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 조진혁
암호화폐의 시대가 끝나고 블록체인의 시대가 온다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암호화폐 시장은 태생부터 투기인지, 아니면 미래를 위한 투자인지 논란의 중심이었다. 암호화폐 광풍이 지나가면서 이제 암호화폐의 본질이 보이기 시작했다. 바로 ‘블록체인’이다. 사실 암호화폐는 블록체인에서 거래되는 수단에 불과하지 핵심은 아니다. 비트코인이건 이더리움이건 리플이건 어느 것이든 보증된 가치만 있다면 블록체인 거래는 성립될 수 있다. 애초에 암호화폐 광풍은 ‘가치 찾기 게임’에 불과했지 본질은 블록체인이다.어쨌든 시행착오를 거쳐 암호화폐 시장은 수백조원대의 가치를 지니게 됐고 잡음은 있을지 몰라도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은 신기루가 아닌 현실로 다가왔다. 그러자 글로벌 대기업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상징적인 사건은 삼성전자가 갤럭시 S10에 암호화폐 지갑을 탑재했다는 점이다. 1년에 2억 대가 넘는 스마트폰을 파는 스마트폰 업체가 자사의 플래그십 제품에 암호화폐 지갑을 지원한다는 점은 상당히 상징적이다. 세계 최대 투자은행인 JP모건도 암호화폐의 주류화를 도모하고 있다. 2백20개 은행과 제휴해서 ‘블록체인 기반 은행 간 정보 네트워크(IIN)’를 설립해 결제를 지원할 예정이다.
그러자 본질인 블록체인이 대기업들의 경쟁장이 되고 있다. 전 세계 1위 클라우드 업체이자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도 기업용 블록체인 개발 서비스 ‘아마존 매니지드 블록체인’을 정식 출범했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한다면 누구나 손쉽게 블록체인을 구현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미국 최대의 할인점인 월마트, 세계 최대 해운 기업 머스크, 심지어 스타벅스까지 블록체인 플랫폼 구축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국내 30대 대기업 대부분이 블록체인 사업에 MOU를 맺거나 투자를 시작했다고 과언이 아니다. 대기업들이 블록체인에 뛰어드는 이유는 무엇보다 업무 효율성 때문이다. 블록체인의 장점은 대기업 제품의 유통 과정을 추적하고 기록할 수 있기 때문에 투명성과 위기관리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몸집이 거대한 대기업일수록 전통 산업을 첨단 산업으로 이동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블록체인 기술이다. 또한 자신들이 보유한 인프라를 확장해 일종의 에코시스템(을 가장한 독과점)을 형성하기 좋은 모델이기도 하다. 모든 대기업들이 블록체인 기술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나 이 같은 투자가 암호화폐의 가치 상승이나 암호화폐 자체에 대한 투자와는 큰 상관이 없다. 보증된 대기업들이 자체 코인이나 암호화폐 시스템을 만들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블록체인 활성화가 곧 암호화폐의 급격한 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다. 오히려 대기업의 중앙집권이 더 강화되며 탈중앙화를 꿈꾸던 암호화폐들이 힘을 잃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탈중앙화를 노리던 암호화폐가 오히려 중앙집권을 공고히 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니 아이러니하지만 말이다.
WORDS 김정철(IT 칼럼니스트)
눈앞에 드러난 미래
‘대체 어디에 쓰는 물건’이냐는 질문은 블록체인 초기부터 이어져왔지만 신통치 못한 답만 돌아올 뿐이었다. 하지만 최근의 움직임은 눈여겨볼 만하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10에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기반의 블록체인 지갑 기술을 넣었다. 블록체인 인증에 쓰는 키를 보안 영역에 넣어 해킹 위협을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기술이다. ‘결국 다시 암호화폐인가’ 싶지만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돈 가치’ 외에도 탄탄한 블록체인 서비스 플랫폼이다. 그러니까 뭐라도 해볼 수 있는 밑바탕이 되는 기술이라는 이야기다.그리고 삼성전자는 그 첫 걸림돌로 꼽히는 지갑, 즉 인증 정보 관리를 쉽고 안전하게 스마트폰에 녹여냈다. 한마디로 스마트폰에 블록체인 기반 앱을 안전하게 받아들이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블록체인 앱들이 현실화에 성공하든 못하든 시험해볼 플랫폼이 스마트폰에 들어온다는 것은 큰 의미다. 삼성은 IT 계열사인 삼성SDS를 통해 기업용 블록체인 플랫폼을 지속적으로 개발했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기기에 안전한 블록체인 서비스를 녹여내는 것은 생태계를 만들어내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현대자동차그룹도 블록체인을 비즈니스에 적용할 계획이다. 현대오토에버는 블로코, 람다256 등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 기업들과 MOU를 맺기로 했다. 데이터가 오가는 서비스의 근간을 블록체인으로 만들기 위한 바탕을 다지겠다는 것. 현대오토에버는 부품 관리와 생산뿐 아니라 중고차 유통 과정에까지 블록체인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사내에서 쓰는 자체 화폐 거래 환경에 대한 가능성도 입에 오른다. 이야기가 조금 어려울 수 있는데, 한마디로 ‘기업들이 블록체인을 쓸모 있는 서비스 플랫폼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
블록체인은 데이터 기록과 권한을 이용자들이 나눠 갖는 구조다. 민주적이니 하는 철학적 가치를 넘어 일단 조작이나 해킹 위협이 적으면서도 비교적 간단하고 안전하게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예전에는 안전하게 데이터를 옮기려면 서버를 구입하고,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야 했지만 블록체인을 이용하면 간단하게 원하는 시스템을 갖는다.
단, 블록체인을 갖고 있다는 전제다. 해결은 간단하다. 필요한 만큼 사서 쓰거나 혹은 빌려 쓰면 된다. 비트코인은 가장 빨리 시작한 블록체인이고, 완성 단계에 가까울 만큼 개발, 즉 채굴이 마무리되어간다. 당장 비즈니스에 연결할 수 있다. 이더리움도 마찬가지다. 금융 거래를 기반으로 보안 기술과 운영 경험 등 안정성까지 갖추었다. 블록체인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는 곧 서비스 규모와 연결된다. 비트코인을 많이 확보할수록 더 큰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 수량은 한정되기에 미래 가치가 암호화폐의 값을 끌어올린 것이다.
블록체인은 미래 기술이다. ‘코인’이라는 이름에 그 본질이 가려졌을 뿐이다. 오늘도 비트코인 가격은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널뛰지만 블록체인의 진짜 값이 매겨지는 순간은 활용도가 검증될 때부터다.
WORDS 최호섭(IT 칼럼니스트)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