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애미 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나? 역시 미국 드라마 <CSI 마이애미>일까? 영화 <문라이트>? 스포츠 팬이라면 마이애미 히트를 말할 수도 있겠다. 누군가는 싱겁게 웃으며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퀸의 매니저 짐 비치의 별명인 ‘마이애미 비치’부터 연상할지도 모를 일. 그런데 마이애미를 말할 때 절대 빼놓아선 안 될 이벤트가 하나 있다. 바로 ‘아트 바젤 마이애미 비치’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마이애미는 그저 조금 재미있는 도시였다. 미국인이 사랑하는 휴양 도시이자 또한 위험한 도시이기도 했다. 마이애미가 지닌 문화적 스펙트럼은 2000년대를 기점으로 흥미롭게 바뀌었다. 거물급 부동산 개발업자와 호텔 사업가들이 앞다투어 마이애미 곳곳에 깃발을 꽂기 시작했고, 렘 콜하스, 자하 하디드, 노먼 포스터, 헤르조그 & 드 뫼롱 등 거장 건축가들이 대담한 프로젝트를 이 땅에 세웠다.
지금 마이애미는 1년 내내 바쁘다. 아트 페어, 패션위크, 디자인 페어, 오토쇼, 뮤직 페스티벌부터 골프, 폴로, 마라톤 등의 스포츠 이벤트들이 쉼 없이 마이애미의 달력을 채우고, 문화를 즐기는 부호들이 계절 없이 모여든다. 이 뜨거운 변화의 불을 당긴 것이 바로 2002년 시작돼 세계적인 예술 행사가 된 ‘아트 바젤 마이애미 비치’의 성공. 그리하여 마이애미에는 눈이 밝고 어마어마하게 부유한 컬렉터들이 예술에 대한 열정으로 구축한 프라이빗 컬렉션과 박물관이 포진해 있다. 미술계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슈퍼 컬렉터들이 소장한 아트 피스와 그들이 초석을 닦은 예술적 아지트를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는 도시. 마이애미를 2019년의 여행 목적지 리스트에 더해야 하는 이유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마틴 Z. 마굴리스 마굴리스 컬렉션 앳 더 웨어하우스
마이애미에 간다면 한 번쯤은 마굴리스 컬렉션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될 거다. 이곳은 이채로운 에너지의 그라피티가 넘실거리는 윈우드 지구의 창고를 개조해 만든 사립 미술관이다. 박물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마이애미에서 가장 예술적인 공간 중 하나다. 미국과 유럽 현대 미술의 열성적인 컬렉터이자 백만장자인 마틴 Z. 마굴리스가 학생들과 미술 애호가들에게 살아 있는 예술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했다. 어디에서든 쉽게 유명 건축가가 지은 갤러리와 박물관을 만날 수 있는 이 도시에서, 마틴 Z. 마굴리스의 예술 창고는 마이애미의 다른 모든 곳들을 능가한다. 루벨 패밀리 컬렉션과 비교하자면 루벨 쪽이 더욱 현대적이고 ‘핫한’ 작가들의 이름을 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마굴리스 컬렉션에서는 노구치, 미로, 도널드 저드, 솔 르윗, 존 챔버레인, 댄 블라빈,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토니 스미스, 올라퍼 엘리아슨, 조지 시컬, 파올라 피비 등 이름만 들어도 황홀한 작가들의 작품들을 창고 곳곳, 모퉁이를 돌 때마다 만나게 된다. 사진, 회화, 조각, 영상 및 설치 작품을 총망라하는 컬렉션이다. www.margulieswarehouse.com
도널드 & 메라 루벨 루벨 패밀리 컬렉션
도널드 루벨과 메라 루벨은 모험적인 태도로 컬렉션을 확장한다. 그들은 늘 어떤 예술가가 두각을 드러내기 전에 작품을 구매하는데, 그리하여 지난 50년간 두 사람은 미국 현대 미술계에서 머지않아 뜰 법한 무명 아티스트를 빠르게 발굴하고 육성해내는 파워 컬렉터로 명성이 자자했다. 그들은 ‘기본에 충실한 것’을 추구하며 작품 구입 전에 반드시 작업실에서 작가를 만나 편안하게 대화를 나눈다. 묵묵히 작업에 몰입하는 작가들을 선호하는 편이다. 루벨 패밀리 컬렉션 내에서도 부부가 ‘지난 2년간 모은 작품을 전시’하는 뉴 애퀴지션스(New Acquisitions) 파트에는 생소한 예술가의 이름이 즐비하다. 누구보다 모험적으로 작품을 수집하는 부부의 최신 컬렉팅 리스트인 셈. 뉴 애퀴지션스를 살피면 앞으로 이름값이 높아질 아티스트의 작품을 누구보다 먼저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연방마약관리국이었던 이 건물은 일반에 공개되는 공공장소와 도널드와 메라 루벨의 대규모 연구 도서관, 다이닝 홀, 침실, 테니스 코트를 갖춘 비밀스러운 개인 숙소로 이루어진다. 폴 매카시나 데이비드 채프먼과 같이 아이와 함께 관람하기에는 적절치 못한 작품들도 다소 있는 편이니 참고할 것. www.rfc.museum
호르헤 페레즈 페레즈 아트 뮤지엄 마이애미
위대한 상상력과 기교를 지닌 건축가 듀오 헤르조그 & 드 뫼롱이 설계한 박물관. 마이애미 비스케인 베이에 위치한다. 뮤지엄 입구에 서면 눈부시게 반짝이는 바다 건너 마이애미 비치가 보이고, 앞마당에는 야자수가 고요히 살랑이는 뮤지엄 파크가 펼쳐진다. 마이애미 아트 뮤지엄이었던 이곳은 2012년, 호르헤 페레즈가 평생 모은 현대 미술품과 현금을 합해 4천만 달러(약 4백70억원)을 기부하며 ‘페레즈 아트 뮤지엄 마이애미(이하 PAMM)’가 됐다. 개관할 당시 미술계에서 가장 열띠게 회자되던 아티스트 아이웨이웨이의 개인전을 열었고, 동시대 미술 신을 마이애미에 빠르게 수혈하는 예술 공간이 되었다. 이후 마이애미에서 인정받는 컬렉터 데브라 & 데니스 스콜이 그들의 수집품 중 3백여 점을 기부하면서 지금 PAMM은 현재 호르헤 페레즈와 스콜 부부의 영구 컬렉션을 일관성 있게 엮어내고 있다. 호르헤 페레즈는 라틴 아메리카 예술가의 작품을, 스콜 부부는 최첨단 예술품을 전 세계에서 모은다. 미국에서 히스패닉 계열의 이름을 지닌 박물관은 PAMM이 최초다. www.pamm.org
로사 & 카를로스 드 라 크루즈 드 라 크루즈 컬렉션
1998년부터 2018년까지 꾸준히 <아트 뉴스> 선정 세계 톱 200 컬렉터에 이름을 올린 컬렉터 부부. 두 사람 모두 쿠바 아바나 출신으로 로사의 조부는 건축가였고, 카를로스의 가족은 예술품을 수집하여 성장기부터 예술과 밀접한 삶을 살았다. 푸에르토리코와 카리브해 지역에서 코카콜라, 커피 등 음료수 세일즈로 한 해에 10억 달러가량을 벌어들이는데, 그렇게 축적한 부를 바탕으로 마이애미에서 훌륭한 현대 미술 컬렉션을 소장한 슈퍼 컬렉터 중 하나가 됐다. 브라만 가문, 마틴 Z. 마굴리스, 루벨 가문, 크레이그 로빈스를 비롯해 마이애미에는 이름난 컬렉터가 많은데 드 라 크루즈 부부는 새로운 예술가들에 열성적인 컬렉터다. 3만 평방피트의 드 라 크루즈 컬렉션은 꽤 많은 전후 독일 회화작들도 소장하고 있으며, 이자 겐츠켄, 크리스토퍼 울, 펠릭스 곤잘레스-토레스, 마크 브래드퍼드, 피터 도이그 등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입장료는 없다. 일반인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공간이다. www.delacruzcollection.org
존 & 조애나 배스 배스 뮤지엄
배스 뮤지엄으로 향하는 길은 목가적인 분위기의 공원에서 시작해 아방가르드한 계단, 1930년대 아르데코풍 건물로 이어진다. 배스 뮤지엄은 존 배스와 조애나 배스 부부가 개인 컬렉션을 마이애미 비치에 기부하며 설립된 박물관이다. 이전에는 플로리다 남부 최초의 공공 전시 공간인 마이애미 비치 공공 도서관 및 예술 센터였으니, 이 지역의 예술 공간으로 꽤나 풍부한 역사를 지녔다. 배스 뮤지엄은 국제적인 영향력을 지닌 아티스트의 작품과 함께 디자인, 패션, 건축 등 현대 문화 분야를 전시 프로그램에 포함한다. 현대 미술의 해석을 확장하기 위해서다. 광범위한 미디어와 예술적 관점을 망라하여 이 지역의 다양한 문화적 맥락에 늘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는다. 박물관 앞 공원에는 스위스 출신의 모더니즘 작가 우고 론디노네의 조각상이 서 있다. 형광 노랑과 형광 주황 등 눈이 시릴 정도로 풍부한 색채로 덮인 이 조각상은 고즈넉한 분위기의 녹지와 쉽사리 섞이지 않는데, 그렇기에 더욱 존재감이 강렬하다. 2018 아트 바젤 마이애미 비치 개최된 직후부터 2019년 봄까지 파올리 리비, 하스 브러더스, 애런 커리의 작품들이 전시된다. www.thebas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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