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을 ‘덕후’처럼 파고드는 것이 옳다고 믿었던 테크 리뷰 업계에 <디에디트>의 등장은 신선했다. 기술을 잘 안다고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이 기술을 쓰면 이런 라이프스타일을 즐길 수 있다고 말하는 미디어는 충격이었다. <디에디트>는 테크 제품 리뷰에만 한정하지 않는다.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살아가는 재미인 듯하다. <디에디트>는 좌청룡우백호 아니 이혜민, 하경화 두 에디터가 만든 라이프스타일 미디어다.
미디어 시장만큼 격렬한 전쟁터가 또 있을까? 뉴미디어의 등장은 기존 미디어의 문법을 넘어 신선한 기획 기사를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디에디트>는 기존 테크 리뷰 기사의 형식을 뛰어넘은 미디어로 보인다. <디에디트>가 생각하는 지금 시대의 뉴미디어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는 규모나 시기의 문제일 뿐이라고 본다. 기존 미디어와 뉴미디어의 구분은 무의미하다. 그럼에도 현시점에 뉴미디어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기존 미디어를 소비하던 독자가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해 준비된 미디어라고 말할 수 있겠다.
IT 미디어 업계에서는 <디에디트>의 시작을 흥미롭게 지켜봤다. 여성을 위한 테크 리뷰라는 슬로건은 혁신적이었다. <디에디트>의 탄생이 궁금하다.
<디에디트>는 이혜민, 하경화 두 명의 에디터가 만든 미디어다. 사실 우리는 지금 논하는 뉴미디어의 반대말이라 할 수 있는 ‘올드 미디어’ 출신이다. 각각 패션지와 전문지에서 일을 시작했다. 기존 미디어의 문법을 착실히 배워왔다. 하지만 기존 미디어의 세계에서 약간 갈증을 느꼈던 것 같다. 그건 바로 ‘화자의 목소리’를 죽여야 한다는 점이다. 기존 미디어에서는 철저히 팩트를 기반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학습해왔다. 기자 개인의 성향이나 취향을 드러내는 건 철저히 금기였다.
전문지에서 강조되는 것은 팩트 기반의 기사다. 기자의 개성보다는 매체의 문법이 우선시되며, 화자의 목소리보다는 사실 전달이 중요하다. <디에디트>는 그런 생리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감행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시도를 했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디에디트>는 리뷰라는 포맷을 주력으로 소비의 즐거움에 대해 다루는 미디어다. 글을 쓰는 사람의 캐릭터를 분명하게 드러내는 미디어를 만들자는 게 우리의 첫 번째 새로운 시도였다. 지금이야 유튜브나 소셜 미디어를 기반으로 한 ‘인플루언서 열풍’이 대단하지만, 시작 당시만 해도 화자의 캐릭터를 전면에 드러낸다는 건 용기가 필요한 시도였다.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 지나간 연애, 주식에 실패한 경험까지 콘텐츠에 캐릭터를 부여할 수 있는 이야기라면 무엇이든 꺼내 썼다. 독자들에게 화자에 대한 애정을 심어주고 싶었다. 굳이 ‘미디어’라는 정체성에 갇히지 말고 가까운 사람이 말하는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친근한 콘텐츠를 만들자는 마음이었다. 확실히 초반에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이 전략이 성공적으로 작용했고, 에디터들 스스로도 굉장히 재밌는 과정이었다.
두 에디터가 꾸려가던 시절을 지나, 곧이어 테크 브랜드들이 주목하는 매체가 되었다. 얼마 뒤에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까지도 <디에디트>를 찾았다. 급격히 성장한 지금 <디에디트>가 계획하는 것은 무엇일까?
현재는 ‘화자’의 목소리를 넘어서 ‘독자’의 목소리를 담는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다.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소규모 미디어의 장점이 ‘소통’이니까. 이를테면 스마트폰이나 카메라 리뷰를 하면서 독자들이 직접 찍은 사진을 응모받아 작은 사진 공모전을 열기도 했다. 자신들의 사진이 소개된다는 것 자체에 사람들이 즐거워하고 열광했다. 지금은 이탈리아의 시칠리아로 한 달 동안 사무실을 옮겨서 근무 중이다. 이 한 달 살기 콘텐츠에도 독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싶었다. 그래서 구독자 중에 인턴을 모집해서 두 명과 함께 왔다. 총 4백 명 정도가 각자의 사연과 이야기를 보내왔다. 이 과정 자체가 소통이 되고 콘텐츠가 된다. 우리의 콘텐츠를 보는 사람들이 가진 생각과 고민을 함께 풀어내고 싶다.
정보력과 접근성, 트렌드 등 뉴미디어에 요구되는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특정하자면 밀레니얼 세대는 뉴미디어의 어떤 점에 반응한다고 생각하나?
눈높이가 같다는 점이다. 밀레니얼은 그동안 자신의 입장을 대변해줄 미디어가 없었다. 현재 국내 뉴미디어 대부분은 화자가 밀레니얼이다. 동 세대의 목소리와 문법에 귀 기울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뉴미디어 또한 밀레니얼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고 콘텐츠를 제작하고 전하고자 노력하는 것 같다. 그러니까 같은 세대의 눈높이에 반응한다고 할 수 있다.
<디에디트>는 다양한 플랫폼에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지금 각광받는 플랫폼을 비롯해 이제 사용자가 생겨나는 플랫폼을 포함해 생각해보자. 뉴미디어 콘텐츠는 어디에서 가장 영향력을 발휘할까?
당연히 유튜브다. 뉴미디어는 밀레니얼 세대뿐만 아니라 그다음 세대까지 준비해야 한다. 영상 제작은 더 이상 전문적이거나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일상적인 차원에서 영상 제작이 이루어지고 소비된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인터뷰하는 현재 <디에디트>는 시칠리아에 머물고 있다. 한국에서도 일이 많아 바쁘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시칠리아에서 그 많은 업무를 어떻게 소화하는지도 궁금하다. 요즘 가장 힘든 것은 무엇인가?
<디에디트>의 브랜딩과 경영에 대한 고민이다. 지금 중요한 화두이고, 미래를 생각한다면 전략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과정인데, 여전히 콘텐츠를 만드느라 시간이 없다는 게 힘들다.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시간이 없다는 점이 가장 힘든 부분이다.
현재 눈여겨보고 있는 뉴미디어를 꼽자면 무엇인가?
<닷페이스>의 성장을 언제나 지켜보고 있다. 뉴미디어는 트렌드나 독자 목소리에 무조건 휘둘리지 말고 방향성과 브랜드를 지켜가는 일이 가장 힘들다. 그런데 <닷페이스>는 한 계단 더 나아갈 수 있음을 다양한 콘텐츠 시리즈로 계속 증명한다.
이제 미디어는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할까?
미디어가 일방적으로 소통하는 시대가 지나고, 독자가 직접 자신의 문화와 입장을 대변해주는 미디어를 선택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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