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홍종현은 좀처럼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매번 새로운 연기를 보여주려 애쓰면서도, 벌써 연기를 시작한지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자신을 과시하지 않는다. 대신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는 작품마다 새로운 모습을 하나둘 꺼내 보이며 천천히 자신만의 단계를 밟아나가고 있다. 일순간 모든 이의 이목을 끄는 것보다 조금씩 사람들에게 자신의 연기를 좋은 기억으로 각인시키는 것이 그가 택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어제 영화 <다시, 봄>을 봤다. <어벤져스 : 엔드게임>의 여파로 상영관이 많지 않아서 보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렵더라. 누구보다 아쉬운 마음이 클 것 같다.
아무래도 아쉬운 마음이 크다. 아마 그 마음은 감독님이 가장 클 거다. 그런데 어벤져스 인기가 대단하긴 하더라.
드라마와 영화에서 다양한 연기를 선보였음에도 <다시, 봄>의 호민은 ‘배우 홍종현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다’고 말할 만한 캐릭터였다.
호민 역할을 맡은 이유 중 하나가 지금까지 했던 연기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다. 마냥 밝거나, 우울한 게아니라 어떤 사건을 겪고 감정적 변화가 크게 일어나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 사실 촬영할 때는 그 변화를 어떻게 드러낼지에 대해서 고민하느라 고생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흥미로운 작업이었다.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겪었던 과거의 어떤 지점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됐고, 새롭게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나쁜 기억으로 방치했던 과거를 돌아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아마 영화를 보는 분들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한다. 내가 영화를 찍으며 그랬던 것처럼, 영화를 보면서 각자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게 될 거다.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 속 한 장면은?
아버지가 아프기 전에 같이 웃으면서 밥 먹는 장면. 별다른 걱정도 없고, 주변 상황이 안정적이고, 행복하고, 희망에 차 있던 호민의 모습이 자꾸 생각난다. 그 장면에서 호민이 가장 밝게 웃었던 것 같다.
영화에 이어서 쉬지 않고 드라마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딸>의 한태주로 또 다른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그리고 드라마 <절대그이>도 방영을 시작했다. 이렇게 쉼없이 여러 작품을 한 적이 있나?
순서로는 <다시, 봄>에 이어 <절대그이>를 사전 촬영하고, 지금 드라마를 찍고 있는 거다. 그런데 세 작품이 비슷한 시기에 상영되다 보니 의도치 않게 엄청 바쁜 사람이 됐다. 사실 드라마 두 편이 같은 시기에 방영되어 시청자를 혼란스럽게 만들까 봐 죄송스럽다. 그래도 작품의 성향이나 연기하는 캐릭터가 전혀 다르니, 작품 자체를 보고 즐겨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얘기한 것처럼 세 편의 작품에서 전혀 다른 캐릭터를 연기했다. 다음 작품으로 넘어갈 때마다 연기를 전환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보통 하나의 작품을 마치면 여행이나 배우고 싶었던 것을 배우면서 비우는 시간을 갖는다. 새로운 것에 에너지를 쓰면 자연스럽게 전작에서 빠져나오는 느낌도 들고, 남은 감정도 정리된다. 집에서 쉬는 것보다 몸은 힘들어도 감정적으로는 그 편이 더 도움이 된다.
작품을 연이어 하면서 소진된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지 궁금하다.
당연히 그런 생각을 한다. 그런데 어느 시점에 어떤 캐릭터를 연기할지 모르는데, 소진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면 스트레스만 받게 되더라. 그래서 쉴 때마다 더 많은 경험을 하려고 한다. 또 되도록 새로운 모습의 캐릭터에 흥미를 느끼고 다른 캐릭터를 선택하려고 한다. 원래 성향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새로운 환경에 처하는 것을 즐기는 편이라, 경험하지 않았던 캐릭터를 만났을 때 더 즐겁게 임한다.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니 벌써 배우로 활동한 지 10년이 넘었더라. 시간의 흐름을 인지하고 있나?
잘 모르고 있었는데 작년에 팬들이 10주년이라고 선물을 해줬다. 그때 이전 작품들을 찾아보면서 인지하게 됐다. 처음에 좋아하는 드라마나 영화가 어떤 식으로 만들어지는지, 그 작업 방식이 궁금해서 작은 단역으로 시작했던 게 점점 더 연기에 빠지면서 지금까지 온 것 같다.
연기자라는 직업에 확신을 느낀 시점은 언제인가?
어느 시점에 확신했다기보다 작품을 할 때마다 조금씩 채워나가는 것 같다. 그러니까 가장 확신을 한 작품이라면 지금 찍고 있는 작품이 될 거다. <세상에서 제일 예쁜내 딸>을 찍으면서 조금 더 연기에 집중할 줄 알게 되고, 조금씩 깊어지는 느낌도 든다. 그게 앞으로 만나게 될작품이 기대되는 이유기도 하다.
자신의 작품 중에 가장 많이 본 작품은?
특별히 한 작품을 꼽기는 어렵다. 다 많이 보는 편이다. 드라마는 현장에서 모니터도 하고, 방송 나오면 두 번 이상은 본다.
영화의 경우 영화관에 가서 따로 보기도 하나?
본다.
영화관에서 자신의 작품을 보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관객의 반응이 궁금해서일까?
물론 영화가 끝나고 나오는 사람들의 반응도 궁금하다. 그렇지만 가장 큰 이유는 관계자나 친구들이 없는 상태에서 혼자 몰입해 영화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다.
혹시 자신의 연기를 보면서 운 적이 있나?
영화 <다시, 봄>에서 아픈 아버지를 간병하면서 감정이 폭발하는 장면이 있다. 그때 눈물을 흘렸다. 그런데 내 연기보다 촬영 당시 감정이 생각이 나서 울컥했다.
배우 홍종현의 장점 중 하나가 어떤 이야기를 할지 가늠할수 없는 얼굴을 가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고, 연기하는 캐릭터가 단편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배우로서 가진 장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최근에 어떤 감독님이 ‘너는 착해 보이면서 나빠 보이기도 한다’는 말을 해준 적이 있다. 그게 연기를 할 때 내가 가진 장점이라 생각한다. 선와 악을 오가거나, 동시에 내포하고 있는 캐릭터를 할 수 있다는 말이니까. 아직 홍종현이라는 연기자를 각인시킬 만한 작품이 없지만, 그것이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아직 보여주지 않은 모습이 더 많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대표작 혹은 흥행작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아직은 그런 것에 대한 부담은 없다. 욕심을 낸다고 만날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하다 보면 언젠가 만나게 될 거라 생각한다. 지금은 그보다 몇 사람이 보더라도 그들이 내연기를 좋게 기억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럼 지금 배우로서 품는 욕심은 무엇인가?
내가 하고 싶을 때까지 일을 하는 게 야망이라면 야망이다.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아직은 연기를 하는 것이 가장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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