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 조진혁
이것은 형태에 관한 싸움이 아니다
지난 2월 언팩 행사를 통해 공개한 ‘갤럭시 폴드’는 혁신에 목마른 지구인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동안 우리는 화면이 접히는 것을 실제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4인치급 화면을 펼치면 7인치급으로 확대되는 갤럭시 폴드는 지난 10년간 나온 어떤 스마트폰과 비교해도 신선하다. 마치 손가락을 이용해 ‘핀치 줌’으로 화면을 확대했던, 최초의 아이폰을 보던 순간의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다만 이것이 그저 엔지니어링의 과시가 될지 실제 우리 삶에 큰 변화를 줄지는 모르겠다. 나는 첫 번째 갤럭시 폴드가 좋은 사용자 경험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아직은 너무 두껍고 무거우며, 4.6인치, 7.3인치 화면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양쪽 어디로 봐도 어중간한 크기다.하지만 실망은 말자. 삼성은 지금 형태의 갤럭시 폴드 외에도 다양한 크기의 폴더블 스마트폰을 준비하고 있으니까. 그렇다면 과연 삼성전자는 갤럭시 폴드를 기점으로 스마트폰 시장을 이끌어가게 될까? 만약 하드웨어 경쟁으로 간다면 가능성은 충분하다. 사실 아이폰의 강점은 iOS와 서비스 측면이 더 강하다. 하드웨어 면에서는 갤럭시의 경쟁력이 아이폰보다 점점 더 나아지고 있다. 이유는 있다. 두 회사의 제조 방식 차이다. 삼성전자는 대부분의 핵심 부품을 직접 생산하고 조립하는 수직 계열화 방식이다. 반면 애플은 글로벌 공급 체인을 통해 부품을 구해 조립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이미 나온 좋은 기술을 도입하고 마진을 높이는 데는 유리하다. 반면 이번 폴딩 스마트폰처럼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스마트폰이 나올 경우는 부품의 원활한 수급을 장담할 수 없어 쉽사리 뛰어들 수 없다. 삼성전자는 디스플레이와 메모리, AP, 배터리 등 대부분의 부품을 직접 만들기 때문에 제품 형태가 다양해지면 유리하다. 만약 폴딩 스마트폰이 차세대 스마트폰으로 안착된다면 애플은 후발 주자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과거를 돌이켜보면 스마트폰 경쟁은 새로운 형태에 대한 싸움이 아니었다. 한정된 물리적 공간에 최대 효율을 집어넣는 싸움에 가까웠다. 예를 들어 배터리 타임을 두 배로 늘리는 방법은 쉽다. 배터리용량을 두 배로 늘리면 된다. 하지만 두께가 두꺼워져서 그렇게 하지 않는다. 즉 지금까지 스마트폰은 우리 손에 잡히는 최대 크기의 화면과 최대 배터리, 최대 성능, 최상의 사용자 경험에 대한 경쟁이었다. 태블릿이 아무리 발전해도 업무용으로는 키보드가 달린 노트북이 선호되듯이 당분간은 스마트폰이 현재 형태로 계속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에 나온 갤럭시 폴드가 기존의 물리적 크기를 유지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선사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다만 더블 폴딩이나 트리플 폴딩 등 갤럭시가 발전할 여지는 충분하다. 그리고 이번 갤럭시 폴드가 적어도 하드웨어 경쟁에서는 큰 상징성을 보여준 것은 분명하다. 다만 스마트폰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서비스가 합쳐진 결과물임을 갤럭시가 잊는다면 또다시 2인자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WORDS 김정철(IT 칼럼니스트)
무기는 반도체 기술
삼성전자가 새로운 스마트폰을 쏟아냈다. 신제품들은 오랜만에 주목받았고, 그 안에서 스마트폰의 미래를 봤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삼성전자에게 올해는 중요한 시기다. 애플이 2017년, 아이폰 10주년에 의미를 두었던 것처럼 삼성전자도 올해 갤럭시 S의 10년을 통해 새로운 스마트폰에 대한 상상을 눈앞에 꺼내놓았다. 먼저 지난 10년을 돌이켜보자. 삼성전자의 가장 큰 경쟁력은 반도체 기술에서 나왔다. 애초 갤럭시 S 시리즈가 슈퍼 안드로이드폰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AMOLED 디스플레이와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1GHz대 CPU 덕이었다. 답답하던 안드로이드를 시원스럽게 띄웠고 크고 또렷한 화면까지 더하면서 단숨에 가장 매력적인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자리를 차지했다.이후에도 삼성전자는 기기적인 측면에서 앞서 나갔다. 무엇보다 프로세서, 메모리, 디스플레이, 카메라, 배터리 등 갤럭시에 들어가는 모든 하드웨어를 독자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은 서서히 정체되기 시작했고 삼성전자는 변화하는 시장 흐름을 여러 방법으로 풀고자 했다. 결국 삼성전자는 다시 하드웨어에서 답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에게 다시 예전 같은 독점력은 기대하기 어렵다. 시장이 변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반도체’에 있다. 모바일 프로세서의 기본 기술을 갖고 있는 ARM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만든 구글은 어떤 기기에서든 속 시원한 결과물을 내길 원했다. 결국 스마트폰 성능은 평균적으로 높아졌고, 더 빠른 CPU, 더 큰 화면만으로는 소비자를 새 기기 앞으로 불러내지 못하게 됐다. 전혀 다른 방향의 자극이 필요했다. 올해 삼성전자의 발표는 그 고민의 결과이기도 하다. 꽉 채운 디스플레이, 화면 속 지문인식 센서, 5세대 이동통신 등 새로운 기술들을 갤럭시 S10에 풀어놓았다. 또 하나의 시도는 접는 스마트폰 ‘갤럭시 폴드’다.
발표 직후 세상의 이목은 갤럭시 폴드에 쏠렸다. 화면을 접으면서 작은 기기에 태블릿만큼 커다란 화면을 얻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기술적인 이유로 상상만 하던 기기가 눈앞에 ‘펼쳐’졌고, 곧 상용화까지 앞두고 있다. 갤럭시 폴드가 성공할까? 적어도 ‘판매’라는 성적표는 좋지 않을 것이다. 비싸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이 안 팔린다고 해서 실패라고 판단 내릴 일은 아니다. 디스플레이를 접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기술로, 즉 반도체로 보여주었다는 점에 의미를 둘 수 있다. 또한 갤럭시 폴드는 접는 화면의 필요성을 세상에 숙제로 던져주었다. 접는 스마트폰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다. 3D TV처럼 잠깐의 유행으로 지나갈 수도 있다. 하지만 접을 수 있는 디스플레이에 대한 기술과 상상력은 적절한 사용처를 찾아갈 게다. 더 이상 안드로이드로는 과거 갤럭시 S3를 출시할 즈음의 독보적인 전성기는 다시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스마트폰 변화의 요구는 지속적으로 이어진다. 갤럭시 폴드는 그 변화에 반도체 기술로 대응할 수 있다는 증명이다.
WORDS 최호섭(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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