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어드벤처 모터사이클이라고 하면 오버리터급을 떠올린다. 물론 오버리터급이 모든 면에서 전천후 능력을 발휘한다. 힘이 센 만큼 멀리, 편하게 달릴 능력이 있다. 하지만 대신 크고 무겁다. 능숙하게 다루지 못하면 때로 짐이 되기도 한다. 딱 필요한 만큼만 즐기고픈 사람들에겐 낭비이기도 하다. 그런 사람을 위한 합리적인 선택이 있다.
Himalayan
배기량 411cc 엔진 공랭 단기통 변속기 수동 5단 무게 185kg 최고출력 24.5마력 시트고 800mm 가격 4백95만원
ROYAL ENFIELD Himalayan
인도에 가면 오래된 모터사이클이 돌아다닌다. 척 봐도 몇십 년은 된 듯한 형태다. 모터사이클의 원형 같다. 열에 아홉은 로얄엔필드 모터사이클일 거다. 로얄엔필드는 태생이 좀 복잡하다. 영국에서 태어났다. 자라난 건 인도에서다. 인도는 영국의 식민지였다. 인도에서도 로얄엔필드를 만들다가 영국 로얄엔필드가 사라졌다. 인도 로얄엔필드만 남았다. 해서 세계 모터사이클 시장과 무관하게 인도에서만 생존했다. 그렇게 옛 원형을 유지했다. 복각 모델이니, 클래식 트렌드니 상관없이 그냥 그대로 보존됐다. 이런 로얄엔필드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세계 진출. 클래식 모터사이클 흐름에 맞춰 기지개를 켰다. 품질을 높이고 새 모델도 개발했다. 완전히 새로운 모터사이클이지만, 로얄엔필드답게 만들었다. 긴 세월 같은 형태를 유지한, 그러니까 클래식. 히말라얀은 그렇게 탄생한 모델이다. 클래식 스타일을 유지한 채 어드벤처 요소를 대입했다. 둘 다 지금 모터사이클 시장의 핵심 단어다. 어드벤처를 택한 환경적 요인도 있었다. 인도는 도로 상태가 좋지 않다. 북부 히말라야산맥 인근은 아예 오프로드뿐이다. 그곳을 로얄엔필드 대표 모델 불렛 500으로 투어를 다닌다.
다니다 보니 더 적합한 모터사이클 형태를 생각해낸 거다. 개발하고 테스트하기에 환경도 최적이니까. 히말라얀이 무늬만 어드벤처인 클래식 스타일 모터사이클이 아니란 뜻이다. 앞 21인치, 뒤 17인치 휠 크기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새로 만든 만큼 요즘 기대치를 염두에 두고 설계했다. 마냥 날것 그대로가 아닌, 제법 부드럽게 엔진이 돈다. 공랭이라는 냉각 방식, 411cc라는 배기량을 보면 알 수 있듯 힘이 풍성하진 않다. 대신 차고 넘치지 않기에 입문자도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다. 그만큼 가격도 부담 없다.
부담은 커녕 관심 없던 사람도 혹하게 할정도다. 준수한 능력에 가격까지 문턱이 낮으니 ‘모두의 어드벤처’로 손색없다. 입문자에겐 계기로, 숙련자에겐 또다른 즐거움으로 다가간다. 클래식과 어드벤처를 한 대로 즐길 수 있다.
+UP 독특한 외관, 준수한 능력, 놀라운 가격.
+DOWN 내구성으로 불식시켜야 하는 오랜 풍문.
CB500X
배기량 471cc 엔진 수랭 2기통 변속기 수동 6단 무게 195kg 최고출력 50마력 시트고 830mm 가격 8백18만원
HONDA CB500X
모두의 어드벤처에 적합한 모터사이클은 쿼터급 듀얼퍼퍼스 모터사이클이 맞다. 크기, 배기량, 가격 모두 쿼터급이 적당하다. 그럼에도 미들급인 CB500X를 꼽았다. 분명 약간의 아쉬움을 채우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다. 쿼터급은 20~30마력을 오간다. 처음에는 이 출력만으로도 충분할 거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란 앉으면 눕고 싶은 법이다. 더도 덜도 말고 조금만 더 바란다.
CB500X는 그 욕심을 더도 덜도 말고 채운다. 가격도 조금만 더 얹으면 된다. 차후 생길 작은 욕심까지 생각한다면 CB500X가 입문용으로 적합할지 모른다.게다가 신형으로 나오면서 어드벤처에 더욱 힘을 실었다. 전 세대 CB500X는 외관이나 라이딩 자세에서만 어드벤처가 느껴졌다. 신형은 몇몇 파츠를 보완해 오프로드 주파성을 끌어올렸다. 앞바퀴를 19인치로 키우고, 서스펜션 작동 범위도 높였다. 두 가지만으로도 성격이 확연히 달라진다. 이제는 전보다 적극적으로 오프로드에 뛰어들 만해졌다. 주행 편의 장치도 요소요소 늘었다. 윈드 스크린이 전보다 20mm 길어지고, 브레이크에 ABS도 적용했다. 특히 뒷바퀴 ABS는 오프로드 주행에 맞게 매만졌다. 계기반에 기어 단수를 표시한 점도 소소하지만 개선된 변화다.
외관은 전보다 확실히 고급스러워졌다. 전 세대는 발랄한 느낌을 주려고 노력했다. 신형은 더 높은 등급 어드벤처 모터사이클과 어깨를 견줘도 주눅 들지 않게 치장했다. 사이드 카울을 무광 금속 재질 느낌으로 칠한다든지, 머플러 형상을 세련되게 바꾼다든지. 주행 감각은 쾌적하다. 혼다답게 성격이 까탈스럽지 않다. 입문자라도 쉽게 적응할수 있다. 해서 조금 밋밋하게 느껴질지 모른다. 하지만 CB500X는 두 얼굴을 품었다. 평상시엔 나긋나긋하더라도 엔진 회전수 높여 달리면 제법 쾌활하다.
어드벤처로서 저속 토크에 신경 쓰면서도 고회전을 돌려야 본색을 드러내는 엔진 특성을 지우지 않았다. 둘 사이를 오가며 달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누구나 편하게, 그러면서 밋밋하진 않게. 입문자가 익숙해져서 딱 욕심 부릴 영역 아닌가. CB500X는 딱 그만큼 더 충족시킨다.
+UP 형인 NC750X가 전혀 부럽지 않다.
+DOWN 이리저리 치여 빛을 못 본 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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