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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AFTSMANSHIP

윤상혁은 충돌을 빚는다

투박한 듯하지만 섬세하고, 무심한 듯하지만 정교하다. 손이 가는 대로 흙을 빚는 것 같지만 어디서 멈춰야 할지 세심하게 고민한 결과물이다. 상반된 두 가지 심성이 충돌해 윤상혁의 작품이 된다.

UpdatedOn February 15,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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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혁
@gogibanchan7
바람에 휩쓸린 흙의 표면처럼, 무심하게 빚어낸 그릇이 윤상혁을 대표하는 이미지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바람 소리가 느껴질 것 같다. 거칠면서도 섬세한, 상반된 개념이 충돌해 만드는 단단한 에너지가 윤상혁 작품의 매력이다.
요즘 윤상혁은 안료를 써서 발색을 다시 해보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은은하게 감도는 색감이 참 오묘하다.

요즘 윤상혁은 안료를 써서 발색을 다시 해보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은은하게 감도는 색감이 참 오묘하다.

요즘 윤상혁은 안료를 써서 발색을 다시 해보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은은하게 감도는 색감이 참 오묘하다.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작가도, 작품도 의외의 면모를 많이 가지고 있어서다. 겹겹이 쌓아 올려 만든 층은 지층의 단면 같기도 하고, 바람에 아무렇게나 휩쓸린 땅 위의 흙 같기도 하다. 손이 가는 대로 흐트러지고 갈라지는 흙 느낌이 윤상혁 작가를 통해 정갈하게 빚어진 그릇이 된다. ‘손이 가는 대로’라고 했지만 어디까지 흐트러뜨리고 어디에서 멈춰야 할지, 세심한 감각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작업이다. 그러니까 전혀 신경 쓰지 않은 것 같으면서 엄청나게 공들인 이 그릇은 상충하는 맛이 있어 더 매력적이다. 자기소개를 하기 전까지는 ‘힙합 프로듀서’라고 해도 고개를 끄덕일 법한 윤상혁 작가 역시 ‘흙의 거친 느낌’을 사랑하는 귀엽고 유쾌한 면모를 지녔다는 점에서 그릇과 닮았다.

누군가는 이것을 작품이라 부르고, 누군가는 ‘여기에 밥을 담고 간장게장을 얹어 먹으면 맛있겠다’고 한다. 작가의 입장은 어떤가?
일단 나부터 ‘작품’이라는 개념으로 작업하지는 않았다. 사람들이 늘 곁에 두고 일상에 잘 묻어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거친 느낌과 섬세한 부분의 조화, 그 균형점을 찾아가는 일 자체에 흥미를 느낀다. 요즘엔 사실 작품의 실용성에 대해 달리 생각하고 있다. ‘실용성’이라는 틀에 갇혀 있다 보니 명확하게 한계가 주어지는 거 같아서. ‘이걸 만들면 사람들이 어떻게 쓸까?’를 고민했다면 지금은 ‘이걸 테이블에 두고 싶은 마음이 생길까?’ 하는 식으로 생각이 바뀌고 있다.

발색이 다른 흙을 섞어서 생각지도 못한 패턴과 질감을 만들어내는 작업으로 유명하다. 요즘 작업할 때 최대 관심사는 뭔가?
내 취향에 맞춰, 거기서부터 모든 게 시작되니까 ‘내가 왜 이런 것을 좋아하게 됐지?’라는 걸 많이 생각한다. 그것에 맞춰 흙에 변화를 주는 방향으로 작업을 모색한다. 모래를 섞어서 또 다른 질감을 만들어낸다거나, 안료를 써서 발색을 다시 해본다거나. 뭘 섞느냐에 따라 느낌이 확 달라지니까.

학생 시절부터 지금까지 제법 오랜 시간 흙을 만져왔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 일을 할 건가?
그럴 것 같다. 내가 알아가야 할 것, 성취해야 할 것이 무궁무진한 분야라서다. 여태 알고 있던 게 잘못된 것일 수도 있고 그래서 더 계속 올라가야 할 ‘레벨’이 존재한다. 어느 선에서 막혀 정체되어 있다가도 갑자기 그 선을 넘어설 지점을 생각지도 못한 기회에 찾기도 한다. 그런 부분들이 나에게 동기 부여가 된다. ‘이걸로 먹고살 수 있겠냐’는 문제는 차치하고, 흙 빚는 일 자체에 계속할 만한 원동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손끝이 가는 대로 무늬가 만들어지고, 형태를 갖춰나가는 것이 흙을 빚는 재미다.

손끝이 가는 대로 무늬가 만들어지고, 형태를 갖춰나가는 것이 흙을 빚는 재미다.

손끝이 가는 대로 무늬가 만들어지고, 형태를 갖춰나가는 것이 흙을 빚는 재미다.

그렇게 오래 하면 익숙해질까? 흔히 ‘이런 것은 눈 감고도 만든다’고 표현하지 않나.
은연중에 그런 강박관념은 있다. 눈 감고도 만들 수 있을 만큼 익숙해져야 한다는 생각 말이다. 일종의 목표이기도 하고. 그런데 익숙해질 즈음에 변수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그걸 해결하려 들면 또 다른 가지로 뻗어나가고 말이다. 익숙함에서 오는 지루함도 분명 있지만, 동시에 그걸 벗어날 수 있는 기회도 상존한다.

고요하게 앉아서 흙을 만지는 작업은 평화로울 것 같다. 어떤가?
아무래도 반복 작업이다 보니 한편으로 편안함을 느끼긴 한다. 그런데 사실 무늬를 입히는 과정이 가장 중요한 핵심이거든. 그때 신경이 곤두선다. 어디쯤에서 멈춰야 이 물성에 깃든 효과를 드러낼 수 있을지, 내가 판단을 해야 하거든. 이 정도에서 멈춰 색을 입혀야 할지 내적 갈등이 계속된다. 그렇기 때문에 마냥 뇌파가 안정된 상태로 작업을 하진 못한다.(웃음)

요즘 손 기술의 가능성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손으로 흙을 빚어 그릇을 만드는 윤상혁 작가를 ‘젊은 장인’이라고 쉽게 설명해도 되나?
흔히 ‘장인’이라고 하면 오랜 시간 숙련된 사람을 전제한다. 그래서 우리끼리는 ‘장인’이란 단어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젊은 장인’을 설명해야 한다면 각자의 개성을 효과적으로 잘 드러내는 사람이라고 답하겠다. 기성 장인이 기술적 숙련도의 극의를 기반으로 한다면 젊은 장인이란 어느 정도 숙련한 기술을 바탕으로 나와 타인의 취향의 접점을 찾고자 끊임없이 혁신을 모색하는 사람. 그 정도면 설명이 되려나.

손끝이 가는 대로 무늬가 만들어지고, 형태를 갖춰나가는 것이 흙을 빚는 재미다.

손끝이 가는 대로 무늬가 만들어지고, 형태를 갖춰나가는 것이 흙을 빚는 재미다.

손끝이 가는 대로 무늬가 만들어지고, 형태를 갖춰나가는 것이 흙을 빚는 재미다.

흙을 어떻게, 얼마만큼 배합하느냐에 따라 작품의 결이 달라진다.

흙을 어떻게, 얼마만큼 배합하느냐에 따라 작품의 결이 달라진다.

흙을 어떻게, 얼마만큼 배합하느냐에 따라 작품의 결이 달라진다.

안료를 사용해 다양한 색을 만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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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지만 고운 느낌의 그릇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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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서동현
PHOTOGRAPHY 김선익

2019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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