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 Interview
보틀팩토리
이현철 대표
창 한가득 햇살이 들어오고,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공간에 자리 잡고 앉아 있는 사람들은 한가로워 보인다. 평범한 카페 풍경이지만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꽤 비범한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모두 각자의 텀블러에 커피를 담아 마시고 있는 것이다.
2016년쯤, 보틀팩토리의 이현철 대표는 정다운 대표와 함께 이곳의 전신 격인 보틀카페를 운영한 적이 있다.
“각자 본업이 있는 상태에서 오전 시간대에만 재미있는 걸 해보자는 취지로 오픈을 했어요. 카페에서 일회용품이 너무 많이 나오는데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정하고, 테이크아웃 역시 보증금을 받고 병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운영했지요.”
2016년경 4개월 남짓, 짧게 문을 열었던 보틀카페에서 이들은 새로운 가능성을 봤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생각에 공감하고, 지지를 보냈던 것이다. 올해 5월, 이현철 대표는 정식으로 보틀팩토리를 열었다.
“보틀카페를 4개월간 팝업 형식으로 운영하면서 들어온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보완하려고 노력했어요. 텀블러를 가지고 온 사람이 세척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하고, 다양한 브러시를 구비해 스테인리스 빨대 세척도 쉽게 만들고요.”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하려면 ‘세척’이라는 번거로운 과정이 필수이기에 원래는 세척소 위주의 공간을 구상했지만, 지속 가능한 방법을 강구하기 위해 카페를 주력으로 내세웠다. 사실은 ‘동네 병 세척소’가 되는 것이 보틀팩토리의 목표라고.
이곳에선 나에게 맞는 텀블러를 샘플처럼 사용해보고 구입할 수도 있다. 보틀팩토리의 두 대표는 얼마 전 ‘유어 보틀 위크(Your Bottle Week)’를 진행했다. 상수의 무대륙과 이리카페, 연남의 라운지와 커피 감각, 합정의 대루커피, 연희의 롯지 등 카페 7곳과 함께 ‘일회용품 없는 일주일’을 보내기로 한 것이다.
페스티벌에 앞서 일단 텀블러 기부를 받았다.5백 개 정도를 지원받아 스티커를 붙이고 리폼 및 살균 세척해서 ‘유어 보틀 위크’ 페스티벌 기간 동안 사람들에게 대여해줬다. 텀블러에 음료를 담아 테이크아웃하고 반납은 7개의 카페 어디에서든 가능하다. 홍대입구역 3번 출구 앞에 텀블러 세척소도 설치해 ‘텀블러를 사용하는 불편함’을 최소화했다.
특히 스테인리스 세척에 적합한 발포 세정제를 비치해 힘들이지 않아도 손쉽게 세척할 수 있는 ‘꿀팁’도 선사했다. 폐플라스틱 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워준 다큐멘터리 영화 <플라스틱 차이나>를 상영하고, 커피 수업과 워크숍, 에코하우스 북 토크를 진행했다.
“텀블러를 빌려가는 분들에게 보틀 모양 쿠키를 선물로 드리고 있어요. 계몽적인 캠페인이지만 즐기고 참여할 수 있는 요소들을 추가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다른 카페들에게 우리처럼 운영하라고 설득할 수 있을까?’ 떠올려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우리야 불편함을 감수한다고 하지만, 이런 수고를 덜고도 일회용품 없는 카페를 운영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대규모 세척소, 깨지지 않는 컵을 배달하고 수거하는 것들이 우리의 힘만으로는 어렵거든요. 다양한 페스티벌과 캠페인, 프로젝트를 통해 힘을 모으고 싶습니다.”
보틀팩토리가 제안하는 일회용품을 쓰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생활 방식에 공감한다면, 지금 집에 굴러다니는 텀블러를 기부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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