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백65일 북적이는 상하이의 난징시루, 제곱미터당 1천만원이 넘는 금싸라기 땅에 무려 2,700㎡, 축구장 절반 크기로 들어선 건물이 있다. 바로 전 세계 최대 규모라는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다.
처음 이곳이 문을 열었을 때, 수용 인원 1천2백 명이라는 어마어마한 크기에도 불구하고, 상하이 시민은 한겨울 최소 한 시간 이상 기다려야 했고 매장 입구는 도떼기시장을 방불케 했다. 당시 알리바바의 마윈이 직접 이곳을 방문했다는 기사와 알리바바와 스타벅스가 공동 개발한 AR커피체험 등에 대한 소식이 더하면서, 전 중국의 관심이 쏠렸던 탓이다. 불과 1년 만에 이곳 풍경은 많이 달라졌다.
주말 저녁이지만 어디에도 길게 늘어선 줄은 없다. 깔끔한 수트를 입은 가드가 웃으며 문을 열어준다. 넓고 따뜻한 조명의 실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자리 잡은 손님들의 메뉴를 슬쩍 훔쳐봤다. 일반 스타벅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메리카노, 라테를 마시고 있는 사람은 없다.
핸드 드립, 사이폰 등 추출 방식과 원두를 고른다. 리큐어를 넣거나 새로운 방식으로 가공된 커피를 맛볼 수도 있다. 서버와 커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새로운 커피에 도전해보기도 한다. 끝없는 인파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일 년 전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다. 모든 이가 진심으로 커피를 즐기고 있었다.
내부에 설치된 여러 개의 바가 선보이는 특별한 커피 리스트, 현장에서 바로바로 로스팅되는 신선한 원두, 넓은 면적에도 불구하고 적재적소에 자리 잡은 깔끔한 인테리어 이외에도 리저브 로스터리 매장이 가진 매력이라면 굿즈를 빼놓을 수 없다.
스타벅스의 심벌인 사이렌이나 서버들의 앞치마를 본뜬 앙증맞은 마그닛부터 ‘헉’ 소리 나게 예쁜 각종 머그, 텀블러, 에코 백 등은 물론이고 원두를 담았던 마대 자루를 변형해 만든 남성 재킷, 텀블러를 본떠 만든 깔끔한 힙플라스크까지. 스타벅스 애호가라면 한두 시간은 족히 넋 놓고 구경할 만한 굿즈들이 널려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중국 길거리에서 커피숍은 흔히 볼 수 없었다. 스타벅스는 1999년 처음 중국에 상륙한 이래 최근 약 5년간 급속 성장하여 단숨에 중국 전역에 3천 개 이상 매장을 보유하게 됐다. 중국 커피 애호가들은 스타벅스가 키워냈다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여행 중에 반드시 스타벅스를 찾아 현지 메뉴를 맛보고 도시별 머그를 모으고 있는 당신, 상하이의 스타벅스 ‘빠’들이 모여 있는 리저브 로스터리 매장을 꼭 찾으시길. 그들과 함께 커피를 즐기며 스타벅스에 대한 애정을 확인한다면 한층 더 두터워지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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