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알고리즘이라는, 이 알고리즘스러운 단어는 대체 뭘까. 위키백과에 따르면 수학과 컴퓨터 과학, 언어학 분야 등에서 어떠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련의 절차를 공식화한 형태로 표현한 것을 말한다. 자동화된 추론이라는 뜻이다. 당신의 페이스북 뉴스피드는 온전히 당신의 의지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페이스북은 클릭 가능성과 해당 콘텐츠에 오래 머무를 가능성, ‘좋아요’와 댓글과 공유가 많이 이루어질 가능성 등을 알아서 계산해 당신의 뉴스피드에 더 노출시켜준다. 그러니 당신이 아이폰을 열어 엄지손가락으로 쭉쭉 올렸다 내렸다 할 때마다 바뀌는 뉴스피드 배열은 당신의 머릿속을 읽은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정해주는 것이다.
당신이 페이스북의 주인이라고? 어림없는 소리다. 페이스북의 주인은 알고리즘과 마크 저커버그다. 페이스북에서 디지털 미디어들은 몇 년간 승승장구했다. 허프포스트와 버즈피드는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을 앞지르는 트래픽을 기록했고, 오랫동안 기록을 지켰다. 한국 매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디지털 미디어들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허프포스트와 버즈피드 외에도, 또라이 같은 ‘곤조’ 저널리즘을 추구하는 바이스, 정치 콘텐츠의 새로운 기준을 세우기 시작한 폴리티코, 복스 등 많은 스타트업 디지털 미디어들이 조명을 받았다.
사람들은 드디어 새로운 시대가 왔다고 떠들어댔다. 나 역시 그랬다. 프린트 매체를 그만두고 디지털 미디어로 옮긴 것이야말로 인생 최대의 경력 전환이라고 생각했을 정도이니, 당시 디지털 미디어를 시작한 사람들의 ‘자뻑’ 및 ‘타뻑’은 놀라운 경지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름은 오래가지 않았다. 페이스북은 2018년 6월 29일 뉴스피드 노출 알고리즘을 변경한다고 엄포했다. 핵심은 이거다. 뉴스 사이트나 광고가 아니라 사용자의 친구나 가족이 올린 포스트를 더 많이 노출시키겠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의 초창기 정신으로 돌아가겠다는 시도다. 그러자 순식간에 페이스북을 통한 미디어들의 트래픽이 격렬하게 추락하기 시작했다. 트래픽이 추락하자 수익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런 거다. 당신은 디지털 미디어를 운영한다. 디지털은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미디어가 아니다. 그러니 지면에 광고를 실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돈을 버는 방법은 2가지다. 페이지에 뜨는 배너 광고, 그리고 네이티브 애드다. 네이티브 애드는 일종의 맞춤 광고다. 기사와 같은 방식으로 광고를 만드는 것이다. 이게 얼마나 핫했느냐면 한 5년 전에는 뉴욕 광고계 사람들이 “네이티브 애드가 뭔지 알아?”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녀야 그나마 좀 힙한 사람으로 취급받았을 정도다(이건 허프포스트US 비즈니스팀의 이야기인 데다 광고회사 사람들이 새로운 상품 앞에서 좀 거들먹거리는 경향도 있으니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페이스북 알고리즘이 바뀌고 트래픽이 추락하자 당연히 배너 광고와 네이티브 애드의 수익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디지털 시장으로 이동하자마자 빠르게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생각은 고비 사막의 탈진한 여행자 눈앞에 보이는 신기루다.
디지털 시장은 여전히 무시무시하게 성장하고 있지만 무엇을 향해 성장을 지속하는 건지 비전을 갖고 있는 회사나 사람은 드물다. 물론이다. 확실히 프린트는 넘어지고 있다. 프린트 매거진의 판매와 수익이 점점 떨어지는 건 어쩔 도리 없는 일이다. 다만, 아직 프린트 매체에서 일하는 분들이 홀로 겁먹을 필요는 없다. 작년을 기점으로 프린트뿐만 아니라 디지털도 넘어지고 있다.
페이스북의 알고리즘 변화와 밀레니얼 독자들의 유튜브 퍼스트 현상 탓이다. 모두가 달려가고 있는 디지털 시장에서 지금 당장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놀라운 해결책은 없다. 지금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현상을 최대한 유지하는 것이다. 허프포스트 CEO 제러드는 올해 만난 자리에서 “지금은 몸을 낮추고 살아남을 때”라고 말했다. 아마도 그의 말이 맞을 것이다.
모두가 말한다. 언젠가는 페이스북 알고리즘도 변할 것이라고. 혹은, 페이스북이 가짜 뉴스를 생산하는 공신력 부족한 미디어들을 제거하려는 몸짓이므로 결국 좋은 미디어는 살아남을 것이라고. 혹은 이제 페이스북으로 돈을 버는 건 끝났으니 유튜브로 어서 빨리 옮기라고. 디지털 미디어들은 떨어지는 트래픽 방어를 위해 다양한 채널과 플랫폼들을 간절히 찾아 헤매고 있다.
인스타그램, 카카오스토리, 스냅챗, 플립보드, 혹은 기존의 포털 등을 다양하게 활용해 페이스북에 덜 기대려고 애쓰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마땅한 정답은 없다. 페이스북은 이미 전 세계 최대 소셜 미디어이자 포털이자 미디어 그 자체가 됐다. 그걸 능가하는 플랫폼은 당분간 나오기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게다가 유튜브 전성기가 페이스북 전성기만큼 오래갈 수 있으리라는 보장은 대체 누가 할 수 있는 걸까?
시장에는 전문가라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들은 강연을 통해서 이리 가고 저리 가고 요리 보고 조리 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들이 하라는 대로 ‘호이!’를 외쳐봐야 마술처럼 달라지는 건 없을 것이다. 마크 저커버그는 “우리가 페이스북을 만든 이유는 사람이 더 가까이 연결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나는 그 문장 뒤에 “그 사람들을 조종하는 우리의 복잡한 알고리즘을 통해 회사가 어마어마한 수익을 올릴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라는 단락이 삭제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회사’라는 단어에는 나의, 당신의, 우리의 미디어는 포함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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