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동석
마동석에게 액션은 드라마다.
필모그래피가 빼곡하다.
작년에만 영화 세 편을 촬영했다. <성난황소>는 찍자마자 개봉했고, <악인전>은 본래 계획대로 개봉했고, <나쁜 녀석들: 더 무비>는 조금 늦게 개봉한다. <나쁜 녀석들: 더 무비>는 개봉 일정을 추석에 맞췄다. 배급사에서 영화를 재미있게 봤다는 뜻이니 다행이라 여기고 있다.
<나쁜 녀석들>은 드라마도 재밌었다.
드라마 괜찮았지. 촬영할 때도 진짜 재밌었다.
한 해에 세 편의 액션 영화를 찍으면 몸에 무리가 되지 않나?
그 이상은 할 수가 없더라. 실제로 사람이 1~2분만 치고 받고 싸워도 숨이 차고 힘들다. 액션 연기는 10시간씩 싸우니 몸이 견뎌내질 못했다. 액션을 반복하는 건 정말 힘들었다.
합을 맞춰도 아프니까.
음, 프로 레슬링을 생각하면 될 거다. 프로 레슬링은 연극처럼 스토리가 짜여 있지만 실제 많이 다친다. 진통제를 달고 사는 프로 레슬러들과 비슷한 것 같다.
<나쁜 녀석들: 더 무비>의 박웅철을 연기했다. 드라마에서와는 어떤 차이가 있나?
드라마에서는 그냥 조폭, 깡패로 나왔다. 영화에서는 조금 더 세밀한 설정을 했다. 설정을 신경 쓴 이유는 조폭을 미화하고 싶지 않아서다. 박웅철이 형을 사는 이유는 굉장히 많은 사람들에게 폭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폭력배들만 폭행했다. 박웅철은 폭력배 사이에서 혼자 움직이는 용역 그러니까 프리랜서와도 같다. 일반인은 건들지 않고, 음지에서만 활동했다. 여럿에게 폭력을 가해 28년간 수감 생활을 하게 된다. 감독님의 설정은 이렇다. 영화에서 폭력배들이 나오지만 박웅철은 그 어느 집단에도 섞이지 않는 프리랜서다. 설정에 힘입에서 드라마보다 조금 더 강력한 액션을 많이 보여준다. 볼거리는 많다.
확실히 한국 영화는 총이 없어서 액션 신들이 더욱 창의적이다.
조금 더 현실적이라고 해야겠지. 나는 10대 때부터 복싱을 해오고 있다. 50에 가까운 지금도 조금씩 운동을 하고 있으니 운동만큼은 굉장히 오래 했다. 운동 경력이 액션 연기의 기본 바탕이 된다. 또 드라마를 위해 유도를 배웠고, 레슬링도 잠깐 배웠다. 친구에게 무에타이도 배웠고, 그 외에 여러 운동을 취미로 했지만 꾸준히 해온 것은 복싱이다. 다양한 운동을 접한 덕분에 액션 연기를 할 때 많은 도움이 된다. 힘을 과시해야 하는 연기도 있다. 집어 던지거나, 꺾기 등. 여러 영화에서 많이 해봐서 몸에 동작들이 배어 자연스럽게 구사할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액션 신을 빨리 찍어내는 편이다.
마블 영화에서도 마동석만의 액션 신을 볼 수 있을까?
음,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
캐릭터와 드라마를 쌓아가는 것이
액션의 강도를 좌우한다.”
<나쁜 녀석들: 더 무비>에서 주목할 액션 신은 뭔가?
여러 장면이 있다. 먼저 대여섯 명을 상대로 원테이크로 진행하는 액션 신이 있다. 좁은 복도에서 사십여 명과 붙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이 장면을 감독님이 제일 좋아했다. 일 대 다수 싸움이 이번 영화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박웅철 액션의 특징을 많이 담아서 기대해볼 만하다.
좁은 공간에서 다수와 싸우는 장면 하면 <부산행>이 떠오른다.
그때는 열차 안에서 좀비들과 싸웠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대 숫자가 더 많다.
액션 신은 창의적인 동작이나 카메라 워크도 중요하지만, 액션 연기의 바탕은 감정 아닐까? 감정이 액션을 더욱 돋보이게 해준다.
그렇다. 드라마가 중요하다. <부산행>에서 자신이 죽을 걸 알면서도 아내를 지키려 할 때의 극적인 감정이 있는 액션은 굉장히 와닿는 액션 연기가 된다. 드라마를 구축하지 못하고 액션 연기를 하면 액션을 위한 액션으로 보일 수 있다. 촬영 기법의 변화보다는 캐릭터와 드라마를 쌓아가는 것이 액션의 강도를 좌우한다. 그래서 액션 영화는 시나리오와 캐릭터가 중요하다.
작품을 고르는 기준이 있나?
시나리오나 캐릭터가 와닿는 정도가 그때그때 다르다. 지금은 양쪽의 영화를 한다고 생각한다. 마동석화된 다양한 액션이 돋보이는 캐릭터와 새로운 장르나 캐릭터다. 스타일리스트로 출연했던 <굿바이 싱글>, 공무원으로 나온 <38사 기동대> 같은 장르다. 얼마 전 촬영했던 <백두산>에서는 지질학자로 나온다. 액션 영화만 해서 일부러 다른 장르를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마음이 동하냐 안 동하냐의 차이다.
하지만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면서 연기 스펙트럼이 넓어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사실 연기를 사랑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연기 좀 한다고 드러내고 싶지는 않다. 그저 영화에 잘 어울릴 수만 있다면 좋겠다. 나를 펼쳐내는 것보다는 전체와 조화를 이루고 싶다. 한 장면 한 장면을 씹어 먹으면서 연기력을 발현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보다는 영화가 재밌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캐릭터가 영화를 잡아먹으면 안 된다.
40대 후반이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릎이 아플 때가 있다.
영감이나 자극을 받을 때는 언제인가?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작품을 기획하고, 제작하고, 시나리오도 만든다. 연기를 하면서 소비된다고 느낄 때 영화를 기획하다 보면 생산적인 일을 한다고 느낀다. 작품을 기획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면서 힐링한다. 영화를 기획하면 오히려 회복된다.
평소에는 연기하고 남는 시간에 기획한다. 영화에 빠져 사는 남자 같다.
그것 말고는 특별히 하는 일이 없다. 술 담배도 잘 안 하고, 운동만 한다. 남는 시간에 촬영 준비하고 기획 회의한다. 그리고 영화를 좋아한다. 많은 배우들이 연기에 매력을 느껴 일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연기보다는 영화가 좋아서 시작했다. 어떻게 영화 제작에 참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다 연기를 하게 됐다. 당연히 연기를 좋아하지만 그 시작은 여느 배우들과는 달랐다.
김아중
김아중에게 모든 작품은 전환점이다.
<나쁜 녀석들: 더 무비>에서 곽노순이라는 역을 맡았다. 원작인 드라마에서는 못 본 캐릭터다.
드라마에서는 없었던 역할인데, 영화를 위해 새로 만들었다. 먼저 곽노순은 사기 전과 5범이다. 경찰에게 붙잡혀서 호송되는 와중에 도주를 한다. 도망다니다가 다시 잡힌다. 오구탁 반장과는 과거에 인연이 있다. 그 인연 때문에 계약을 맺는다. 감형시켜주면 오구탁 반장이 원하는 범인을 찾아주겠다는 모종의 계약이다. 그래서 나쁜 녀석들은 속는 셈치고 곽노순을 팀원으로 끌어들인다. 곽노순은 자기 의견이 많다. 브레인인 듯 아닌 듯하지만 유머와 위트가 있다. 팀에 활력을 불어넣는 인물이다.
나쁜 녀석들 팀의 전략가를 상상하면 될까.
그렇다고 하기에는 조금 멋쩍은 점이 있다. 곽노순은 기본적으로 굉장히 정신없고 산만하다. 브레인보다는 사기꾼 기질이라고 해야겠지. 언변이 매우 뛰어나고 사람을 구슬리는 능력이 남다르다. 그런 능력이 사기를 치는 데 필요한 무기다. 박웅철이 전설의 주먹을 가졌다면 곽노순은 언변과 사람을 꿰뚫어보는 눈을 지녔다. 뭐 이런 것들이 사기꾼의 재능이 아닐까 싶다.
정신없고 산만한 사기꾼 김아중은 잘 연상되지 않는다. 참고 삼은 캐릭터가 있는가?
음, 영화 준비할 때 사기꾼 관련된 영화를 엄청나게 많이 봤다. 그런데 참고로 삼을 만한 캐릭터는 못 찾았다. 왜냐하면 곽노순은 <나쁜 녀석들: 더 무비>에서 사기를 치지 않기 때문이다. 사기꾼이기는 하지만 사기를 치기보다 나쁜 녀석들과 더 나쁜 놈들을 잡으러 다니기 때문에 사기꾼의 전형이 드러나기는 어렵다. 그래서인지 참고할 만한 작품이 없었다.
드라마에서 보여온 캐릭터들과 곽노순의 차이점이라면 무엇일까?
그동안 드라마의 캐릭터는 정의나 선의, 대의를 추구하는 역할이었다면, 이번 영화에서는 자신의 감형을 위해서 뛴다는 게 다른 점이다.
<나쁜 녀석들: 더 무비>는 스릴러적인 요소도 많지만 무엇보다 시원한 액션이 돋보인다. 곽노순도 액션 연기를 했나?
처음에는 액션 신이 없었다. 그래서 촬영에 앞서 감독님에게 물었다. 나는 액션 스쿨 안 가도 되냐고 말이다. 감독님께서 액션 스쿨 안 가도 된다고 했다. 그런데 현장에서 곽노순을 발전시키다 보니 액션이 필요한 장면들이 생겨났다. 그래서 조금이지만 액션 연기를 하게 됐다. 사실 액션 스쿨을 못 갔으니 액션 연기를 해도 될지, 괜찮은 건지 걱정이 많았다. 그런데 막상 액션 연기를 해보니 재미있더라. 물론 쉽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재미있게 촬영했고, 또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즐기면서 했다.
한 가지라도 더 나은 모습이나 달라진 모습 말이다.”
촬영이 굉장히 밀도 있게 진행됐다고 들었다. 힘든 점은 없었나?
주 52시간을 맞추며 촬영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당연히 지켜야 하는 제도이지만 익숙하지 않아서 굉장히 바쁘게 촬영했다. <나쁜 녀석들: 더 무비>와 같은 멀티캐스트 영화는 주연 배우들이 다 함께 모여 촬영하는 장면이 많다. 모든 배우들의 스케줄을 맞추기란 어려운 일인데, 그럼에도 주 52시간을 지켜야 했다.
액션 신이 많아서 더 어려웠으리라 생각된다.
맞다. 액션 영화를 77회차에 완성하는 건 무척 어렵다. 대부분의 액션 영화들은 촬영이 1백 회차가 넘는다. 게다가 주 52시간을 지켜서 촬영하느라 더 어려웠다. 기본적으로 액션 영화는 많은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 컷도 여러 개로 나뉘고, 같은 동작이라 할지라도 편집이 많고 빠르게 전개되기 때문이다. 그것들을 다 소화해내면서 짧은 시간과 회차를 지켜낸 것이 대단하다.
<나쁜 녀석들: 더 무비>팀의 실력이 뛰어난 덕분은 아닐까?
실력도 실력이지만 이번에는 의지가 정말 강했다.
2004년에 데뷔했으니 연기 경력이 15년이 넘는다. 연기 경력에서 전환점이 되어준 작품들은 어떤 것이 있나?
매 작품이 전환점이다. 나는 1년에 두세 작품에 출연하기 때문에 작품 수가 많은 배우는 아니다. 그러다 보니 늘 전작 보다 좋은 연기를 보여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한 가지라도 더 나은 모습이나 달라진 모습 말이다. 그래서 매 작품에서 전환하려고 노력한다.
매 작품이 전환점이라면, 작품을 선택할 때의 기준은 무엇인가?
첫째는 재미다. 시청자에게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을지를 생각한다. 또 조금이라도 새로운 점은 무엇인지 생각한다. 그게 우선이다. 그다음은 내가 소화할 수 있는 캐릭터인지를 고민한다.
<나쁜 녀석들: 더 무비>는 장르 드라마로서 인기가 좋았고, 팬층도 탄탄하다. 새로운 멤버로 참여할 때 부담되는 점은 없었나?
영화를 선택한 뒤 드라마를 찾아 봤다. 드라마에서는 각 캐릭터들이 잘 살아 있더라. 캐릭터들 때문에 사랑받을 만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영화를 선택하고 나서 덜컥 겁이 났다. 근데 감독님께서 우리 영화는 12편의 드라마가 두 시간 안에 그대로 압축된 것이 아니라 매체가 다르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작품으로 태어났다고 하셨다. 새로운 인물을 만든 이유도 드라마와 차별을 위해서다. 그러니 부담 갖지 말고 해보자는 말씀을 하셨다. 그리고 곽노순 캐릭터로 인해 영화에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생긴 것 같다. 한 번 피식 웃을 수 있고, 영화 전체 톤앤매너는 조금 가벼워질 수 있었다.
곽노순의 매력을 하나만 꼽아보자.
산만하지만 인간적이라는 점? 자기 이익만 추구할 것 같지만 꼭 그런 선택을 하지는 않는 것 같다. 인간적인 면이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거짓말 같고, 사기만 치는 것 같지만 행동은 진심이다.
김상중
김상중에게 오구탁도 쾌감이다.
같은 작품을 다시 만났다. 5년 만이다.
당시 드라마를 하면서 영화처럼 스케일을 크게 담아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 현실로 이뤄졌다. 작품 시작부터 기대가 컸다. 5년 전 연기했던 캐릭터를 부활시켜서 다시 연기한다는 게 무엇보다 신선했다. 캐릭터를 재해석하면서 나도 모르게 흥분됐을 정도니까. 굉장히 의미 있는 재회였다.
기대라면 어떤 모습의 기대일까?
고민이나 망설임보다는 뭐, 당연히 해야 되는 작품이었다. 매주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사회 고발을 하고 있는데, 나는 해당 사건을 고발하고 상기시킬 뿐이지 내가 해결해주는 입장은 아니니까. 시원하게 한 방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점 때문에 13년간 진행하는 입장에서 아쉬움 비슷한 갈증을 늘 느껴왔던 것 같다. 그런 감정을 5년 전 드라마를 통해서 어느 정도 해소했었다고 해야 하나. 그러니까 <나쁜 녀석들>을 통해서 시원한 한 방을 보여줄 수 있었고, 동시에 개인적인 카타르시스도 조금이나마 녹여낼 수 있었으니까. 그런 감정을 다시 만나고, 연기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한 기대?
오구탁을 두 번 만났다. 캐릭터를 좀 더 선명하게 바라보고, 연기한 부분이 있다면?
오구탁은 예나 지금이나 ‘눈에는 눈, 이에는 이’다. 오구탁은 법이 해결하지 못한 사각지대까지 깊이 쫓아 들어가 이른바 ‘나쁜 놈들’을 끝까지 처단하는 끈질긴 인물이다. 작품 안에서 나쁜 녀석들의 아지트는 교회인데, 교회라는 공간이 갖는 의미가 용서하고, 회개하고 또 구원을 받는 곳이지 않나. 오구탁은 그곳에서 나쁜 놈들을 잡기 위한 기획과 설계를 한다. 그런데 사실 오구탁에게는 그들을 구원하고 용서할 자격이 없지. 양면성이다. 자격 없는 자들이 심판자 역할을 행하지만, 또 그게 잘못된 악행은 아니거든. 오구탁이라는 인물을 더 애정을 갖고 연기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오구탁이 생각하는 정의. 그리고 그 정의를 실현하는 방법이 비록 영화긴 해도 어느 정도 공감되고, 대리 만족되는 부분이 있었으니까.
배우로서 ‘오구탁’을 연기한 후,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평가를 많이 받았다. 영화가 개봉하면 역시 또 다른 평가를 받을 거고.
그전에는 비교적 정제된 캐릭터를 연기했었다. 악역이라도 사연이 있거나,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공감할 수 있는 악역이었다. 그런 반면 오구탁은 그야말로 날것의 인물이다. 거칠고 투박한 캐릭터다. 기존에 해왔던 캐릭터와 전혀 달랐기 때문에, 그만큼 고민하고 해석하는 시간이 많았다. 그래서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던 것 같다. 오구탁을 통해 오랜만에 배우로서 쾌감도 느낄 수 있었다.
반면 <그것이 알고 싶다>의 김상중 이미지가 너무 커서, 배우의 영역을 침범하는 건 아닌가 하는 의견도 있다.
내가 1992년에 데뷔를 했으니까 올해로 27년째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13년째 진행하고 있다. 데뷔의 반을 <그것이 알고 싶다>와 함께했다. 이제는 내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일, 책임감이 굉장히 크다. 더 많은 분에게 진실과 정의를 이야기해야 한다는 의무감도 단단하게 자리 잡고 있다. 그만큼 <그것이 알고 싶다>는 나에게 굉장히 소중한 존재다. 물론 내 이미지가 배우보다는 ‘<그것이 알고 싶다>의 김상중’으로 바뀌어가고 있음을 안다. 아쉽지만 그게 나쁘거나 싫지는 않다. 물론 연기를 하고, 캐릭터를 만들어갈 때 ‘<그것이 알고 싶다>의 김상중’이 오버랩되지 않도록 늘 경계하고 노력하지만, 배우와 진행자, 두 영역에서 진심을 담아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까. 그런 아쉬운 부분들, 지적들에 귀 기울이면서 맡은 일을 전부 잘해낼 생각이다.
세대를 막론하고, 내가 누구에게든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알고 있나? ‘김상중’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러니까 초등학생들도 ‘김상중’을 알고 있다.
그러니까 팬덤이 생각보다 넓더라고? 갓세븐 친구들하고도 호형호제하는 사이다. 하하하.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 소통을 참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소통의 힘이 굉장히 크다는 걸 매 순간 느낀다. 세대를 막론하고, 내가 누구에게든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내 생각을 강요하지 않고, 제안하는 태도로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여러 세대와 소통하는 건 생각보다 꽤 즐겁다. 해보니까 우리 기성세대가 할 수 없거나 하지 못할 어려운 일이 절대 아니더라.
얘기를 듣다가 문득 여전히 성장 중인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 성장하고 싶다. 배울 것도 아직 너무 많고. 그러기 위해서는 조금 전에 이야기했던 ‘소통’이 가장 중요한 과제가 아닐까 싶다. 예전에 tvN 드라마 <백일의 낭군님>에서 도경수라는 친구가 연기하는 걸 보면서 많이 느꼈다. ‘내가 생각하지 못한 표현을 저렇게도 할 수 있구나’ 싶었다. 많은 세대와 소통하면 느끼고 배울 게 정말 많다.
최근에는 <그것이 알고 싶다> 유튜브를 통해서 또 다른 소통을 시작했다.
같은 맥락이다. 계속 진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13년 동안 진행한 <그것이 알고 싶다> 역시 진화해야 하니까. ‘그알 라이브’를 통해서 시청자들과 소통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새로운 걸 배울 때는 당연히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좀 더 나은 내가 된다면 기꺼이 그런 시행착오를 맞이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더 나은 김상중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해도 하반기에 접어들었다. 참 빠르게 지나왔을 것 같다.
배우라는 직업이 그렇다. 어떤 작품이나 프로그램을 내가 원한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우리는 선택받는 사람들이다. 상반기는 빠르다면 빠르게 지나왔고, 바쁘다면 바쁘게 지나왔다. 어쨌든 이렇게 몇몇 작품에 선택받아 나름 바쁘게 지나올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뿐이다. 보답은 역시 최선을 다해 연기하는 것밖에 없으니까. 거듭 옳은 방향으로 고민하며, 맡은 바 열심히 해낼 생각이다. ‘네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그리던 내일이다’가 내 신조다. 매일매일 최선을 다하는 삶.
장기용
장기용은 경험으로 성장한다.
요즘 가장 바쁜 배우 중 한 명이다.
하하. 아휴, 아니다. 성격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걸 못 참는 성격이라서 그렇다.
꾸준히 작품을 해왔다.
정말 생각해보니까, 2017년 KBS2 드라마 <고백부부> 이후로 쉬지 않고 작품을 했더라. 말한 것처럼 성격이다. 하하. 몸이 힘들다, 내가 원하는 작품이 아니다 해서 출연을 안 하고 싶지는 않았다. 계속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하고 싶었다. 또 워낙 긴장을 많이 하고, 적응하는 데 시간도 오래 걸리는 성격이라서 일부러 카메라 앞에 자꾸 서고, 선배님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는데 결과가 더 나은 것 같다. 그런지 아직은 계속 연기에만 몰두하고 싶다. 최대한 많이 경험하고 싶고.
영화 <나쁜 녀석들 : 더 무비>가 첫 영화다.
드라마 <나쁜 녀석들>을 굉장히 좋아했다. 그중에서도 시즌 1을 특히 좋아했다. 개인적으로 시원시원한 액션이나 통쾌한 전개, 이런 그림들을 좋아하는데, 드라마 <나쁜 녀석들>을 보면서 ‘와 영화로 만들어도 정말 멋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정말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이 들리더니 기회가 온 거지. 무조건 하고 싶었다.
영화 속 ‘고유성’은 어떤 인물인가?
새로 추가된 캐릭터다. 드라마 <나쁜 녀석들>에서는 없었다. 고유성은 한마디로 굉장히 센 인물이다. 독기도 있고, ‘똘끼’도 있고.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성격이 특징인데, 이런 강한 요소들이 나를 더 자극했던 것 같다. 젊고, 패기 넘치는 캐릭터인 ‘고유성’을 연기한다고 상상하니까 되게 흥미로웠다. 정말 많이 상상했을 만큼 ‘이건 무조건 해야 되는 작품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그토록 바라던 ‘고유성’을 연기하게 됐다. 어떤 부분을 가장 많이 신경 썼을까?
아무래도 액션. 그전에 드라마에서도 액션을 해본 경험 덕분에 조금은 자신감이 있었다. 문제는 ‘고유성’다운 액션을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중요했다. 혼자 고민도 많이 하고, 잘 안 풀리면 감독님이나 김상중 선배님께 자주 여쭤봤다. 고유성이 가진 독기를 디테일한 액션에 표현해보고 싶었다.
한 인터뷰에서 선배님들이 ‘장기용을 위한 영화’라고 응원을 듬뿍 담아 이야기했다. 첫 데뷔작, 아무래도 선배들이 많은 힘이 됐겠다.
김상중, 마동석, 김아중 선배님 모두 큰 힘이 돼주셨다. 첫 스크린 데뷔다 보니까 긴장도 많이 하고, 적응도 쉽지 않았는데, 선배님들께서 편하게 대해주셨다. 그때부터 연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긴장되더라도 연기에 반드시 필요한 긴장감이었고. 운이 좋은 것 같다. 첫 데뷔 작품을 좋은 선배님들하고 작업할 수 있어서. 영화도 잘 나온 것 같고! 그래서 기분도 무척 좋고!
그게 뭐든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다.”
데뷔작 개봉을 앞두고 있다. 기분이 어떤가?
작년에 영화 시사회를 갔는데, 당시 한 선배님도 그 영화가 데뷔 작품이었다. 굉장히 떨리는 목소리로 무대 인사를 하셨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저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었다. 그리고 그 순간을 내가 한 달 뒤면 맞이하게 된다. 지금 상상만 해도 굉장히 떨리는데, 기분은 좋다. 하하. 스크린에 내 얼굴이 나오면 너무 신기할 것 같다. ‘내 인생에 이렇게 재밌고 좋은 일도 벌어지는구나, 앞으로 더 재밌는 일 많이 만들어야지’ 뭐 이런 생각들이 오갈 것 같다. 아직도 꿈같은데? 하하.
아직은 현장에서 배울 것이 많은 시기다. 어떤 부분을 가장 열심히 배우려고 하나?
현장이니까 뭐든 배울 수 있다. 그게 뭐든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다. 선배님들의 연기를 바로 앞에서 볼 수 있으니까 굉장히 좋은 학습 조건 아닌가. 눈빛, 호흡, 표정 하나하나 어떻게 구사하는지 가까이서 보고 익히려고 한다. 그날 현장에서 본 선배들의 연기를 한 번 해보기도 하고. 나는 연기만큼 현장도 정말 좋아한다.
그렇게 스펀지처럼 쏙쏙 습득하는 중에도, 잃고 싶지 않은 내 것이 있다면 어떤 걸까?
음. 선배님들께서 ‘너는 눈빛이 참 좋다’라는 말을 자주 해주셨다. 그때마다 기분이 좋아져서 선배님들이 이야기한 ‘좋은 눈빛’이 뭐지 하면서 거울을 많이 봤다. 잃고 싶지 않은 게 있다면 선배님들이 칭찬해주신 그 눈빛. 눈이 살아 있으면 아무래도 감정도, 대사도 잘 전달할 수 있을 테니까. 앞으로도 더 집중해서 연구할 생각이다.
굉장히 성실한 사람 같다. 아까 쉬는 것보다 계속 일하는 편이 낫다고도 했다. 그럼에도 버겁거나 힘든 순간이 있을 것 같은데?
힘든 거, 물론 있지.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힘든 점이 아예 없진 않다. 그래서 쉴 때는 힘든 걸 최대한 날려버리려고 한다. 집 앞에 한강이 있는데, 많이 걸으면서 생각도 정리하고, 스트레스도 해소한다.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뭐, 지금 힘들어도 곧 지나갈 거니까. 계속 힘들진 않을 테니까’ 이런 식으로 불안하고 힘든 감정을 다독이는 편이다. 그러면 실제로 도움도 되고. 무엇보다 가족이 가장 큰 힘이 되어주고 있으니까. 못 이겨낼 일도 없지!
부모님께 자주 연락드리는 속 깊은 아들일 것 같다.
자주 하려고 노력한다. 되도록 영상 통화도 자주 하려고 하고. 아빠, 엄마, 형이 나한테는 정말 커다란 힘이 되어주는 존재다. 아버지께 전화를 드리면 항상 같은 말씀을 하신다. ‘너한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그러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또 ‘잘 헤쳐 나가고 있는 모습을 보니까 참 대견하다’고. 가족의 이런 말 하나하나가 내가 열심히 연기할 수 있는 원동력자 커다란 에너지다. 그렇게 잠깐이라도 통화하고 나면 마음이 굉장히 편해진다.
앞으로 더 많은 작품, 더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만날 텐데, 장기용의 미래를 두고 어떤 상상을 해볼 수 있을까?
미래를 상상하는 일이란 늘 불안보다 기대가 컸다. 내가 상상을 자주 하는 편인데, 그럴 때마다 정말 기분이 좋다. 그런데 아득한 미래를 상상하는 편은 아니고 당장 시작할 작품, 연기할 캐릭터에 집중해 생각하다 보면 한 단계 더 성장해 있지 않을까. 다른 부분에서 상상해보면, 굉장히 늦은 사춘기가 올 것도 같고. 수염이 갑자기 많이 자랄 수도 있고. 하하! 그게 뭐든 재밌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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