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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OF TRAVEL

루이 비통이 일상을 여행하는 법.

UpdatedOn January 24,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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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비통 말레티에가 처음 여행용 맞춤 트렁크를 만든 1세기 반 전, 여행은 최고의 사치였다. 그가 만든 여행용 트렁크는 하루에 수십 번씩 갈아 입는 귀족들의 옷과 필요한 소지품을 기능적으로, 섬세하게 수납할 수 있는 최초의 가방이었다. 그는 둥근 형태로만 만들던 뚜껑을 평평하게 바꾸고, 무겁고 곰팡이가 생기던 가죽 소재 대신 방수 면 캔버스를 씌운 가벼운 포플러 목재를 사용했다. 트렁크 위에 또 하나의 트렁크를 쌓을 수 있었고, 가벼웠으며, 여행에 동원되는 갖가지 물건을 온전히 보관할 수 있었다. 여행의 혁신이었다.


기능적이고 창의적인 여행 가방으로 시작된 루이 비통의 역사는 지난 1백60여 년간 ‘여행 예술(Art of Travel)’이라는 굳건한 철학을 바탕으로, 시대에 맞게 변화하며 생명력을 획득해왔다. 수많은 협업을 거쳐 패션으로, 때론 건축으로, 혹은 예술과 컨템퍼러리 디자인으로. 그 정수가 루이 비통이 2012년부터 매해 선보이는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이다. 끊임없이 이동하며 살아가는 노마드적 라이프스타일이 담긴 가구 오브제 컬렉션. “집의 개념은 더 이상 예전과 같지 않고,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에 지속적으로 참여해온 디자이너 마르셀 반더스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더 이상 처음 뿌리내린 곳에서 영원히 살지 않고 ‘유목’한다. 새로운 것을 찾아 멈추지 않고 이동한다. 루이 비통이 이러한 시류를 브랜드의 핵심 가치인 ‘여행 예술’에 연결한 것이 바로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이다. 컬렉션은 해먹, 접이식 스툴, 안락의자, 가죽 스크린 등 다양한 디자인 오브제로 이루어진다.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은 당대 가장 농익은 산업 디자이너의 디자인을 전통 루이 비통 아니에르 공방 장인들이 제작하는 방식으로 완성된다. 최상의 기술을 지닌 장인의 손길을 거쳐 최상의 재료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러니 모든 디자이너에게 루이 비통의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은 자신의 디자인을 실현할 최고의 파트너를 제안받는 기회가 아닐까.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에 협업하는 디자이너들은 루이 비통의 아니에르 공방을 방문해 하우스의 역사, 철학과 장인들의 작업 과정을 직접 경험한다. 공방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소재들을 가까이서 보고 느끼며 완성할 오브제에 대한 영감을 얻는다. 과거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에 참여한 디자이너 중 한 명인 다미앵 랑글루아-뫼린은 이를 “마법처럼 특별한 순간”이라 말했다.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 작품의 틈새에서는 형태와 기능 사이에서 완벽한 균형을 잡거나 형태를 뛰어넘는 것을 창작하려 힘쓴 여정이 보인다. 때에 따라 형태와 기능을 아예 해방시키는 작품도 있다. 


지난 2018년 12월 4일, 마이애미에 갔다. ‘2018 디자인 마이애미’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수집 가치가 있는, 20세기와 21세기의 가구, 조명, 오브제 디자인에 집중하는 이 페어에는 전 세계에서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 컬렉터, 큐레이터, 비평가와 갤러리스트들이 모여든다. 그곳에서 루이 비통이 새롭게 발표한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의 신작을 목격했다. 아틀리에 비아게티, 도쿠진 요시오카를 비롯한 새로운 디자이너들과 조우한 이번 컬렉션은 오브제의 규모 면에서도 새롭다. 접으면 서류 가방 형태가 되는 스툴, 말아서 보관할 수 있는 조명과 데이 베드 등의 범위를 벗어난 신작들이 눈을 사로잡았다. 예를 들자면, 아틀리에 비아게티의 테이블은 10명이 족히 둘러앉을 수 있는 크기다. 휴대하며 유목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테이블에는 두 디자이너의 고향인 이탈리아 라벤나의 아드리아해가 넘실댄다. 루이 비통이 ‘2018 디자인 마이애미’에서 선보인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은 ‘여행 예술’을 다시, 조금 다르게 정의한다. 일상을 여행처럼 사는 것, 일상의 시간을 여행하듯 탐색하고 음미하는 삶 역시 ‘여행 예술’이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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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OBJETS NOMADES

루이 비통이 2018 디자인 마이애미에서 선보인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 베스트 5.

  • 서펜타인 테이블 by 아틀리에 오이

    부드러운 미국산 호두나무를 교차해 제작한 테이블 베이스의 뼈대를 파란 루이 비통 소가죽으로 정교하고 단단히 묶어 지탱했다. 이 고급스러운 베이스 위에 모서리를 비스듬히 마무리한 유리판을 올리면 테이블이 완성된다. 복잡하고 자유로운 전통 춤의 움직임에서 영감을 받았다. 큰 식탁과 커피 테이블 2가지로 선보인다.

    + About 아틀리에 오이
    스위스 라 뇌브빌에 아우렐 아에비, 아르망 루이, 파트릭 레이몽이 설립한 디자인 스튜디오. 장르와 영역의 벽을 허문다. 세 사람은 다양한 소재와 감정에 애착을 갖고 건축, 디자인, 무대 디자인 등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데 그 결과물이 전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 아네모나 테이블 by 아틀리에 비아게티

    푸른빛 내부를 부드러운 베이지색 가죽으로 감싼 듯한 물결 모양의 테이블 베이스 위에 타원형의 매끈한 유리 상판을 얹었다. 아틀리에 비아게티의 고향인 이탈리아 라벤나 근처 아드리아해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디자인이다.

    + About 아틀리에 비아게티
    디자이너 알베르토 비아게티와 아티스트 라라 발다사리가 듀오로 활동하는 창작가 그룹. 현대인의 행동 양식, 아름다움, 돈, 섹스 등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영감을 받은 오브제와 설치, 공연 작업을 선보인다. 오브제는 제각기 ‘표현 기능’을 드러내는 이야기를 담는다고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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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쿤 by 페르난도 & 움베르토 캄파나 형제

도금 처리한 스틸과 황동 고리로 연결된다. 둥근 셸은 서프보드를 만들 때 사용하는 진공 몰딩 유리섬유를 섬세하게 펀칭해 제작한다. 가죽으로 마감한 2015년 작품에 이어 2018년 작품에는 짧은 양털로 감싼 셸에 긴 양털로 제작한 쿠션을 더했다. 천장이나 전용 스탠드에 매달면 부드럽게 흔들린다. 달걀 같은 형태 덕에 품에 안긴 듯 편안하고 포근하게 쉴 수 있다.

+ About 페르난도 & 움베르토 캄파나 형제
1983년부터 이미 ‘모던 클래식’ 디자인을 추구해왔다. 일상 속의 아름다움을 포착하여, 예상치 못한 소재와 독창적이고 비범한 디자인을 창조한다. 그들의 회사인 에스투디오 캄파나는 2002년부터 자체 라인을 제작하고, 세상에 하나뿐인 수공예 작품을 만들고 있다.

  • 블로섬 화병 by 도쿠진 요시오카

    투명한 검정 색감이 도는 블로섬 화병의 깔끔한 라인은 메종의 클래식 모노그램 패턴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탈리아 무라노(Murano) 지역 유리 공예 장인들의 독특한 블로잉 방식으로 완성된다.

    + About 도쿠진 요시오카
    일본의 가장 중요한 20세기 산업 디자이너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시로 구라마타와 패션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 밑에서 일했다. 2000년, 자신의 스튜디오를 설립한 이후에는 자연과 인간의 감각이 어우러지는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디자인을 창조하고 있다. 미술, 디자인, 건축의 경계를 넘나들며 작업한다. 주요 건축 프로젝트로는 일본의 국보 교토 세이류덴 절에 전시됐던 ‘코우안 유리 다실’ 등이 있다.

  • 다이아몬드 거울 by 마르셀 반더스

    중앙의 8각형 거울을 루이 비통의 노마드 가죽으로 장식한 25개의 작은 삼각형 거울로 둘러쌌다. 빈 벽에 홀로 걸어놓아도 거대한 존재감을 발산하는 오브제. 거울에 맺히는 모든 상과 빛을 시처럼 만든다.

    + About 마르셀 반더스
    마르셀 반더스의 디자인에는 시적이고 낭만적인 분위기가 흐른다. 사용자를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다양한 소재를 탐구해 ‘비전’을 만드는 것이 그의 디자인 철학. 혁신적인 소재와 기술에 전통적인 기준을 결합하는 디자인으로 주목받아왔다. 가구 디자인 외에 매장과 호텔의 공간 디자인 프로젝트 역시 다수 진행했다. 디자인 레이블 무이의 디렉터로도 활동 중이다.

 DESIGNER INTERVIEW 

 아틀리에 오이 
 (아르망 루이, 파트릭 레이몽, 아우렐 아에비)

아틀리에 오이 (아르망 루이, 파트릭 레이몽, 아우렐 아에비)

아틀리에 오이 (아르망 루이, 파트릭 레이몽, 아우렐 아에비)

Q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을 위한 디자인을 시작할 때, 어떤 것들을 상상했나?
이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했을 때 우리는 여행을 다녔다. 그렇게 흥미롭고 아름다운 것들을 발견한 다음, ‘이야기’를 떠올렸다. 이야기가 구성되면 대상이 구체화되고 우리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다음 단계는 이야기와 소재를 연결하고 소재를 여러 가지 방식으로 실험해보는 것이다. 결국 이야기와 텍스처(소재)의 결합을 계속해서 상상하게 된다.

Q 신작으로 서펜타인 테이블을 선보였다. 특별한 소재를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사용해온 아틀리에 오이답게, 미국산 호두나무를 루이 비통의 푸른색 소가죽으로 단단히 묶었다. 이 테이블에 숨은 영감이 궁금하다.
우리는 항상 가죽을 구조적인 요소로 사용하려 한다. 가죽을 완성된 소재가 아니라 구조 요소로 쓰는 것이다. 서펜타인은 폴딩 테이블이다. 가죽으로 테이블 다리를 연결했다. 매끄러운 테이블에 매끄러운 구조를 표현하는 용도로 사용했다. 전통 춤에서 영감을 얻은 오브제이기도 한데, 사람들이 손을 잡고 둘러앉아 있는 모습처럼, 사람들을 연결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Q 기술의 발전은 디자인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그런데 아틀리에 오이가 디자인한 오브제 노마드 작품에서는 언제나 수준 높은 ‘장인 정신’이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의도하는 부분인가?
우리가 처음부터 해왔던 방식 때문일 거다. 27년을 함께 일하면서, 항상 손으로 소재나 도구 등을 이용해 작업해왔다. 자연과 가까이서 생활하기 때문인 것 같다. 우리의 디자인은 소재가 어디에서 오는지 알고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알아내는 것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자연 소재를 잘 알고 그것에서 영감을 얻는다. 루이 비통의 철학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Q 아틀리에 오이가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을 통해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우리가 처음 소재를 접했을 때 느낀 감정과 감성을 같이 느꼈으면 좋겠다. 교감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Q 지금 가장 절실하고 필요한 디자인이란 무엇일까?
물건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디자이너들이 지구 환경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되, 디자인은 계속되어야 하니 이 두 지점을 인식한 디자인이 절실하다. 한국이나 일본 같은 나라에서 전통을 계승하며 미래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것도. 

Q 여행만 할 수 있는 시간, 얼마든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돈이 있다면 스스로를 위해 어떤 것을 디자인하고 싶은가?
나(파트릭 레이몽)의 경우, 그다지 많은 것들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이 기타 피크처럼. 손톱만 한 이 빨간 피크는 나와 함께 어디든 여행한다. 기타와 사람들이 있으면 어디서든 뮤지션이 될 수 있으니까. 나를 위한 한 가지라, 아마 새로운 피크를 디자인할 수도 있겠다.

Q 필연적으로 지구 곳곳을 여행하며 디자인하고 있을 테다. 아틀리에 오이에게 여행이란 무엇인가?
가장 소중하고 꼭 필요한 부분. 먹는 것처럼 말이다. 기억이 남으니까. 기억할 것이 없다면 죽은 것과 같다. 인생은 짧다. 돈을 얼마나 가졌는지, 또 어떤 값진 것을 가졌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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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이경진
PHOTOGRAPHY 루이 비통 코리아

2019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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