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ALBERTO MORILLAS
알베르토 모리야스는 후각의 판타지를 실현한다. 해리 프리몬트(Harry Fremont)와 탄생시킨 전설적인 CK 원 캘빈 클라인과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아쿠아 디 지오, 바이 킬리안의 이터널 우드, 아쿠아 디 파르마의 콜로니아 인텐자 등도 그의 대표작들 중 일부일 뿐. 길을 걷다 보면 익숙하거나 신선하게 느껴지는 누군가의 향기가 대부분 그가 만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할 만큼 엄청나게 많은 향의 스펙트럼이 놀라울 정도다. 그는 향과 함께 독창성과 관능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교체한 이후 한층 탄탄해진 구찌의 향수 라인업에도 참여해 알레산드로 미켈레와 함께 구찌 길티 앱솔루트부터 구찌 블룸까지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2 CHRISTOPHER SHELDRAKE
샤넬 퍼퓸 하우스에는 ‘샤넬의 코’라고 불리는 자크 폴주(Jacques Polge)와 크리스토퍼 셸드레이크가 있다. 그는 조향사인 동시에 샤넬 향수의 시작부터 완성까지 품질 관리를 감독하는 역할도 맡는다. 그가 향수 마니아들 사이에서 유명한 이유는 세르주 루텐의 거의 모든 향수가 그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조향사인 자크 폴주가 곧 샤넬 향수의 살아 있는 아카이브라면, 세르주 루텐 향수는 창립자인 세르주 루텐의 과거와 현재에서 비롯된다. 이를테면 세르주 루텐 향수에 많이 사용되는 샌들우드, 아가우드, 재스민, 앰버 코드는 그가 좋아하는 향이다. 크리스토퍼 셸드레이크는 거의 대척점에 있는 두 브랜드에서 노련한 면모로 작업을 해왔으며 근사한 결과물까지 선사한다. 단지 예술적, 기술적인 면모뿐 아니라 향에 대한 그의 태도와 가치관이 여지없이 묻어난다.
3 DOMINIQUE ROPION
프레데릭 말의 향수를 말할 때 떠오르는 향은 각자 다르겠지만 그 이미지만큼은 두말없이 하나다. 잘 지어진 건축물처럼 단순하고 명료한 향수병 라벨엔 조향사의 이름이 제일 첫 줄에 오른다. 도미니크 로피옹은 프레데릭 말이 ‘향의 저자’라고 소개하는 조향사 13명 가운데 가장 많은 조향 작업을 했다. 프레데릭 말이 알버 엘바즈와 슈퍼스티셔스의 작업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곧장 그가 떠올랐다고 했을 정도로 독보적인 존재. 고전 향수에서 볼 법한 향료들로 난해하고 우아한 순간을 만들어내는 것이 그의 특기다. 그래서인지 포트레이트 오브 어 레이디, 제라늄 뿌르 무슈, 카넬 플라워 같은 플로럴 향취의 작품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4 MAURICE ROUCEL
모리스 루셀은 1973년 샤넬에서 화학자로 시작해 향수 업계에 입문했다. 그는 스스로 ‘포뮬러를 거니는 탐험가’라고 말할 만큼 화학자의 시각에서 향기를 분석하고 연구한다. 예민한 감각의 탐미주의자처럼 향기 원소들을 유선형으로 조합해 중요하게 여기는 노트들만 더하는 식. 특히 화이트 플로럴과 머스크, 앰버 등 대담하면서도 섹시한 향기를 선호해 동물적인 뉘앙스가 짙다. 르 라보의 라다멈 18, 프레데릭 말의 뮤스크 라바줴와 덩 떼 브라 등 그의 작품들만 나열해도 향이 이미지로 이어질 정도니까. 모리스 루셀은 늘 자기 작품에 지문처럼 목련의 일종인 흰 참파카 노트를 심어놓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향수들은 묵직하고 날 선 향을 퍼뜨리다가도 살 내음처럼 편안함을 준다.
5 FRANCIS KURKDJIAN
프란시스 커정의 앞에는 항상 천재 조향사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여느 유명한 퍼퓨머들처럼 프랑스 그라스 출신도, 몇 대째 가업을 이어온 조향사 가문도 아니었던 그가 25세에 처음으로 조향한 향수가 장 폴 고티에의 르 말. 르 말은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고티에 향수의 대명사 같은 존재가 됐다. 이후로도 아쿠아 디 파르마, 아르마니, 겔랑, 디올, 버버리 등 명품 브랜드의 향수를 40여 가지 이상 조향했고, 2009년부터 단독 조향사로 자신의 이름을 내건 향수와 부티크를 선보였다. 메종 프란시스 커정에서는 다방면의 예술 분야에 관심과 재능이 있는 그가 전 제품에 자신만의 영감을 부여하고, 브랜드와 함께 대중적인 향수를 조향하는 일도 꾸준히 병행하고 있다. 어쩌면 조향사들이 추구하는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 아닐까.
6 JACQUES CAVALLIER BELLETRUD
루이 비통은 1946년 출시한 오드 보야주(Eau de Voyage)를 마지막으로 거의 반세기 넘도록 새로운 향수를 선보이지 않았다. 루이 비통은 거의 잊힌 메종의 향수 컬렉션을 되살려내기 위해 2012년 프랑스 그라스에 향수 공방을 만들었고 자크 카발리에 벨투뤼를 수석 조향사로 발탁했다. 그는 향수의 본고장인 그라스 출신으로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어 조향사로 활약해오며 불가리, 이세이 미야케, 장 폴 고티에 등에서 인상적인 작품들을 발표했다. 자크 카발리에 발투뤼는 2016년, 4년 만에 가죽 공방과 모험, 여행, 우주 탐험 등을 주제로 녹인 7개의 향수 컬렉션을 창조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그로부터 2년 뒤 남성을 위한 다섯 종류의 오 드 퍼퓸 컬렉션도 선보인다. 그는 메종의 첫 남성 향수 컬렉션을 위해 천연 원재료를 찾아 전 세계 곳곳을 여행했다고 한다. 이렇게 완성된 순도 높은 향은 마크 뉴슨이 디자인한 간결하고 투명한 보틀에 담기며 각각의 개성적인 면모를 은은한 빛으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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