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서 하는 쓸데없는 짓
모토리노 홍승택 대표
충무로 어느 골목에 클래식 바이크의 뜨거운 심장부가 있다. 클래식 바이크 1세대로 불리는 홍승택 대표가 운영하는 모토리노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벌써 10년이 넘게 이곳에서 클래식 바이커들과 멋과 로망을 공유하고 있다. 클래식 바이크 관련 브랜드를 수입해 유통하고 판매하면서 마니아의 까다로운 심미안을 충족시켰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나만 할 수 있는 것, 클래식 바이커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아이템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습니다.” 모토리노에 있는 모든 아이템들은 전부 홍승택 대표가 좋아하는 것들이다. 빈티지 헬멧을 모아놓은 섹션만 봐도 그 내공을 짐작할 수 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좋아서 하는 쓸데없는 짓”이라고. 하지만 영 쓸데없는 짓은 아닌 게, 전국 방방곡곡에서 심지어 해외에서도 모토리노를 찾는다. 헬멧과 장갑, 의류들이 매장에 무심한 듯 멋스럽게 걸려 있다. 모터사이클의 세계적인 트렌드는 모토리노 홈페이지만 훑어봐도 알 수 있을 정도. “모터사이클 쇼 등을 많이 돌아다니는 편이에요. 지금 모터사이클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예측하고, 또 그걸 사람들에게 알려주기 위해서요.” 유행하더라도 유행을 타지 않는 것이 클래식의 매력이라면, 모토리노에선 클래식의 정석을 만나볼 수 있다.
클래식 바이커들의 성지
고바우 개라지 이종철 대표
성수동 고바우 갈빗집에선 갈비를 팔지 않는다. 대신 클래식 바이크의 전반적인 정비와 수리를 맡아주는 이종철 대표가 있다. 고바우 갈비 간판을 떼지도 않은 고바우 개라지는 모든 종류의 바이크를 수리하고 정비하는 곳이다. 2007년부터 주변 친구들의 바이크를 이곳저곳 고쳐주면서 무작정 시작한 일이다. 인터넷 자료도 찾기 힘들어서 공부를 엄청나게 하느라 준비 기간만 4년이 넘게 걸렸다. 바이크를 고치다 풀리지 않는 게 있으면 비슷한 바이크 사진이 찍힌 해외 잡지를 하루 종일 들여다보면서 해결을 해냈다. 그러다 보니 10여 년이 훌쩍 지난 지금은 어떤 종류의 바이크도 알아서 척척 수리를 해낸다. 그가 바이크 쪽에선 대한민국 최고의 ‘메캐닉(mechanic)’으로 통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양산 오토바이는 멋을 부릴 수 있는 범주가 한정적이죠. 클래식 바이크는 달라요. 1천만원을 들여 만든 바이크보다 적은 비용인 3백만원을 들여 만든 바이크가 더 멋있을 수 있거든요. 타는 사람의 개성을 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특별하죠.” 이종철 대표는 자신의 손을 거쳐나간 바이크가 더 열심히 도로를 달리길 바란다. “감상용 클래식 바이크가 아니었으면 해요. 시동만 걸고 지켜보는 거 말고, 진짜 열심히 일상 곳곳에 클래식 바이크가 녹아들길 바랍니다.”
클래식 바이커의 스타일 메이커
청량리발소 이한진 디렉터
패션 브랜드 마케터였던 이한진 디렉터는 오랜 취미인 모터사이클을 주제로 디자이너 브랜드를 만들었다. 5년 정도 흘러오다 보니 다른 것이 눈에 들어왔다. 바이크 라이더들이 헬멧을 쓰고 다니다 보니 헬멧을 벗었을 때 헤어스타일이 망가진다는 것. 그래서 부산 지역에서 ‘잭슨 파마’를 운영하는 친구에게 연수를 받고 청량리에 바버숍(ⓐhubris_barbershop)을 오픈했다. 포마드로 정리한 머리는 헬멧 때문에 망가져도 다시 쓸어 넘기면 멋을 잃어버릴 수가 없다. ‘청량리발소’라는 귀여운 이름의 이곳은 바버숍과 클래식 바이크 관련 아이템이 공존하는 재미있는 공간이다. 전통 바버숍이 한편에 있고 또 다른 한편에선 휴브리스(Hubris) 브랜드와 모토 스투카(moto stuka) 브랜드의 가죽 장갑을 판매한다. 브래드 피트가 애용해 유명해진 바로 그 장갑이다. “일반적인 바이크 용품을 파는 숍이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그것보다는 오히려 클래식 바이크 라이더들의 스타일을 제안해주는 곳이었으면 해요. 또 바버숍에 머리를 하러 왔다가 클래식 바이크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되는 분들이 늘어난다면 더 좋겠죠.” 이한진 디렉터는 라이더들이 자신의 바이크에 맞는 스타일을 갖췄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클래식 바이크는 워낙 스타일과 종류가 방대하다 보니 어떤 멋의 공식이 있을 순 없다. 많이 시도해보면서 가장 자연스러운 라이더 자신의 모습을 찾아내는 수밖에. 청량리발소는 청량리의 바이브뿐 아니라 클래식 바이크의 스웨그까지 책임지는 곳이다.
아트 페인터의 미술 공간
지미 차퍼스 김두영 대표
1995년부터 바이크에 색을 칠하기 시작했으니까, 지미 차퍼스(jimichoppers.co.kr)의 김두영 대표를 아트 페인터 1세대라 불러도 좋겠다. 대표라기보다 ‘형님’이라는 호칭이 더 잘 어울리는 그는 자동차 색이 조금만 튀어도 ‘불법 아니냐’는 질문을 받던 시대부터 바이크에 색을 입혀왔다. 용인의 한적한 대로변에 2층으로 지어진 지미 차퍼스에선 티어스 포 피어스(Tears For Fears)의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커스텀 페인팅 혹은 아트 페인팅이라고 하는 상업 예술이 국내에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때부터 이 일을 해왔어요. 주로 클래식 카나 모터사이클에 적용되던 예술의 한 장르인데, 아직까지 일이 없어서 곤란했던 적은 없어요.” 당연히 초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반입이 어려운 페인트 소재도 많았고 그만큼 규제와 제한도 따랐다. 재료들을 다시 배합해 새로운 색을 만들어내면서 꾸준히 지미 차퍼스를 키워왔다. 클래식 바이크의 시작과 끝을 담당하는 장인으로 업계의 ‘형님’이 됐다. “아주 독창적인 방식으로 색을 표현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매력이에요. 기존의 데이터 코드에 없는 색을 창조해 바이크에 색을 입히는 행위 자체가 예술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러고 보니 작업실 곳곳에서 김두영 대표가 직접 그린 작품들이 눈에 들어온다.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을 표현해낼 때 쾌감을 느낍니다. 이렇게 다채로운 창작 행위를 통해 모터사이클이 이동 수단의 기계가 아니라 설치 미술 같은 현대 미술의 한 장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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