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봄이라, 꽃이 만개했다. 건장한 남자들의 투박한 실루엣 위에 탐스러운 꽃이 가득 피었다. 있는 그대로 예스럽고 호방한 꽃무늬는 하늘하늘한 실크 소재, 우아한 수트, 속이 훤히 보이는 시스루 소재 등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꽃무늬는 남자들이 소화하기엔 낯간지럽거나, 유난스럽기 마련인데, 전반적으로 남성적이고, 하나같이 촌스러운 꽃무늬를 쿨한 룩에 뒤집어씌운 모양새가 찰떡같이 잘 맞아떨어졌다.
규모로 보면 디올 맨의 꽃 잔치가 단연 최고. 아마도 이번 시즌이 지날 때까지 지겹게 거론될 킴 존스의 첫 번째 디올 맨 컬렉션에 등장한 10m 높이의 카우스 컴패니언 조각상은 7만 송이에 달하는 꽃으로 빽빽하게 채웠고, 나풀나풀 흔들리는 꽃무늬 실크 셔츠, 장미로 가득한 우아한 수트 등이 쇼에 등장했다.
반면 베르사체는 좀 방탕한 편. 근육질 모델들이 빈티지 숍에서 건져낸 듯 촌스러운 꽃무늬 셔츠를 몸에 꼭 맞게 입고, 낡은 데님 팬츠를 껄렁하게 내려 입거나, 스카프처럼 화려한 브랜드 고유의 특성을 살린 셔츠와 쇼츠를 스트리트풍으로 맞춰 입었다. 프라다, 겐조의 꽃무늬는 어찌나 예스러운지. 프라다는 1960년대풍 벽지 같은 색감도 고전적인 꽃무늬를, 그것도 몸에 잘 맞는 나일론 소재 터틀넥 톱으로 제안해 허벅지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마이크로 쇼츠에 매치하고, 테크니컬 스웨터와 스포티하게 레이어링하거나, 복고풍 싱글 코트의 이너로 포인트를 주는 등 컬렉션 전반의 밑바탕으로 삼았다. 어릴 적 우리 집 식탁보 같았던 겐조의 장미꽃 패턴은 앞선 컬렉션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평범한 편. 상남자같이 우락부락한 GMBH 모델들의 근육질 몸매가 다 비치는 얇고 타이트한 시스루 소재 상의도 잘 보면 청순한 꽃무늬. 온통 꽃 천지. 알고 보니 꽃이란 이렇게나 남자다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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