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할 때 즐거워 보였어요.
무척 신났어요. 이런 거 되게 좋아하거든요. 그냥… 좋아해요. 기회가 없어서 못한 것뿐이지.
화보로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있나봐요?
아나운서니까, 방송에서 보여줄 수 있는 이미지는 정해져 있잖아요. 그게 갑갑해요. 늘 똑같은 모습이라서요. 나에겐 그 밖의 모습이 많거든요. 화보 촬영할 때는 그런 모습들을 보여줄 수 있죠. 저 굉장히 까불거리는 면도 있어요. 아까 잠깐 보셨죠?
까불대는 면까지 내보일 마음도 있는 거예요?
전 좋은데, 같이 온 헤어&메이크업 스태프들이 정신 차리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이미지라는 것 말이에요. 보는 사람들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도 중요한 걸까요? 이를테면, 지금 <아레나>가 장성규나 전현무가 아니라, 박신영을 만나 ‘까부는’ 모습을 담는 건 갑작스러운 일처럼 느껴지거든요.
그렇죠. 이질감이 너무 크니까요. 그런데 제가 사실 ‘여자 전현무’예요. 주변 사람들이 항상 조심하라고 당부해요. 심하게 망가지면 안 된다면서요. ‘아나운서 맞냐’는 말도 자주 듣죠. 아직 여자 아나운서 중에 저 같은 캐릭터는 없을 거예요. 전 실제로 꽤나 허당이고 ‘똘끼’도 있고 엄청나게 발랄해요. 본 적 없는 이미지의 아나운서가 될 것 같아요.
정말 ‘여자 전현무’인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기분이 쉽게 드러나는 사람인 것 같아요.
신나면 신나는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다 표현해요. 표정을 못 숨기죠.
매거진 <맥심> 커버에 등장하기도 했잖아요. 보여주고 싶은 이미지의 스펙트럼이 꽤 넓다고 생각했어요.
MBC 스포츠 플러스에 있을 때, <메이저리그 투나잇>의 메인 진행을 맡게 됐어요. 그때 PD님이 원하신 이미지가 ‘섹시’ 콘셉트였어요. 방송 전에는 의상이 콘셉트에 맞는지도 체크했죠. 오늘 입을 옷은 얼마나 타이트한지, 짧은지. 그때부터 메이저리그 팬들이나 대중에게 ‘섹시’한 이미지로 알려졌어요.
싫진 않았어요?
듣기 싫었던 이야기는 있죠. “야구에 대해 잘 모르면서 벗고 나온다” 이런 거요. 그런 댓글을 봤어요. <맥심>에서 커버 제안이 들어왔을 땐 프리랜서 전향한 후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한 번 해봤어요. 제가 생각한 건 ‘건강한 섹시미’ 정도였는데, 예상보다 훨씬 ‘육덕’지게 표현됐지만… 그런데 그 덕에 젊고 건강한 이미지를 얻어, 건강 프로그램 MC가 되었을지도 몰라요. 성격이 꽁하지 않아요. 안 좋은 일 있어도 다음 날이면 다 까먹어요. 금붕어 같죠. 살기는 편해요. 누가 ‘그때 그 잡지 커버, 왜 찍었어?’라고 물어봐도 웃고 말아요. 지난 일이니까.
야구 잘 모르면서 벗고 나온다는 댓글을 보고 이를 악물었을 것 같아요. ‘전문성을 더 키우겠다’고 독하게 마음먹고요.
맞아요. 그렇게 무시당할 순 없죠. 경기도 더 많이 챙겨 보고 칼럼도 더 읽었어요. 제가 스포츠 아나운서로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그래서 메이저리그 하면 박신영이라는 인지도도 생길 수 있었고요. 스포츠 쪽에서 저는 메이저리그 아니면 농구였거든요.
지금 박신영을 소개할 때 세 가지가 언급돼요. 아이큐 156, 멘사 회원, 뉴욕대 경제학과 출신. 이런 사실들 덕분에 더욱 퀴즈 프로그램에서 활약할 수 있었고요. 그런데 이 시기가 지난 다음의 박신영에게는 어떤 말들이 따를까요?
솔직히 멘사 회원이라 하니 다들 제가 엄청 똑똑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똑똑한 사람 맞죠.
그런데 실생활에서는 굉장한 허당이에요. 덤벙대고, 잘 까먹고, 어디 가면 뭐든 놓고 오고. 완벽한 사람이 아님을 보여주고 싶어요. 아니, 저는 웃긴 사람이고 싶어요. 재미있는 사람으로 알려지고 싶어요.
앞에 말한 세 가지 때문에 인생이 쉽게 잘 풀리기만 했을 것 같기도 해요.
객관적인 관점에서 잘 안 풀린 시기는 없었던 것 같아요. 저는 미래지향적인 사람이에요. 아나운서가 되기 전부터 ‘나 아나운서 될 거야’라고 말하고 다녔어요. 당연한 일처럼요. 얼마나 어려운 줄 모르고 한 소리죠. 그런데 생각해보면 저는 늘 그랬어요. ‘하고 싶으니까 난 이렇게 될 거야’라는 말을 항상 했어요. 그러다 보니 정말 악착같이 준비하고, 원하는 일을 이루어내요. 목표를 세우면 돌진하는 편이에요.
뉴욕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어요. 대학 들어가기 전에는 뮤지컬 배우를 꿈꿨다고요?
저를 보여주고 드러내는 일을 좋아해요. 그래서 프리랜서 선언을 한 후의 일들이 더 즐거워요.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하니까요. 건강 프로그램도 하고 골프 방송도 하고 스포츠 종합 매거진 프로그램도 해요. 예능 방송에도 출연하고요.
예능 프로그램은 대본대로 하기보다, 일단 지르고 봐야 할 때가 많잖아요. 잘 맞아요?
그런 건 잘해요. 잘 맞아요. 지금 채널 A에서 <닥터 지바고>라는 건강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제가 ‘아재 개그’ 담당이에요. 그래서 뭔가 떠오르면 그냥 던져버리죠. 썰렁한 리액션까지 재미있어요. <뇌섹시대-문제적 남자>에 출연했을 때도 되는 대로 했어요. 틀린 답이라도 일단 말하고. <뇌섹시대-문제적 남자>는 얼마 전에도 한 번 더 촬영했어요. 크리스마스 특집으로 방송될 거예요. 성적이 잘 나와서, 소원 들어주신다고 했는데 “설 특집에 한 번 더 출연하고 싶다”고 했죠.
야심을 드러냈군요.
방송 욕심이 많으니까요. <뇌섹시대-문제적 남자>에 출연 후 퀴즈 프로그램 제의가 계속 들어오더라고요. <대한 외국인>도 그렇게 출연했고, 며칠 전 <1대100>도 촬영했어요. 곧 방송될 거예요.
퀴즈 프로그램 말고 자신 있는 것이 또 있어요?
몸 쓰는 거, 뛰어다니는 거 잘해요. 어릴 때부터 많은 운동을 했거든요. 필드하키, 아이스하키, 스키, 소프트볼, 라크로스… 투포환까지 했어요. 팀의 최약체였지만요. 가능하다면 <런닝맨>이나 <정글의 법칙> <진짜 사나이 300> 같은 방송에 나가고 싶죠. <진짜 사나이 300> PD님께는 메시지 드린 적도 있어요. 제 소개를 하고 프로그램에서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을 장문으로 적었어요.
원하는 게 있으면 적극 쟁취하네요.
적극적이고 나서는 것도 굉장히 좋아해요. 근데 사실 답장을 기대하지 않았어요. 그런 연락을 얼마나 많이 받으시겠어요. 그런데 답장을 주시더라고요. 진심이 느껴졌다고, 이번에는 어렵지만 다음 기회에 꼭 만나보자고. 앞으로 잘될 거라는 덕담도 해주셨고요. 정말 큰 힘이 됐어요. 최민규 PD님이에요. 정말 감사해요.
뉴욕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하던 인생이 어떻게 서울의 아나운서로 이어진 건가요?
대학 방학 때 한국에 잠시 들어와 KBS에서 인턴십을 했어요. 방송에 뜻이 있다기보다 그냥 어떤 종류든 인턴십을 경험해보려고 들어갔죠. 조연출 쪽이었어요. <6시 내고향> 팀에 배정됐는데, 테이프 재활용 작업을 하고, 음악실에 자료 가져다주고, 소품 빌려오고, 방송 전에 큐 시트 시간 계산해서 꽂아두고, 패널들 마실 물 세팅하는 일들을 했어요. 그때 방송국 생활이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방송국에서 일하고 싶어졌어요. 그때부터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어요. 오전에는 아나운서 학원에 갔다가 오후에는 KBS에 출근하고요. 뮤지컬 배우를 꿈꿨을 때처럼 가슴이 두근거리고 설레었어요. ‘역시 이거다’ 싶었죠. 대학에 돌아가 남은 한 학기를 마치고 졸업한 뒤에 한국에서 아나운서 시험을 준비했는데 바로 합격했어요. 졸업한 해에 바로요.
2014년에 MBC 스포츠 플러스에 정규직 아나운서로 입사했어요. 4년 만에 퇴사했죠. 어떤 부분이 가장 갑갑했어요?
정형화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사실이요. 여러 가지 도전을 하고 싶은데, 회사 직원이니 수동적으로 일할 수밖에 없잖아요. 시키는 일을 해야 하죠. 물론 사람들은 배부른 소리라고 했어요. 여자 스포츠 아나운서가 정규직으로 채용된 건 제가 처음이었거든요. 그 이후로도 없어요. 나올 땐, ‘제 발로 제 복을 찬다’는 소릴 들었죠.
여자 아나운서들은 프리랜서 전향 후, 남자 아나운서만큼 대중성을 확보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아나운서라는 이미지가 워낙 강하다 보니, 그렇다고 생각해요. 저는 다행히도, 인지도가 굉장히 높은 아나운서는 아니었으니까. 스스로 ‘리셋’하면 되는 상태였어요. 완전히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을 먹었기 때문에 이렇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스포츠 아나운서가 프리랜서로서 성공한 경우가 없어요. 저는 ‘6개월은 일이 전혀 없겠지’ 하는 각오로 나왔어요. 선례가 없기에 개척하고 싶었어요. 스포츠 아나운서도 프리랜서로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보통은 프리랜서로 전향한 뒤에도 다양한 틀에 맞춰 자신을 내려놓고 무너뜨리는 걸 잘 못해요. 그런데 저는 망가지는 거 좋아하고, 잘하거든요. 예능 프로그램에는 이런 성향이 잘 맞지 않을까, 막연히 그런 생각도 했죠.
퇴사할 마음을 먹으며 제일 먼저 준비한 건 뭐예요? 야생으로 나가는 거잖아요.
아주 현실적인 이야기인데요. 정규직일 때는 은행에서 대출이 수월하게 되잖아요. 그래서 대출을 받고 전셋집부터 얻었어요. 하하.
사람들은 예쁜 스포츠 아나운서에게 ‘여신’이라는 별명을 붙이잖아요. 야구 여신, 농구 여신….
스포츠 아나운서계에는 언제나 여신이 많죠. 이러다 신전이 터져나가겠어요.(웃음) 여신이라. 그런데 고등학생 때부터 남자애들이 저를 형이라 불렀어요. 남자 동생이 둘이라 그런지, 워낙 털털해요. 여성성이 강한 성격은 아니죠.
여신 말고 다른 별명 있어요? 동료들은 뭐라고 불러요?
‘먹신영’이요. 진짜 잘 먹거든요. 팬들도 ‘먹신영’이라고 불러요. 남자만큼 먹어요. 아, ‘먹방’도 정말 잘할 수 있는데…(웃음) 이런 별명이 저는 더 좋아요. 진짜 내 모습이니까. 여신은 제 진짜 모습이 아니거든요. 오히려 남신에 가깝지. 참, ‘흥신영’도 있어요. 흥이 많아서요.
언제나 뭔가 준비해야 한다는 강박을 느끼진 않나요?
맞아요. 그래서 쉼 없이 달려요. 경쟁력이 있어야 하니까요. 쉬는 날에도 가만히 있지 않고 스스로 좀 괴롭히죠. 보컬 레슨도 받고 연기 레슨도 받아요.
일단 판을 벌이자, 하는 거네요.
준비되어 있지 않아서 기회를 놓치는 건 싫으니까요. 최근에는 오토바이 면허를 땄어요. <닥터 지바고>를 함께 진행하는 한석준 선배가 오토바이를 타요. ‘오토바이 전도사’예요. 매번 얘기를 듣다 보니, 저도 언젠가 방송하면서 오토바이 탈 일이 생길 것 같아서… 결국 일 욕심 때문이네요. 오토바이 면허 있는 여자 아나운서가 되고 싶었어요. 역동적인 걸 좋아하는 제 성격도 알리고 싶었고요.
방송인 말고, 아나운서로서 못해본 것 중에 도전하고 싶은 게 있어요?
라디오요. 직접 소통하는 느낌이잖아요.
아나운서들은 대개 뉴스 메인 앵커를 꿈꾸던데.
예전에 아나운서 준비할 때는 그랬어요. ‘뉴스를 해야 아나운서’라는 생각을 했으니까요. 지금은 아니에요. 제 성격이랑 맞지 않아요. 저는 조금 풀어지고 망가지는 게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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