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 Interview
문승지
디자이너 문승지의 이름을 세계적으로 알린 대표작 ‘포 브라더스(Four Brothers)’는 나뭇조각 하나도 버리지 않고 한 장의 합판으로 생산하는 의자다. 국제 규격인 가로 2,400mm, 세로 1,200mm 크기의 나무 합판 하나로 생김새가 제각각인 의자 4개를 만들었다.
코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카린 구스타프슨은 디자이너 문승지가 코스와의 협업으로 완성한 ‘포 브라더스’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생산 폐기물을 만들지 않고도 아름답고 일관성 있는 디자인을 창조하는 그의 능력은 최고 수준의 혁신 사례이다.”
디자인 세계에서 실제로 ‘환경친화적인 창조’가 쉽게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어떤 기능과 형태를 갖췄든 ‘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태생적인 성질 때문인지도 모른다. 문승지는 여기에 의문을 가졌다.
“디자이너라는 직업은 재미있어요. 소비자를 향한 디자인을 하지만 생산과 제조 분야에도 가까워요. 그 중간 지점에 있죠. 디자이너가 어떤 소비자를 타깃으로 물건을 디자인하면 그것이 생산되어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 굉장히 많은 공정을 거치며 ‘좋게 보이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거든요. 포장도 많이 하고요, 그 과정을 보고 있으면 불편할 때도 간혹 있어요. 소비자는 제조 과정에 관해서는 잘 모를 테니까.”
문승지는 디자이너가 그 과정을 소비자에게 솔직하게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랐다. 그렇게 솔직한 디자인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포 브라더스’를 탄생시켰다.
“한쪽에서는 디자이너가 쓰레기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직업군이라는 이야기를 하잖아요. 새것을 만들기 때문이죠. 새것이 탄생하면 기존의 것은 버려지니까요. 좋은 디자이너가 한 디자인이 결국 좋은 제품이 된다는 것. 저는 이게 현실이 되기를 바랐어요.”
스물여덟의 문승지는 초등학생 때 학교에서 교육받은 ‘아나바다’ 운동을 생생히 기억한다. 성인이 된 그가 물건을 대하는 태도에는 그때의 습관이 그대로 남아 있다.
“저는 ‘MUN’이라는 이름으로 작가 활동을 하고, 팀 바이럴스라는 이름의 회사를 만들어 다양한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경제 활동을 하고 있어요. 팀 바이럴스는 친구, 형, 동생 사이인 디자이너들과 함께하는 레이블 개념의 회사예요. 보통 회사라면 일하는 공간의 집기나 용품을 회사 돈으로 사잖아요. 우리는 집에 있는 물건들을 가져오고 버려진 것들을 주워와서 써요. 그런데 저에게는 이런 것이 당연한 일이거든요. 옷도 누군가 사용했던 것, 빈티지를 저렴하게 구입하는 게 좋고요. 연필은 몽당연필이 되도록 씁니다. 어린 시절의 ‘아나바다’ 운동이 몸에 배어 있음을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알게 됐어요.”
문승지는 지금 파라다이스 문화재단의 제안으로 첫 개인전 <문승지.ZIP: 쓰고 쓰고 쓰고 쓰자>를 열고 있다. 아나바다 운동의 오마주 프로젝트다.
“그 시절 우리가 행했던 의식 있는 행동들이 지금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라는 주제로 제가 환경 문제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한 결과물을 작품으로 공유하고자 했어요. 저는 작가이고 디자이너이니까요.”
파라다이스 ZIP 전시실에는 세상에 조금이라도 의미 있는 것을 내놓는 디자이너이고 싶다는 그의 놀라운 작업들이 묵직하게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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