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이율배반적인 감정이 든다. 위너의 신곡이 ‘Really really’랑 비슷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비슷하게 느껴지면 나도 모르게 ‘너무 똑같은데?’라고 말을 한다. 또 전혀 다른 느낌이면 ‘이거 좀 낯선데?’ 하고. 위너는 어디에 장단을 맞춰야 할까? 결국 위너가 만족하는 음악을 만드는 게 해답일까?
민호 답을 정확히 알고 있다. 바로 그거다.
승윤 그래서 우리가 부르기 재미있고 들었을 때 좋은 곡을 만들고자 한다. 그게 기준이다.
최근 발표한 싱글 ‘Millions’를 통해 역시나 우리가 위너에게 기대하는 청량한 분위기, 소년미 넘치는 바이브를 보여주고 있다. 이제는 이것이 위너만의 시그너처가 된 건가?
승윤 우리에게 ‘Really really’는 굉장히 의미가 크다. 위너를 앞으로 나아가게 해준 곡이니까. 그때부터 우리 팀의 분위기가 밝고 경쾌해졌다. 데뷔했을 때는 오히려 절제되고 성숙한 느낌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다 ‘Really really’ 때부터 또래 친구들처럼 경쾌하고 즐겁게, 20대답게 활동하자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음악도 그런 분위기였던 것 같고.
오늘 네 사람을 처음 봤는데 평화로우면서도 아주 긍정적인 기운이 느껴지더라고. 팀 분위기도 요즘 가장 많이 부르는 음악을 따라가는 것 같은가?
민호 그런데 사실 우리의 컨디션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거다. 우리가 생각보다 기분파라서.(웃음) 일을 할 때는 기분을 더 끌어올려서 재미있게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진우 행복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니까, 그게 우리 컨디션에도 좋은 영향을 주는 것 아닐까?
위너 네 멤버의 관계가 연애로 치자면 안정기에 접어든 느낌이다. 이제는 서로 노력하지 않아도 편안하고, 침묵이 어색하지 않은 사이로 발전한 것 같다. 맞게 봤나?
승윤 정확하게 봤다. 가만히 말없이 앉아 있어도 어색하지 않고, 그마저도 되게 자연스럽다.
승훈 이제 설레는 단계를 넘어섰지. 하하.
말하지 않아도 아는 경지에 이른 건가? 서로 짐작하고 이해하는 폭이 넓어져서?
승훈 하지만 필요한 대화는 꼭 하려고 한다. 지금 당장이 대화할 타이밍이 아닐 순 있지만, 언젠가 꺼내서 풀어놓으며 해결 방안을 찾으려고 한다. 일단 현재까지 꽁하고 있는 건 없다. 어떻게든 다 해결해왔으니까.
민호 쌓아두면 독이 된다는 걸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진우 예전에는 ‘됐다, 그냥 말하지 말자’ 하고 입을 닫았다면 이젠 포용력이 커져서 그 부분까지 이해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넷이 균형 있게, 또 사이좋게 활동하려면 위너라는 이름으로 공동의 목표나 비전 등이 충분히 공유해야 할 거 같다. 서로 다른 생각하면서 함께 달릴 수는 없잖아.
승훈 비슷하게 공유하는 건 늘 있지. 상을 받는다든지, 더 큰 무대에서 더 많은 팬들과 콘서트를 연다든지. 정상을 꿈꾸는 아이돌이라면 생각하는 목표는 다 비슷할 것 같은데?
민호 ‘규모를 키우자. 그러기 위해서는 이렇게 해야 한다’ 이런 대화를 자주 나눈다.
승윤 우리는 꿈꿔왔던 직업을 가지게 됐다. 이제는 이 분야에서 최고가 되느냐 마느냐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 거다. 젊은 시절 누구나 한 번 정도는 최고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나? 그런 다짐과 마음가짐을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거지, 뭐.
요즘 <YG 보석함>에 나오는 후배들 보면서, 예전에 위너가 처음 시작할 때 잃지 말고 지켜야 할 마음가짐을 떠올렸을 것 같다. 흔히 ‘초심’이라고 하지.
승윤 얼마 전에 보석함 친구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 친구들이 연습하는 걸 직접 보기도 하고. 그 시절에는 모두 간절하다. 그리고 엄청 큰 꿈을 꾸기도 하고. 그런데 데뷔해서 어느 정도 활동하다 보면 생각보다 목표가 ‘현실적으로’ 수정된다. ‘데뷔만 하면 금방 최고가 되는 게 아니구나’라는 걸 깨닫는 순간이 오기 때문이다. 요 근래 그 친구들을 보면서 나 역시 나도 모르게 목표를 축소한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됐다. 나에게는 더 큰 꿈을 좇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된 셈이다.
아는 게 많아질수록 겁도 많아지지 않나. 자연스럽게 생각도 많아지고.
민호 맞다. 우리는 지금도 절실하지만 그때와는 다른 감정이다. 데뷔를 하고 나면 이 시장에, 이 시스템에 발을 들이는 거니까. 방금 얘기한 것처럼 연차가 쌓이고 경험이 많아지면서 알게 되는 것도 많아진다. 그전에 단순히 ‘멋지다’고 꿈꿔왔던 것들의 실체를 알게 되고, 허탈함도 알게 된다. 수많은 사람들 앞에 서도 공연이 끝나면 무대 뒤의 공허함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힘들어지는 순간도 당연히 있는데, 그럴수록 우리끼리 의지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서로 최대한 이끌어주고 밀어주고. 그게 또 우리가 활동하는 원동력이 된다.
반대로 연차가 쌓이면서 버려야 할 것들도 생기나?
승훈 다듬어지지 않은 모습들을 덜어내게 된다. 음, 그러니까 이런 거다. 때에 따라 아주 잠깐이라도 우울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대중이 우리를 보며 좋은 기운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되도록 밝고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언행도 조심하고, 표정 관리도 하고 말이다. 데뷔 연차가 쌓이면서 날것의 모습을 다듬어내는 법을 연구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승윤 연차가 쌓이면 쌓일수록, 인지도도 올라가고 얻는 것이 많아진다. 그만큼 반대로 잃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그런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힘을 빼는 법도 배우게 된다.
민호 자연스럽게 여유가 생기는 거지.
그래서 더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하지만 지금 위너는 일에 대한 비중이 엄청 높은 상태로 보인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불태우나?
승윤 솔직히 나 때문일 거다. 형들이 나의 욕심이나 열정을 맞춰주는 편이거든.(웃음)
민호 그리고 우리가 <YG 보석함>에 출연하는 아이들처럼 아주 어렸을 때부터 시작을 한 게 아니라 각자 학창 시절을 잘 보냈기 때문에, 더 가능한 것 같다. 많은 분들이 잘하고 있다고 얘기해주시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목표에 도달하기에는 아직 멀었다. 더 이루기 위해 계속 달려가고 있는 중이다.
승훈 우리 멤버들은 뭔가 하면 할수록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진우 열심히 하면 그 결과가 돌아온다는 것을 맛봤기 때문에.
민호 술 먹으면 돌아오는 건 숙취지만 노력하면 좋은 일이 돌아온다.(웃음)
승윤 2017년부터 바빠지기 시작해서 2018년에는 더 바빠졌다. 그 덕분에 더 많은 일들,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런 경험이 우리의 원동력이다. 하면 할수록 더 재밌는 일들이 펼쳐지는 걸 아니까 기대감이 생긴다.
위너뿐 아니라 대중음악 신의 모든 사람들이 참 치열하게 사는 것 같다.
승윤 트렌드가 너무 빠르게 변하는 시대라서 잠깐 끈을 놓치고 있으면 따라잡기 힘들다. 우리도 벌써 많은 후배들이 생겼다. YG만 하더라도 보석함 친구들도 데뷔를 기다리고 있고. 우리가 계속해서 연구하지 않으면 뒤처지고 낙오되는 게 너무 싫어서 정말 열심히 한다.
민호 그렇지만 조급하진 않다. 끊임없이 새로운 음악과 유행을 만들어야 하는 게 우리 직업이기 때문에 멈출 수 없다.
진우 우리 음악을 좋아해주고 힘을 주는 팬들에게도 계속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그게 우리가 받은 사랑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한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이런 표현이 있지 않나. 위너는 더도 덜도 말고 2018년만 같았으면 좋겠나?
승윤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아직까지 보여주지 못한 날개들을 더 펼친다거나 활동 영역을 확장하고 싶다. 위너로서는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멤버 개개인의 영역을 더 보여주고 싶다. 이번에 민호의 솔로 앨범이 잘된 것처럼 2019년엔 나머지 멤버들도 자신만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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