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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밴드 신에 희망은 있을까?

UpdatedOn February 28, 2019

‘별일 없이 산다’던 장기하와 얼굴들은 마지막 앨범 발매와 함께 작별 공연을 했다. 데뷔 10주년을 맞은 디스코 록 밴드 고고스타도 활동을 종료했고, 장미여관도 멤버 간 의견 차로 해체했다. 차승우가 이끌던 모노톤즈는 멤버들의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팀을 해산했다. 록 밴드 아시안 체어샷은 지난해 앨범 <Ignite> 이후 예정 없는 휴식에 들어갔다. 힙스터들 사이에서 뜨거웠던 밴드 새소년도 두 멤버가 병역 문제로 탈퇴한 뒤 지난 12월 기존 멤버들과 마지막 공연을 열고 재정비에 돌입했다. 20년을 버텨온 베테랑 인디 밴드 3호선 버터플라이도 지난 1월 7일 활동 중단을 발표했다. EDM이 클럽을 들썩일 때도, 힙합이 대한민국을 뒤집어놓을 때도 밴드 음악은 자신만의 영역을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와 올해 유독 밴드 신이 급변하고 있다. 그래서 밴드 시대의 종언을 선언하기에 아직은 이르다는 희망의 단서들을 찾아봤다.

EDITOR 서동현

새로운 프레임의 희망, 지나치느냐 거머쥐느냐

대한민국 밴드 신은 이런저런 부침을 겪으며 견뎌왔다. 과거 ‘선배' 밴드들과 지금의 밴드가 겪는 부침의 경험은 다르겠지만 말이다.
고(故) 신해철은 생전 <이즘(IZM)>과의 인터뷰에서 1999년 17만 장이 팔린 네 번째 솔로 앨범 <모노크롬>을 ‘처절한 참패, 박살난 앨범’으로 정의했다. 2008년 장기하와 얼굴들이 <별일 없이 산다>를 1만 장 팔자 전문가들은 ‘한국 대중음악의 오래된 미래’라는 극찬을 했다. 새소년의 ‘재정비’는 좀 안타깝다. EP와 싱글만으로 젊은 세대의 지지를 획득한 이 3인조 밴드에게 남은 건 근사한 정규 앨범으로 성공을 거머쥐는 일뿐이었다. 드러머 강토가 스물일곱, 베이스 문팬시가 스물다섯인데 ‘병역 문제’로 팀을 나간다니. 아무리 보컬 황소윤의 존재감이 독보적이라지만 이해하기 어렵다. 2018년을 이끌었던 밴드들은 선배 세대와 다른 행보를 보였고, 새소년 역시 그러했기에 더욱 아쉽다.

다음 밴드들의 2018년 활약을 살펴보면 이 아쉬움의 이유를 알 수 있다. 시티팝 유행과 신스팝을 활용한 아도이(Adoy)는 현재 가장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팀으로, 아시아 투어를 떠났다. 부산 출신 서프 록 밴드 세이수미(Say Sue Me)는 엘튼 존의 극찬을 받고 유럽 투어를 마쳤다. 밴드 혁오와 잠비나이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록 페스티벌인 코첼라 무대에 선다. 이 모든 것은 스트리밍 서비스와 유튜브를 통해 대중음악이 급격하게 글로벌화되고 있기에 가능했다. 각 도시, 각 나라의 흥미로운 밴드와 아티스트들이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는 건 오히려 더 쉬워졌다. 영미권 신의 인디 밴드와 한국 신의 인디 밴드 출발점은 거의 비슷한 위치에 있다. 한국에서 이름난 밴드의 노래가 스포티파이(Spotify)나 애플 뮤직(Apple Music) 록 플레이리스트에 포함되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시대다.

물론 ‘한국 밴드는 영미권 밴드처럼 자생하기 어렵지 않냐?’는 질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생존 방법이 메이저 신의 인정으로 획일화된 것은 아닌지 다시 반문하겠다. 한국 공중파 TV 출연보다 해외 유명 록 페스티벌 라인업에 포함되는 게 더 쉬울 수도 있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동아줄을 기다릴 게 아니라, 뮤지션 자체적으로 소셜 미디어를 적극 활용하고 타 아티스트, 패션 및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평론지 등의 루트를 통해 자신들의 음악을 알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희망은 준비된 자에게만 웃어준다지 않나. 한국 밴드는 힘들다는 패배 프레임이 근 20년을 지배해왔다. 그 힘든 시대를 버텨온 밴드들에 작별을 고하고, 신진 밴드들의 성공에서 가능성을 본 해가 2018년이었다. 어떤 형태로든 밴드 신에 희망은 있다. 그 희망을 고정관념에 갇혀 못 보고 지나칠 것이냐, 아니면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거머쥐느냐의 차이다.

WORDS 김도헌(대중음악 평론가, 웹진 <IZM> 메인 에디터)

밴드는 조별 과제와 같다

아도이(Adoy)의 리더 오주환에게 ‘밴드는 조별 과제와 같다’라는 말을 들은 적 있다. 여러 밴드를 지켜보고, 함께 일한 입장에서 크게 공감 가는 말이었다. 만화 <원피스>처럼 언뜻 아름다워 보이지만 사실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조별 과제처럼 교수님의 평가라는 분명한 목적지가 없는 밴드는 더욱 그럴 것이다. 기획사에서 기획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 밴드는 자생적으로 태어난다. 갑자기 좋은 성과를 누리면 모를까 (그런 일은 <무한도전>에 출연하지 않는 이상 일어나지 않고, <무한도전>은 이제 종영됐다) 대부분 밴드와 관련한 모든 일을 스스로 해야 한다. 멤버가 모두 학생이면 그나마 형편이 낫다.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면 일정 이상 성공하지 않는 한 대부분 다른 일을 병행해야 한다. 한국에서 정말 소수 밴드만 누릴 수 있는 일이다.

밴드에는 많은 일이 갑작스럽게 닥친다. 기업의 지원 사업이나 인디 밴드가 주로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보통 평일에 열리고, 인터뷰나 수입 대부분을 차지하는 행사도 대중없이 섭외가 온다. 거기에 야망이 있다면 한국에 적은 밴드 음악 팬을 넘어 해외의 밴드 음악 팬도 만나야 한다. 대부분 레슨이나 시간제 근무 같은, 비교적 시간에 구애를 덜 받는 일을 겸할 수밖에 없다. 직업이 두 개가 넘어도 안정이 보장되진 않는다. 그 와중에 비용은 꾸준히 든다. 악기를 사고, 합주하고(뒤풀이하고) 모든 게 비용이다. 음반 제작비도 많이 든다. 홈 녹음도 가능하지만 어지간한 경우 스튜디오를 임대해 레코딩을 하고 믹싱 엔지니어에게 맡겨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멤버가 밴드에 공평하게 n분의 1로 기여하면 좋겠지만, 조별 과제처럼 이는 이상에 가깝다. 누군가는 곡을 쓰고, 누군가는 밴드의 인기를 견인하고, 누군가는 잡무를 처리해야 하는데, 모두 정확하게 산출되는 일이 아니다. 밴드의 멤버가 남성인 경우 군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멤버 중 성추행을 하거나 이력이 밝혀지는 경우도 있다. 공유 문서로 개인의 경험을 모은 ‘한국 인디 밴드의 공연에 안 가는 이유를 보면 드문 일도 아니다. 실제로 현재 인디 밴드와 클럽 등 신에 관한 팬들의 인식은 별로 긍정적이지 않다.

밴드가 어려웠던 시기는 지금뿐이 아니다. 디스코의 시대가 오고 클럽 음악을 담당하는 이가 밴드에서 디제이로 바뀔 때부터 밴드에는 힘든 미래가 예고돼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밴드 음악을 만들고자 하는 이들이 있고, 듣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 투자와 마케팅을 담당하던 인디 레이블이 사라지는 시대, 오히려 밴드가 솔로 아티스트보다 유리할 수 있다. 작은 기업처럼 역할을 분담하고 각자 가진 능력과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계속 작업물을 내놓아야 하는 시대, 혼자서 이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각기 음악적 배경이 다른 사람이 모여 있다는 것만으로도 전에 없던 새로운 결과물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바로 이 가능성에 희망을 걸어볼 때다.

WORDS 하박국(영기획 대표, 기술인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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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서동현
WORDS 김도헌(대중음악 평론가, 웹진 메인 에디터), 하박국(영기획 대표, 기술인간 에디터)

2019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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