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LIFE MORE+

The World News

방콕의 마지막 그린 지대

도심 속 작은 섬, 나무로만 지은 친환경 호텔 방콕 트리 하우스가 사람들을 모으고 있다.

UpdatedOn June 21, 2019

3 / 10
/upload/arena/article/201906/thumb/42134-371545-sample.jpg

 

방콕의 구불구불한 짜오프라야(Chaophraya)강 하류, 곡류 안쪽에는 ‘방끄라짜오(Bang krachao)’라는 섬이 있다. 이 섬은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고 오랫동안 버려져 있었다. 자동차 도로가 없어 오토바이와 자전거로만 이동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 탓에 섬 내에는 단 6가구만이 생활을 이어갔다. 방콕 도심이 날마다 화려하게 발전해가는 동안 방끄라짜오는 방콕 사람들의 관심에서 완전히 멀어져 있었다. 강 주변의 수상 가옥에서 버려지는 쓰레기들은 강물을 따라 점차 방끄라짜오섬으로 모여들어 쌓이기 시작했고, 방끄라짜오는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해버렸다.

이 섬이 다시 방콕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한 사람의 노력 덕이다. 태국 정치가이자 호텔리어였던 ‘찌라유 뚠야논트(Jirayu Tulyanont)’는 우연히 <타임>지에 소개된 방끄라짜오섬에 대한 기사를 읽게 되었다. 방콕에서 태어나 자란 그였지만 그 기사를 읽기 전까지 방끄라짜오섬에는 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방끄라짜오는 오랫동안 방치된 탓에 강변에는 오물과 악취가 가득했고, 맹그로브 나무와 야자수로 거대한 정글을 이루고 있었다. 정글이 있으니 방콕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새와 곤충, 동물들이 모여들었다.

그는 자신의 재산을 도시 유산을 남기는 일에 사용하고 싶었다. 더 이상 방콕에서는 볼 수 없는 이 거대한 정글 섬을 다시 회복시키기로 결정했다. 호텔리어였던 그는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쓰레기 섬의 강변에 호텔을 짓기로 결심했다. 섬으로 밀려 들어온 오물을 걷어내고 대나무 등 친환경 자재와 재활용한 철근을 사용해 혁신적인 호텔을 짓기 시작했다. 3층짜리 스위트룸으로 이루어진 12개 동의 호텔은 ‘방콕 트리 하우스(Bangkok tree house)’라는 이름이 잘 어울리는 건물로 완성되었다.

친환경 건물은 단순히 건축 과정에 필요한 에너지와 자원을 최소화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주변 환경과 친밀하고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어야 하며, 인간이 건강하고 쾌적한 삶을 살 수 있는 환경을 이루어주어야 한다.

방콕 트리 하우스 호텔은 건축된 이후에도 자연환경의 파괴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무로 지은 호텔 전체는 물론 금연 구역이고, 모기약과 살충제는 절대로 사용할 수 없으며, 모기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퇴치할 수 있는 스프레이만 제공된다. 또 객실과 호텔 시설을 청소하는 데 사용하는 세제, 샴푸나 보디 클렌저도 쉽게 분해되는 유기농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호텔에서는 에코 캠페인을 통해서 1박의 숙박당 1kg의 쓰레기를 처리하는 비용을 기부하고 있으며, 2015년까지 약 4톤의 처리 비용이 후원되었다.

방콕 트리 하우스에 머무는 것은 많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차량 출입이 되지 않는 곳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선착장에서 배를 타야 호텔로 갈 수 있다. 방콕 트리 하우스가 위치한 방끄라짜오섬은 오랫동안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채 버려져 있었다. 호텔이 완성되고 버려진 섬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게 되었다. 섬에 쌓여 있던 쓰레기가 치워지고, 방콕의 마지막 남은 그린 지대를 보존하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이 시작되었다.

3 / 10
/upload/arena/article/201906/thumb/42134-371544-sample.jpg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EDITOR 조진혁
WORDS&PHOTOGRAPHY 주이킴(여행 칼럼니스트)

2019년 06월호

MOST POPULAR

  • 1
    제 점수는요
  • 2
    BUYING GUIDE
  • 3
    베트남 캄란의 숨은 파라다이스, 래디슨 블루 리조트
  • 4
    Holdall, Keepall
  • 5
    그때 와인 한 잔

RELATED STORIES

  • LIFE

    하나를 고른다면 이것! 그들의 최애 술 5

    막걸리부터, 와인, 샴페인까지.

  • LIFE

    그때 와인 한 잔

    와인 애호가들은 봄에 어떤 와인을 떠올릴까? 그림 같은 풍경에서 즐긴 와인, 이탈리아 소도시에서 미식과 곁들인 와인, 일본 한 와인 바에서 맛본 새로운 와인. 이 계절 어떤 순간 마신, 잊지 못할 와인과 이야기에 대해 들었다.

  • LIFE

    피트의 모든것

    라프로익 10년은 누구나 좋아할 위스키는 아니다. 하지만 누구든 그 매력을 알면 빠질 수밖에 없다. 피트 자체를 선명하게 한 모금으로 구현한 위스키. 피티드 위스키라는 영역에서 라프로익 10년이 서 있는 위치다.

  • LIFE

    진짜 K-팝은 발라드다

    K-팝 가수들이 코첼라 무대에 오르고 그래미에서 상을 탄다. ‘두 유 노 BTS?’는 ‘아임 프롬 코리아’를 대신하는 인사말이 됐다. 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 생각한다. 가장 ‘K스러운’ ‘팝’은 발라드라고. 한국인의 얼과 혼이 담긴 그 장르. 발라드에 기대어 위안을 얻던 시절로 돌아가 그 매력과 진가를 살폈다.

  • LIFE

    페스티벌의 계절

    5월의 '낭만' 충전을 책임질 5곳.

MORE FROM ARENA

  • LIFE

    야생에 잠들다

    거친 야생에서 잠들 수 있는 리조트 4곳.

  • LIFE

    <애완식물>

    시간의 그물망을 통과해 따뜻한 계절이 오면 식물은 기지개를 펴고 더러 작은 꽃을 틔울 테다. 그 긴 시간 식물의 주인에게는 애지중지 목을 축여주고 햇살을 머금게 하는 일과가 남는다. 어쩌면 식물은 좋은 애완이다.

  • CAR

    LIGHTS OF SEOUL

    겨울밤, 서울 야경을 품은 자동차 넷.

  • LIFE

    1월의 소식

    서울에서, 호이안에서, 그리고 영국에서 오는 새로운 소식들.

  • LIFE

    서울의 밤

    2024년 12월 3일 밤은 역사적 순간으로 각인됐다. 우리 중 그 누구도 생애 첫, 혹은 N회차 비상계엄을 경험하게 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 잡지는 시대를 기록하는 책이다. 누군가는 10년 뒤 헌책방에서 이 책을 펼치며지 난 12일간의 사건을 기억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이 기사를 준비했다. 20대, 30대, 40대 에디터가 기록한 그날 밤의 이야기.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