는 포털 사이트 없이도, 독자와 연결되는 방법을 찾고 있다. 더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그게 유튜브나 팟캐스트 같은 특정 플랫폼을 통해서든, 각자의 채널이나, 이메일 뉴스레터를 통해서든, 자기만의 집을 짓고 그곳에서 타깃 독자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노력들을 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더 개인화된 서비스를 원하니까. 그래서 지금 뉴미디어는 ‘독자 중심’으로 독자의 욕구와 감수성을 시시각각 반영해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동시에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다양한 실험들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광고에만 의존하지 않고 디지털 구독 모델을 도입한다든지 하는 식이다. 포털 사이트에 종속되면서 전통 미디어의 위기가 시작되지 않았나. 뉴미디어는 독자적인 수익 모델을 만들어 이 위기를 돌파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듣똑라>는 뉴미디어로서 어떤 시도들을 해왔고, 무엇을 계획 중인가?
현재 <듣똑라>의 주 채널은 ‘팟캐스트’다. 우리는 기존 뉴스보다는 깊이 있고 친절한 시사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주 청취층은 밀레니얼 세대인데, 어느 세대보다 지식 수준이 높고, 지적 욕구도 강하다는 판단이다. 그런데 이들은 일상이 매우 바쁘니까, 포털 사이트에 쏟아지는 모든 뉴스를 다 찾아볼 시간이 없다. 우리는 밀레니얼 세대가 중요하다고 생각할 만한 뉴스를 선별해서, 개념 정리부터 역사와 맥락을 더해 큰 그림을 그리는 콘텐츠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바쁜 출근길, 우리 방송만 잠깐 들어도 주요 이슈의 큰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또 <듣똑라>는 ‘온디맨드 뉴스’를 지향한다. 독자들의 피드백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다양한 창구를 열어 최대한 많은 의견을 듣는다. 함께 만들어나가는 거다.
이를테면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독자들과 많은 소통을 하나?
<듣똑라>는 팟캐스트로 시작했지만 뉴스레터, SNS, 유튜브 채널로 확장하고 있다. 우리는 ‘듣똑러’들이 가장 편하게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도록 뉴스의 소비 패턴을 디자인할 계획도 있다. 예를 들어 팟캐스트에서 시사 콘텐츠를 듣고, 이후 업데이트되는 소식은 매주 금요일, 뉴스레터로 받아 보는 식이다. 방송에 나온 주요 내용을 다시 보고 싶은 분들을 위해, 방송의 주요 내용을 갈무리해 SNS에 올리기도 하고. 직접 만나서 의견을 나누고 싶은 분들을 위해서는 소셜 클럽도 열고 있다. 이제 시작 단계지만, 더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접근성을 높이고 자연스럽게 ‘듣똑러’의 삶 속에 녹아들고 싶다.
밀레니얼 세대는 뉴미디어의 어떤 점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까?
콘텐츠를 만드는 제작자의 ‘태도’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해당 미디어의 ‘톤앤매너’를 민감하게 본다는 거다. 콘텐츠 제작자가 균형 감각이 있는지, 어떤 목표, 어떤 진정성을 갖고 임하는지, 얼마나 독자와 소통하려고 하는지, 기본적인 인권 감수성이나 젠더 감수성을 갖추고 있는지 등을 유심히 본다. 우리는 기존의 ‘레거시 미디어’보다 ‘뉴미디어’가 밀레니얼 세대의 감수성을 더 잘 이해한다고 생각하는데, 뉴미디어에 종사하는 사람 대부분이 밀레니얼 세대여서 동 세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동 세대의 감수성을 이해한 콘텐츠를 잘 만들 수 있는 거지. 그것을 잘하는 매체가 결국 오래 살아남지 않을까?
앞으로 뉴미디어에서 생산하는 콘텐츠가 놓일 가장 영향력 있는 채널을 꼽자면?
유튜브의 영향력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젊은 세대일수록 영상 콘텐츠를 소구하니까. 현재 유튜브를 대체할 만한 막강한 플랫폼은 없는 것 같다. 그 외에 우리가 주목하는 분야는 ‘오디오 시장’이다. 실제로 지금 미국에선 오디오 시장이 날로 성장하고 있다. 작년 미국의 팟캐스트 광고 시장 규모는 50% 이상 성장했고, 스포티파이가 팟캐스트 콘텐츠 제작사 김릿미디어를 인수한 것도 고무적인 이슈였다. 한국의 팟캐스트 시장은 이제 시작 단계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콘텐츠의 종류나 형식이 더 다양해질 여지도 많다. AI 스피커나 자율주행차 등의 기술이 지금보다 더 발전한다면 오디오 콘텐츠에 대한 니즈도 훨씬 커질 것이다.
<듣똑라>가 만들어낸 콘텐츠 중에서 밀레니얼 세대가 주목했던 의외의 콘텐츠는 어떤 것이 있나?
의외까지는 아니지만, 경제·재테크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많더라. 올해 초에 경제부 기자와 ‘전세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이라는 콘텐츠를 만들었는데, 재생 수가 폭발적으로 올라가서 다들 놀랐던 기억이 있다. 이후로도 경제 콘텐츠는 늘 높은 재생 수를 기록하고 있다.
왜 그럴까.
이유를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기존의 경제 뉴스는 어려웠으니까. 생소한 용어는 많은데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뉴스는 거의 없었으니까. 하지만 경제나 재테크 이슈들은 살면서 꼭 필요한 정보지 않나. 그래서 이슈의 전체 맥락과 내용을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기초 지식을 충실히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가 소비하는 미디어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것들은 어떤 게 있을까? 3개의 키워드로 정리해본다면.
균형감, 팩트 체크, 진정성.
이제 미디어는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할까?
미래의 미디어가 어떤 형태로 변화될지,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우리도 늘 고민하고 있다. 다만 요즘 드는 생각은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Back to the basic)이 우리의 역할이 아닐까’ 하는 거다. 최근 미디어 상황이 워낙 거짓 정보, 허위 정보 남발, 페이크 뉴스 등장 등 혼란스럽지 않나. 이럴 때일수록 미디어는 펙트 체크(Fact Check)를 강화하고 뉴스의 본질을 꿰뚫는 역할을 잘해야 하지 않을까. 세계가 양극화되고 갈등이 첨예해질수록 누군가는 균형감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것은 곧 신뢰의 문제이기도 하고. 또 더 이상 미디어가 똑같은 ‘공장형 뉴스’를 제작해서 일방향으로 제공하는 시대가 아니니까. 사용자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고, 개인화된 독자에게 맞춤형으로 정보를 큐레이션해서 정기적으로 제공하는 역량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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