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 조진혁
정상에 도전하는 사나이
NBA 2018-19 시즌 코트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모으고 있는 선수는 누구일까? 휴스턴의 ‘털보네이터’ 제임스 하든이 첫손가락에 꼽힌다. 2019년 2월 12월 기준 시즌 경기당 평균 36.5득점. 역대 가드 포지션 선수가 시즌 평균 35득점 이상 기록한 사례는 오직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1986-87 시즌 37.1점), 21세기 아이콘 중 하나인 코비 브라이언트(2005-06 시즌 35.4점) 두 명밖에 없다. 하든은 분명 새로운 역사를 창조 중이다. 31경기 연속 30득점 이상 기록한 꾸준함 역시 돋보인다. 이는 1950~60년대에 활약했던 전설적인 센터 윌트 체임벌린(65경기, 31점)을 2010년대에 소환한 업적으로 평가받는다. 그가 현재가 아닌, NBA 역사 속 위대한 선배들과 경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동시대 슈퍼스타 중 하든과 비교할 만한 선수는 누가 있을까? 필자 개인 의견을 밝히면 없다. 현대 농구 이론의 집약체로 불리는 그는 업-템포 기반 트랜지션 플레이 공세, 다운-템포 기반 개인 전술 운영, 3점 라인부터 림 근처 제한 구역까지 모두 아우르는 광범위한 득점 옵션을 구사한다. 여기에 시즌 평균 7.8어시스트 수치를 보면 알 수 있듯 동료 선수 득점 역시 능수능란하게 만들어낸다. 단언컨대 하든 유형 선수는 과거에 찾아보기 힘들었고, 현대에도 마찬가지다. 물론 르브론 제임스, 러셀 웨스트브룩, 스테픈 커리, 야니스 아테토쿤보 등 여타의 슈퍼스타들도 자신만의 확실한 영역을 구축한 선수들이다. 단, 커리어 업적 비교라면 몰라도, 추구하는 농구 철학만 놓고 보면 라이벌 관계가 성립되긴 어렵다.
시스템 측면에서 살펴보면 국내에서도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디펜딩 챔피언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하든 유형의 농구 라이벌로 지목된다. 커리와 클레이 톰슨이 뭉친 ‘스플래시 브러더스’, 무소불위의 득점 사냥꾼 케빈 듀런트 등 올스타 라인업 구축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선수가 볼을 공유하는 이타적인 농구를 선보인다. 철저하게 하든 중심으로 설계된 휴스턴 농구와 대척점에 있는 셈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두 팀이 추구하는 목표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양쪽 모두 전술 운영은 현대 농구가 강조하는 효과적인 공간 창출에 밑바탕을 둔다. 차이점은 패스 게임을 통해 높은 득점 기대치를 구현한 골든스테이트, 압도적인 볼 핸들러 하든 개인 역량에 의존해 정상에 도전하는 휴스턴으로 요약 가능하다. 두 팀은 지난 2018년 플레이오프 서부 콘퍼런스 파이널 무대에서 자웅을 겨뤘던 맞수. 올해 플레이오프 전장에서도 현대 농구 간판 자리를 두고 격돌할 것으로 기대된다.
WORDS 염용근(네이버 〈오늘의 NBA〉 기자)
역대 최고의 공격수
“내가 본 역대 최고의 공격수다.” 휴스턴의 마이크 댄토니 감독은 하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혹시 제임스 하든의 플레이를 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댄토니 감독의 이 발언이 결코 ‘굽은 팔’의 결과물이 아님을 알 것이다.
그만큼 지금 하든이 보여주는 활약상은 경이롭다. 올 시즌 평균 36.5득점을 기록 중인 하든은 12년 만에 시즌 평균 35점 이상을 기록한 득점왕이 될 것으로 보인다. 70년이 넘는 NBA 역사에서 단 네 명만이 해냈던 일이다. 기록의 사나이 윌트 체임벌린, 전설의 슈터 릭 배리, 역대 최고의 남자 마이클 조던, 그리고 2000년대 최고의 슈퍼스타 코비 브라이언트다.
하든의 실력은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경지에 올라 있다. 마크맨을 바꾸고, 더블 팀 수비를 해도 소용이 없다. 그는 언제나 수비를 뚫고 파울을 얻어내며 득점을 올린다. 하든에게 너무 바짝 달라붙어 수비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기이한 스텝 백 점프슛과 크로스오버 드리블에 순식간에 농락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하든의 플레이가 모두에게 사랑받는 것은 아니다. 아니, 어쩌면 싫어하는 이가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교묘하게 파울을 유도하는 하든의 동작을 두고 누군가는 ‘더티(dirty)’하고 지나치게 노골적이라고 비판한다. 하든의 스텝 백 동작에는 늘 트래블링 논란이 따라다닌다. 그의 플레이가 농구의 재미를 망치는 ‘안티 바스켓볼’ 범주에 속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요컨대 하든은 경계선 위에 서 있는 선수다. ‘합법’과 ‘비합법’ 그리고 ‘매너’와 ‘비매너’의 경계선이다.
그래서일까? 하든은 실력에 비해 가장 인기가 없는 선수로도 꼽힌다. 지난 1월 중순 발표된 유니폼 판매 중간 순위에서 하든은 고작 10위에 머물렀다. 비슷한 시기에 진행된 올스타 팬 투표에서도 하든은 서부 지구 7위, 리그 전체 10위를 차지했다. 2년 전에 NBA 올스타 주전 선발 방식이 변경되지 않았더라면 하든은 식스맨으로 올스타전에 나섰을 수도 있었다. 평균 36득점을 올리는 ‘역대급’ 공격수가 식스맨이라니. 역사에 남을 기이한 사건이 됐을 것이다.
하든에게 뼈아픈 구석은 또 있다. 바로 플레이오프에서 거둔 성과다. 그는 오클라호마시티 시절을 제외하면 NBA 파이널 무대를 밟은 적이 없다. 당시 하든은 케빈 듀런트, 러셀 웨스트브룩의 뒤를 받치는 세 번째 공격수였다. 자신이 에이스였던 팀이 우승 문턱에도 가본 적이 없다는 사실은 앞으로도 하든을 괴롭힐 것이다.
하든의 기량은 이미 독보적인 수준이다. 지금 NBA에서 ‘알고도 못 막는다’는 표현이 하든만큼 잘 어울리는 선수도 없다. 하지만 그는 스테픈 커리나 르브론 제임스 같은 시대의 아이콘으로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하든을 머리 아프게 만드는 진짜 라이벌은 그를 둘러싼 ‘안티 바스켓볼’ 논란과 ‘무관’의 현실이 아닐까. 리그 최고의 공격수인 제임스 하든이 여전히 도전자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WORDS 이동환(〈루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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