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COVER + <A Clockwork Orange>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많은 창작자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는 존재로 영감 그 자체가 되어왔다. 다카하시 준 역시 자신의 컬렉션에 거장을 불러냈다. 그가 선택한 건 온갖 악행을 일삼는 청소년 알렉스를 그린 영화 <시계태엽 오렌지>. 알렉스가 범행을 저지를 때 쓰는 기괴한 가면과 지팡이를 지닌 모델들은 등장만으로 위압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다양한 코트와 점퍼에는 영화 장면을 크게 프린트했고 베토벤 초상화로 영화적 판타지를 살렸다. 스산한 쇼 분위기 속에 협업으로 함께한 나이키 스니커즈도 왠지 모르게 섬뜩해 보였다.
RAF SIMONS + <Blue Velvet>
컬트 영화의 귀재 데이비드 린치는 영화 <광란의 사랑> <이레이저 헤드> 등에서 미스터리한 영감을 뽐내왔다. 이를 ‘앙팡테리블’ 라프 시몬스가 탐내지 않을 리 없다. 화려한 호텔 클럽에서 치른 2019 F/W 컬렉션을 영화 <블루 벨벳>을 모티브로 삼아 완성한 것. 오버사이즈 실루엣 코트, 기수 모자가 컬렉션을 이어주는 주요 아이템인데, 영화에서 영감을 얻은 그래픽 프린트를 코트와 니트 곳곳에 녹여내 우울함을 표현했다. 주렁주렁 달린 나비와꽃 장식의 코르사주, 뼈 이미지는 불안정하고 어두운 주인공의 심리와 닮았다.
PRADA + <Frankenstein>
프라다의 가을·겨울 테마는 로맨틱 팝. 이를 잘 표현하기 위해 인류애를 대표하는 캐릭터 프랑켄슈타인을 차용했다. 쇼가 시작하자 과학 실험실을 연상시키는 전구들 사이로 말끔한 재킷을 입은 프랑켄슈타인이 걸어나왔다. 그를 유머러스하게 디자인한 일러스트와 심장을 표현한 하트와 장미, 번개 프린트 셔츠가 돋보였고 실험대에 프랑켄슈타인을 속박한 벨트를 떠올리게 하는 스타일링이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마지막 의상에는 심장을 상징하는 하트에 큰 핀을 꽂았다. 흉측한 외모와는 다르게 순수한 사랑을 간직한 괴물을 통해 주제인 로맨틱 팝을 아름답게 풀어냈다.
MARNI + <Allegro Non Troppo>
이번 시즌 마르니의 풍부한 상상력의 원천은 1976년 영화 <알레그로 논 트로포>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판타지아>를 풍자한 애니메이션 영화로 분열하고 명멸하는 장면과 알록달록한 색감을 디자인에 적용했다. 계절감을 잊게 만드는 다채로운 색상, 대충 자른 바지, 축 늘어진 소매, 그리고 레오퍼드 패턴은 기발하게 톡톡 튀며 생동감이 느껴진다. 과장된 실루엣과 비율을 보고 있자면 몽환적인 꿈 속을 유영하는 기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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