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 신기호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변화의 기로에 선 지배자
NBA 역사상 여섯 번째 파이널 3연패에 도전했던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2018-19시즌 여정은 최종 준우승으로 마무리되었다. 4년 연속 서부 콘퍼런스를 제패했지만, 동부 콘퍼런스에서 올라온 강호, 토론토 랩터스의 벽을 넘지 못했다. 무소불위의 득점 사냥꾼, 케빈 듀런트와 올스타 슈팅가드 클레이 톰슨, 그리고 인사이드의 살림꾼 케본 루니 등 주축 선수들이 전부 부상 변수를 겪었기 때문에 결과는 더욱 아쉽다. 주목할 점은 올해 파이널이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현재 전력으로 우승에 도전할 마지막 기회였다는 것이다. 2018-19시즌을 끝으로 케빈 듀런트와 클레이 톰슨, 드마커스 커즌스 등 핵심 전력은 FA(Free Agent) 신분으로 시장에 나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분명, 지난 몇 년간 우승권 전력을 유지하기 위해 무리한 샐러리캡(salary cap) 운영이 동반되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NBA 샐러리캡 제도는 선수단 연봉 총액이 기준치 이상인 팀에게 다양한 페널티를 부과하고 있으니까.
쉽게 말해 황금 전사 군단은 전력 손실을 만회하기 힘든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과거 2014-15시즌 당시 스테픈 커리와 클레이 톰슨, 드레이먼드 그린 등 자체 드래프트를 통해 얻은 젊은 선수들과 숀 리빙스턴과 리안드로 발보사등 가성비 좋은 베테랑들이 똘똘 뭉쳐 팀을 정상에 올렸던 장면을 떠올려보면 격세지감이 따로 없다. 구단 수뇌부는 2019년 오프 시즌에 앞서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전력 보강을 통한 우승권 전력 유지와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사이’의 갈림길 정도로 나눠볼 수 있는 상황이다. 단, 후자를 선택하긴 힘들다.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신축 구장 체이스 센터(Chase Center)에서 첫시즌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신축 구장에서의 흥행을 고려하면 리빌딩은 선택지에서 배제해야 한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파이널 무대에서 큰 부상을 겪은 케빈 듀런트와 클레이 톰슨이 FA로 풀렸다. 그리고 파이널 3연패 도전 과정에서 투혼을 불살랐던 선수들도 있다. 해당 선수들과 재계약에 나서지 않을 경우, 팬덤 반발에 직면할 위험이 꽤 크다.
그리고 구단은 팬들의 바람에 맞춰 전력 손실을 최소화했다. 우선 스플래시 브러더스의 한 축인 클레이 톰슨과 5년, 약 1억9천만 달러의 맥시멈 계약을 성사시켰다. 여기에 케빈 듀런트가 결국 브루클린 네츠로 떠나서 아쉽지만, 꽤 쏠쏠한 유산을 남겨줬다. 샐러리캡 제한 우회로 중 하나인 ‘사인&트레이드(Sign&Trade)’를 통해 올스타 볼 핸들러, 디안젤로 러셀이 황금 전사 군단 유니폼을 입게 된 것이다(4년 약 1억1천7백만 달러 계약)! 알렉 벅스, 윌리 컬리-스테인, 오마리 스펠맨 등 신인들이 다수 합류한 것도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겐 분명 플러스 요인이다. 역동적인 업템포 전술 운영에 적합한 자원들을 수급했다는 평가다. 안드레 이궈달라, 숀 리빙스턴 등베테랑들과 작별한 장면은 아쉬웠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서부 콘퍼런스 판도는 어떻게 될까? 서부 콘퍼런스에서는 차기 시즌에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앤서니 데이비스가 합류한 LA 레이커스, 슈퍼스타 카와이 레너드와 폴 조지가 뭉친 LA 클리퍼스, 약점 보강에 성공한 유타 재즈, 제임스 하든이 건재한 휴스턴 로케츠, 니콜라 요키치의 덴버 너게츠 등이 새 시즌 우승 후보로 지목된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 CEO 출신인 스티브 발머가 구단주인 LA 클리퍼스 전력이 꽤 위협적이라는 평이다. 슈퍼스타 듀오에 2017-18시즌부터 2년 연속 올해의 식스맨인 루 윌리엄스, 그리고 각각 페인트존과 일선 수비의 야수 몬트레즐 해럴, 패트리 베벌리가 핵심 전력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파이널 MVP 레너드의 에이스 본능 역시 소속 팀을 우승권으로 이끌기에 손색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LA 클리퍼스는 2019-20시즌 개막에 앞서 올인(ALLIN)을 선포했다. 다시 말해 미래가 아닌, 현재에 총력을 쏟아부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NBA의 다음 시즌을 예상하는 건 늘 어려운 수학 공식처럼 난해한 패턴을 풀어가는 과정이었다. 하지만 2019-20시즌만큼 흥미진진했던 변화는 드물다. 서부 콘퍼런스의 변화와 잠시 왕관을 내어준 황금 전사,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움직임이 주목되는 건, 다르게 짜인 두 축이 분명 NBA 전체의 판도를 뒤흔들어놓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변화든, 변화가 가져온 위기론이든, 물론 그렇다고 해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잊으면 곤란하다. 스테판 커리와 디안젤로 러셀, 클레이 톰슨(시즌 후반부 복귀 예정)이 포함된 가드 전력은 여전히 리그 최고 수준이니까. 선수들의 면면만 보더라도 분명, 코트를 화려한 공격 농구로 불태우겠다는 복안이다. 그리고 스티브 커 감독 이하 코칭 스태프의 존재감도 잊지 말자. 지난 4년 동안 정상권에서 군림했던 경험은 황금 전사 군단의 가장 큰 자산이다. 수성이 아닌, ‘제2의 창업’ 각오로 임하는 자세도 기대된다. 새로운 경쟁은 언제든지 환영이다.
WORDS 염용근(NBA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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