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소득의 60% 이상을 월세에 쏟아붓는 것과 매일 왕복 4시간 동안 출퇴근을 감내하는 것 중 당신이라면 어느 쪽을 선택하겠나? 세상에서 가장 암울한 이 질문은 런더너의 가장 흔한 고민 중 하나다. 런던의 주택난은 우리나라 못지않게, 그 이상으로 살인적이다. 실제 2015년 CNN은 스페인에서 런던으로 비행기를 타고 출퇴근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보도한 적이 있는데, 런던에 반년만 살아도 정말 ‘국제적인’ 출퇴근을 하는 사람을 한둘 정도는 찾아볼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런던에서 침실이 하나 딸린 아파트의 평균 시세는 30만~40만 파운드(약 5억3천만~7억원)에 이르고 한 달 월세는 1천5백 파운드(약 2백만원)를 호가한다. 물론 혼자 아파트 전체를 소유 혹은 빌리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하우스 메이트 다섯 명과 살고 있는 친구 하나는 창문 없는 방에 한 달 5백 파운드(약 70만원) 정도를 지불한다고 털어놨고 오죽하면 자그마한 배를 집으로 삼는 사람들이 넘쳐나 그들을 ‘보트 피플’이라고 하겠는가.
현재 이처럼 끔찍한 주택난을 해결할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작은 집’이다. 건축가 패트릭 슈마허는 과거에 지어진 주택 구조가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는 지금의 스타일에 맞지 않는다며 원룸 형식의 스튜디오가 젊은 런더너들에게 가장 적합한 주거 형태라고 말한 바 있다. 24시간 중 반 이상을 밖에서 지내는 데 익숙한(혹은 그래야만 하는) 젊은 런더너들에게 호텔 룸에 가까운 작은 집이야말로 이상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곳곳에서 이미 포화 상태인 런던의 구석구석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엔지니어 그룹 WSP는 수도 철로 위에 약 25만 채의 집을 지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고 발표했고 건축 그룹 U+I는 런던 9개 자치구에 오직 임대만이 가능한 타운 하우스를 지을 예정이다. U+I의 부사장 리처드 업튼은 영국 일간지 <이브닝 스탠더드>와의 인터뷰에서 ‘마이크로 하우스’가 지금 런던에 필요한 주택 유형이 라고 말했다. “생각해보면 집에 그렇게 많은 공간이 필요하지 않아요. 도시 곳곳의 숨은 공간을 활용하면 한 채당 약 23~27㎡ 정도의 집 4천4백70채를 지을 수 있습니다. 경상소득층이 런던 중심에서 살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죠.”
그런가 하면 건축 프로젝트 그룹 ‘네이키드 하우스’는 이름처럼 대부분의 것들을 ‘벗겨낸’ 집을 구상 중이다. 이 아파트는 칸막이 벽도 없고, 기본적인 배관만 설비됐을 뿐 장식 같은 건 전혀 없다. 화장실과 부엌은 갖추고 있으나 부엌이라고 하기엔 거창하고 그저 작은 싱크대가 놓여 있는 것에 가깝다. 가격은 약 15만 파운드(약 2억원)로 시세의 3분의 1 정도. 런던에서 온전히 독립적인 공간을 갖는 것이 꿈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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