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 조진혁
문제는 플랫폼과 자금력
바야흐로 동영상의 시대다. 그리고 동영상 시대의 수확은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착실히 거두고 있다. 시청자가 곧 콘텐츠 생산자가 되는 유튜브는 어린아이부터 노년층까지 다양한 연령층에서 상상도 못한 콘텐츠를 매 초 쏟아낸다. ‘양’에 있어 유튜브를 견제할 미디어는 단언컨대 존재하지 않는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대를 연 넷플릭스는 지난 15년간 1백90개국에 진출하며 1억3천만 명의 유료 가입자를 확보했다. 엄청난 유료 가입자에서 나오는 수익을 바탕으로 넷플릭스는 매년 7조~8조원이 넘는 돈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쏟아 붓는다. ‘질’에 있어서 넷플릭스를 뛰어넘을 경쟁자는 보이지 않는다. 질과 양을 모두 확보한 이 새로운 미디어는 세상을 집어삼킬 듯하다.
한국의 미디어 산업도 기로에 섰다. 용감한 한국 OTT 업계가 연합군 구축을 발표했다. SK브로드밴드의 옥수수와 지상파 연합 플랫폼인 푹(POOQ)은 합작 법인을 설립해 오는 6월에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신설 법인명은 ‘푹 익은 옥수수’가 어떨까? 농담이다. 두 회사 가입자 수는 1천3백만 명에 달한다. 넷플릭스 한국 가입자 1백만 명에 비해 훨씬 더 많다. 하지만 가입자 중 많은 수가 무료 서비스를 이용 중이기 때문에 실제 경쟁력이 어느 수준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토종 연합군의 강점은 실시간 생중계 콘텐츠다. 지상파 3사가 출자한 푹은 지상파의 모든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즐길 수 있다. 유튜브나 넷플릭스가 확보하지 못한 부분이다. 그러나 실시간 콘텐츠의 파괴력이 옛날 같지 않다. 실시간 방송보다는 재방송으로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오히려 실시간 방송의 연예인들이 유튜브로 넘어올 정도다.
오리지널 콘텐츠는 어떨까? 한국은 한류를 바탕으로 동남아시아에서 소위 ‘통하는’ 프로그램의 제작 능력이 있다. 한류 스타와 K-팝은 한국 연합군의 가장 큰 무기다. 하지만 오리지널 콘텐츠 분야도 쉬운 싸움은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넷플릭스는 지상파 방송국의 제작비를 모두 합친 비용만큼 오리지널 콘텐츠를 매년 제작 중이다. 유튜브는 한 술 더 뜬다. 자체 제작한 영화나 예능 프로그램을 올해부터 일반 이용자에게 무료로 공개할 예정이다. 잠재적 경쟁자들도 화려하다. 마블 캐릭터, ABC 방송국, 픽사를 거느린 디즈니도 오리지널 OTT 서비스를 론칭했고, 전 세계에 애플 디바이스를 끝도 없이 깔아놓은 애플 역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 예정이다. 플랫폼과 자금력에 있어서 한국 연합군은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할지도 모른다.
연합군들이 이런 공룡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덩치를 키울 필요가 있다. OTT 서비스와 케이블 TV가 연합하거나 케이블 TV끼리 적극적으로 합병해야 한다. 실제로 LG유플러스는 CJ헬로 인수를 타진하고 있으며 KT 역시 딜라이브 인수를 추진 중이다. 해외 진출과 현지화도 답이 될 수 있다. 국내 콘텐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트와이스’가 다국적 멤버들의 연합으로 성공했듯이 이런 성공 사례를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적용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WORDS 김정철(IT 칼럼니스트)
유통 플랫폼의 핵심 가치
연초 지상파 방송 3사와 SK텔레콤이 손을 잡았다. 국내에서 가장 강력한 콘텐츠 플랫폼이 생긴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양측이 가장 예민하게 맞부딪치던 콘텐츠 시장에서 손을 잡았다는 점이다. 물론 여전히 IPTV를 둔 수수료와 재전송에 대한 논란과 갈등은 그대로 남아 있지만 적어도 인터넷 영상 서비스에 대해서는 가장 획기적이고 공격적인 대응에 나선 것이다. 역시 강력한 경쟁자가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와 유튜브가 그 주인공이다. 넷플릭스 이용자는 급격히 늘어나고 유튜브는 이제 동영상 서비스를 넘어 커뮤니티 혹은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 되고 있다. 푹과 옥수수 역시 지금 수준에서 만족하거나 마음 놓을 수는 없는 시장 상황이다. 두 회사의 통합은 방송사와 유통을 맡는 ‘이통사’가 영상 플랫폼에 대해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것을 잘 나타내는 부분이기도 하다.
왜 업계는 두 서비스에 대해 걱정을 내비칠까? 우리나라에 마땅한 동영상 서비스가 없어서일까? 그건 아니다. 오히려 개인 방송의 경우 유튜브가 뒤늦게 국내 서비스를 뒤따랐다. 주문형 비디오 서비스도 막강한 인터넷 환경에 힘입어 일찌감치 대중화됐다. 국산 콘텐츠의 장악력도 높다.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국내 콘텐츠 시장은 세계적인 수준이고 시장 역시 해외보다 국내 콘텐츠를 선호한다. 적어도 지금 대중이 유튜브와 넷플릭스에 눈을 돌리는 이유는 조금 다른 곳에 있다. 바로 ‘편리함’이다.
국내 콘텐츠 유통 시장은 오랫동안 국내 플레이어들에 한정되어 있었고, 상대적으로 외국 기업이 국내에 들어오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서비스 제공 형태도 정착되기 시작했다. 늘 지적되는 콘텐츠 시작 전 광고를 비롯해 기기에 따른 서비스 차이, 인색한 해상도와 화질 등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이 있었지만 우리는 원래 그런 줄 알고 써왔다. 넷플릭스를 만나기 전까지 말이다. 그동안 콘텐츠 유통 공룡들이 불편을 팔아왔음을 깨닫게 됐다. 국내 영상 서비스는 지속적으로 불편해졌고, 요금도 꾸준히 올랐다. 새로운 요소들이 플랫폼의 본질과 부딪친다고 해도 수익을 내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로 꼽혔다. ‘광고 없이는 요금을 더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자연스레 받아들였다.
넷플릭스나 유튜브는 달랐다. 망 제공자 입장에서는 불만이 있겠지만 이용자는 어떤 기기에서나 똑같은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유튜브는 광고가 가장 중요하지만 적어도 광고가 불편을 요구하지 않는다. 물론 그 광고를 없앨 수 있는 유료 프로그램도 내놓았다. 당장 IPTV와 방송사의 갈등에 UHD TV 전송조차 되지 않는 것이 국내 콘텐츠 시장의 현실이다. 이용자들은 UHD, HDR 등 갖고 있는 TV의 실력을 한껏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에 손이 가게 마련이다. 이용자들은 최선을 다하지 않는 플랫폼에 마음을 주지 않는다. 플랫폼에게 콘텐츠 경쟁력이 전부는 아니다. 볼 건 넘쳐난다. 콘텐츠는 물론 가장 중요한 힘이지만 유통 플랫폼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그 안에서 요금과 시간을 쏟은 만큼 얼마나 큰 즐거움을 주느냐에 있다.
WORDS 최호섭(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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