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 조진혁
최상위 퍼블리셔가 유리하다
넷플릭스는 스트리밍 영상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개발해 전 세계 1억 명이 넘는 가입자를 확보했다. 스포티파이도 스트리밍 뮤직으로 음악을 듣는 습관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스트리밍 경제는 콘텐츠를 소유가 아닌 공유로 바꿔놓았고 우리는 콘텐츠를 구입하는 게 아닌 구독하는 것에 익숙해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구독이 익숙하지 않은 콘텐츠도 있다. 게임이다. 게임은 용량 자체가 크고 고사양 시스템이 필요하기 때문에 스트리밍 플랫폼에 적합하지 않았다. 그러나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 허들이 무너지고 있다. 스트리밍 게임은 아니지만 그 기초 단계인 ‘구독’ 서비스는 이미 시작됐다.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는 엑스박스 게임 1백여 개를 월정액으로 즐길 수 있는 ‘게임 패스’를 미국에서 서비스 중이고, EA도 비슷한 개념의 ‘오리진 액세스 프리미어’를 서비스 중이다. 네트워크 속도가 향상되는 5G 시대에는 구독형+스트리밍 서비스가 좀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과연 이 황금 시장의 승자는 누가 될까? 먼저 애플이 있다. 애플뮤직으로 성공했고 영상 서비스도 준비하는 애플은 자연스레 게임 구독 서비스도 준비할 가능성이 높고 실제로도 준비 중이라는 루머가 들려온다. 특히 애플은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맥이라는 좋은 하드웨어가 있고 앱스토어라는 플랫폼을 가지고 있다. 다만 애플은 게임 퍼블리셔가 아니라는 약점이 있다. 즉 iOS에 올리는 게임을 다른 플랫폼에 올리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독점적 게임이 적기 때문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을 보기 위해 넷플릭스에 가입했다”처럼 반드시 구독해야 하는 당위성이 적다. 물론 애플 유저들의 충성심을 얕봐서는 안 되기 때문에 생태계 내에서 흥행은 가능할 것이다.
구글도 크게 희망적이지 않다.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이끌고 있으므로 수많은 모바일 게임을 구독 서비스로 묶어 서비스한다면 귀가 솔깃할 수 있다. 다만 안드로이드 게임의 대다수가 인앱 결제(무료로 플레이하다 게임 진행을 위해 추가 결제하는 시스템) 방식인데 구독 서비스 방식은 인앱 결제와 콘셉트상 부딪힌다. 넷플릭스에 유료 광고가 나왔다면 지금처럼 넷플릭스가 흥행했을까? 현재 대부분의 인기 모바일 게임들이 무료 다운로드-인앱 결제 방식으로 운용되므로 구글의 구독 서비스 역시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없다면 구독을 해야 할 당위성이 없다.
그런 점에서 보면 소니와 MS가 가장 유리하다. 이들은 모바일 게임은 부족하지만 대신 최상위 게임 퍼블리셔로서 독점 게임을 많이 확보하고 있다. 게다가 플레이스테이션과 엑스박스라는 콘솔 하드웨어까지 확보하고 있다. 특히 MS는 서피스 시리즈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태블릿, PC 겸용으로 스트리밍 게임에 최적화된 폼팩터다. 아마도 생태계 측면에서는 MS가 가장 유리할 것이다. ‘스팀’을 가지고 있는 밸브는 어떨까? 스팀이 흥행한 이유 중 하나가 ‘가격 파괴’ 때문인데 구독 서비스가 일반화된다면 스팀이 가진 가격 파괴의 장점이 사라진다. 어쩌면 스팀은 미국 최대의 비디오 체인이었다가 넷플릭스에게 밀려 사라진 ‘블록버스터’가 될 수도 있다.
WORDS 김정철(IT 칼럼니스트)
중요한 건 막대한 컴퓨팅 자원 서비스
서버는 늘 성능이 아쉽게 마련이다. 새 장비를 들이면 효과는 있겠지만 비용이 부담이다. 그래서 필요한 만큼 가상 컴퓨터를 사서 쓰는 클라우드 컴퓨팅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 기술이 게임과 접목되고 있다. 게임을 가상 컴퓨터에 띄우는 것이다. CPU나 GPU가 필요한 연산은 클라우드에서 처리하고, 내 컴퓨터는 인터넷으로 전해오는 화면을 유튜브처럼 스트리밍하기만 하면 된다. 값비싼 게임을 구입하지 않고 빌려 쓰면 된다. 리눅스나 맥에서도 윈도나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게임을 가로막고 있던 장벽이 허물어지는 것이다.
클라우드 게임은 꼭 외부 서비스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개인이 클라우드 게임 환경을 꾸릴 수도 있다.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 3 시절부터 ‘리모트 플레이’라는 이름의 원격 게임 서비스를 운영했다. PC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등 휴대용 게임기를 이용해 개인의 플레이스테이션에 접속하는 것이다. TV 앞에 앉지 않아도 휴대용 기기로 게임을 즐긴다. 그래픽카드 제조사들도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엔비디아는 ‘실드’를 이용해 PC 게임을 태블릿에서 즐기게 했고, AMD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게임 스트리밍을 시작했다.
게임 스트리밍은 기술적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게임은 초를 다투는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가비트 인터넷이 흔해졌고, 5세대 이동통신이 도입되면 데이터가 오가는 데 걸리는 지연 속도가 1천 분의 1초대로 낮아지게 된다. 기술적으로 가장 큰 걸림돌이 사라진 셈이다.
중요한 건 이 막대한 컴퓨팅 자원 서비스를 누가 제공할 것이냐다. 이미 구글이나 엔비디아 등 굵직한 IT 기업들은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지포스 나우’라는 서비스를 통해 GTX1080급의 게이밍 PC를 한 시간에 1달러 정도에 빌려 쓸 수 있도록 했다. 버라이즌도 최근 ‘버라이즌 게이밍’을 꺼내놓고 엔비디아 실드 셋톱박스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고성능 PC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구글은 ‘프로젝트 스트림’이라는 이름의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이용자는 컴퓨터 성능과 관계없이 크롬 웹브라우저만 있으면 된다. 클라우드 업계의 강자인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관련 기업들을 인수해 스트리밍 게임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
공룡 기업들이 이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기술적으로 완성됐다는 이야기이자, 돈이 된다는 의미다. 문제는 시장의 인식 변화다. 과거에는 음악이나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스트리밍하는 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익숙하지 않았고, 품질에 대해서도 막연하지만 불안한 무엇인가가 있었다. 무엇보다 ‘음악은 이렇게 듣는 게 아니야’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하지만 지금은 음악도, 영화도 한 번에 내려받아두고 보지 않는다. 게임은 여전히 ‘내 컴퓨터에서 돌려야지’라는 인식이 강한 콘텐츠다. 역시 해답은 겪어보는 것이다. ‘아 이제 그래픽카드 안 사도 되겠구나’라는 반응이 나오면 충분하지 않을까?
WORDS 최호섭(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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