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에 무슨 일이 있었더라? 드라마 줄거리를 살피고 나자 2004년을 회상하게 되었다. 올림픽이 열렸고, 대학에서 MT를 다녀왔고, 머리를 염색했고 등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지만 그때의 나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14년의 공백은 너무 크고, 또 너무 어둡다. 아무리 뱃속을 채워도 그 공백은 메워지지 않았다. <식샤를 합시다 3 : 비긴즈>에서 백진희는 이지우라는 캐릭터를 연기한다. 배경은 2004년과 2018년을 오간다. 2004년 스무 살의 이지우와 2018년 서른넷 이지우는 많이 다르다. 행동이나 표정은 물론이고 삶을 대하는 태도부터 다르다. 그래도 이지우는 먹는다. 잘 먹고, 맛있게 먹고 또 살아간다. 그건 이지우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혼자 요리를 즐기고, 술은 못하지만 대신 차를 즐기는 백진희의 삶도 그 양태는 크게 다르지 않다.
“맥주를 박스 단위로 사왔어요. 회사 마당에서 소맥 마는 법 연습하고, 비 오는 날 혼자 한강에서 소주와 맥주 사다가 연습하기도 했죠.”
살이 너무 많이 빠졌어요.
그래요? 얼굴 살이 많이 빠졌어요. 아무래도 20대 초반과 후반은 다르니까요.
<식샤를 합시다 3 : 비긴즈>는 어떤 내용인가요?
2004년과 2018년이 교차돼요. 보시면 2004년을 추억할 수 있을 것이고, 2018년 장면에서는 직장인이 많이 공감해주지 않을까 싶어요.
극 중에서 음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나요?
네. 그런데 2004년과는 조금 다른 게 2018년에는 소맥으로 스트레스를 풀어요.
평소 술은 잘 마시는 편인가요?
술은 잘 안 마셔요. 대신 먹는 건 무지 좋아해요. 특별히 좋아하는 음식은 없고, 다 좋아해요. 간장게장 같은 비린 음식만 빼고요. 한 번에 많이 먹는 대식가 스타일이 아니라, 꾸준히 오래 먹어요.
가장 오래 먹은 건 몇 시간인가요?
보통 밥 먹다 요리가 나오면 순식간에 요리만 먹어 치우잖아요. 저는 수저를 놓지 않는 스타일이라 반찬까지 남김없이 다 먹어요.
음식에 대한 기준이 나름 있나요?
평소에는 직접 요리해요. 조미료를 거의 안 넣고 간을 약하게 해요. 친구들이나 다른 사람들은 심심하다고 느낄 정도죠. 저는 약간 심심한 맛을 좋아해요.
음식은 소금 맛 아닌가요?
짠맛에 중독되면 그렇게 느낄 수 있는데. 싱겁게 먹다 보면 조금만 짜도 잘 먹지 않게 돼요. 센 간은 습관인 것 같아요.
한식 또는 양식? 어떤 장르를 선호하나요?
주로 한식이요. 밥이랑 반찬을 조금씩 만들어 먹어요. 간단히 먹어야 하는 급한 상황에는 토스트나 빵을 구워 먹죠. 물론 파스타도 먹고, 이것저것 많이 만드는데요. 촬영 기간에는 요리할 시간이 거의 없죠.
한식은 난이도가 높아요. 매일 먹는 건데 막상 하려면 맛이 안 나요.
맞아요. 저는 나물이 제일 어렵더라고요. 고사리, 도라지 이런 나물 요리를 해봤는데 데치는 시간을 잘 맞춰야 하더군요. 나물은 세 번 하면 한 번 성공하는 수준이에요. 시간과 염도 조절을 잘 못하겠어요. 어떤 때는 엄청 짜고 어떤 때는 너무 싱겁고. 결국은 실패해서 고추장 넣고 비벼 먹죠. 하하. 시금치도 어려워요. 조금만 데쳐도 숨이 팍 죽거든요. 그렇다고 무치면 진득진득해지고. 불고기 자주 만들어요. 배와 사과 갈아서 간장 소스 만든 다음에 꿀을 살짝 넣죠. 그럼 달큰한 맛이 나요.
시도한 요리 중 가장 고난이도 음식은 뭐였어요?
음. 닭죽이요. 삼계탕을 먹고 닭살을 전부 찢어서 다진 채소와 함께 넣고 끓였는데, 손이 너무 많이 가서 다시는 안 하려고요. 살을 일일이 발라서 잘게 찢고 또 오래 끓여야 해요.
레시피는 어디서 참고하나요?
엄마한테 물어보면 ‘이렇게 저렇게 해’ 하고 대충 알려주시니까, 한두 번 해보면 어떻게 하는지 알 수 있어요. 그런데 엄마가 모르거나 헷갈리는 요리에 도전할 때는 검색을 이용하죠. 인터넷엔 없는 게 없거든요.
<식샤를 합시다 3 : 비긴즈>에서 요리 팁이 많이 나오나요?
연기를 하면서 신기한 팁을 많이 얻었어요. 우와. 이런 게 있어? 이렇게 먹을 수 있어? 하고요. 대본 보고 검색하면 되는데, 직접 촬영장 가서 해본 것들도 많아요. 하이라이트 영상으로도 팁을 공개했는데, 1회에 막창 먹는 장면이 있어요. 잡내를 없애기 위해 막창에 술을 한 번 둘러서 불을 붙인 다음 먹죠. 시청자들이 많이 따라 하시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데 해보시면 알 거예요. 불이 잘 안 붙어요. 하하. 불 붙이느라 굉장히 애먹었어요.
극 중에서 지우는 요리를 많이 하는 캐릭터인가요?
완성된 음식에 약간의 팁을 더하는 캐릭터예요. 스무 살 지우가 요리를 많이 하지는 않고요. 서른네 살의 지우도 사정이 있어서 요리를 많이 하지 않아요.
지우의 입맛과 본인 입맛은 잘 맞나요?
지우는 모든 음식을 다 잘 먹어요. 특정한 취향이 있진 않고 씩씩하게 많이 먹는 타입이죠. 지우의 그런 모습을 표현하려다 보니 촬영하면서 정말 많이 먹어요. 소화제 갖고 다니면서 먹방 찍고 있죠.
디저트도 좋아하나요? 커피나 차 같은 음료요.
커피는 못 마셔서 대신 차를 즐겨요. 피부가 안 좋을 때는 디톡스 차를 마시고, 피곤할 때는 말린 사과로 만든 차를 마시죠. 비타민 C가 많다고 해요. 평소에는 녹차 많이 마셔요. 요즘은 운동하고 나서 인도 차를 마시고요.
극 중 현재의 지우는 서른네 살 간호사죠? 2004년의 지우와는 어떤 점이 다른가요?
굉장히 달라요. 14년이라는 시간 동안 지우에게 큰 사건이 여럿 있었어요. 일상에 찌들었죠. 과거의 자신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기억 못할 정도로 변했어요. 생각해보면 저도 그런 것 같아요. 아직 스물아홉 살이지만 스무 살 때의 제가 어땠는지 잘 기억나지 않아요. 지우는 왜 스무 살의 자신을 기억하지 못할까? 생각해봤는데, 저도 그렇더라고요.
지우의 직업은 간호사예요. 직업에 대한 관찰도 했나요?
간호사라는 직업군에 대해 크게 다루진 않아요. 대신 간호사라는 직업에서 오는 피로를 많이 보여주죠. 그 피로감에 더 집중했어요. 간호사 분들은 3교대로 근무해서 밤낮없이 굉장히 바빠요. 병원에서 콜이 오면 언제든지 달려가죠. 긴장을 놓을 수 없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지우는 소맥을 마시죠.
소맥을 잘 마는 건 기술이 필요하더군요.
연습 엄청 많이 했어요. 매니저 오빠가 맥주를 박스 단위로 사왔어요. 회사 마당에서 소맥 마는 법 연습하고, 비 오는 날 혼자 한강에서 소주와 맥주 사다가 연습하기도 했죠. 드라마에서 소맥 마는 기술을 보여줘야 해서 관련 영상도 찾아보고, 여기저기에 자문을 구했죠.
2004년에는 그 시대만의 감성이 있었어요. 2004년의 스무 살 지우가 가진 감성을 표현하기도 쉽지 않았겠죠?
2004년에 저는 너무 어렸어요. 중학생이었던 것 같아요. 그때 제가 뭘 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당시 방영한 드라마들은 전부 기억났어요. <풀하우스> <미안하다 사랑한다> <불새>가 붐이었죠. 드라마는 패션이나 헤어스타일 등 유행을 선도하잖아요. 드라마를 보고 많이 참고했어요. 촬영 중에는 ‘가로본능’ 휴대폰을 사용하고, ‘디카’ 들고 다니고, 싸이월드도 하죠. 이런 걸 예전에는 어떻게 썼었지? 추억하다 보니 촬영이 재미있어요.
피로에 찌든 현재의 지우가 아닌 스무 살 지우는 어떤 모습이에요?
순수해요. 부산에서 상경해 갓 대학교에 입학한 캐릭터거든요. 좋아하는 마음을 숨긴다고 하지만 남들 눈에는 다 티가 나죠. 순수한 모습으로 표현하고 있어요.
스무 살 진희 씨를 만난다면 무슨 말을 하고 싶어요?
대학에 가면 많이 달라지고 자유로울 것 같았지만 막상 자유가 주어지니 무섭더군요. 중고등학생 시절이 더 좋았어요. 사회생활 시작하면서는 마음이 급해지고 무서웠어요. 하지만 그건 시간이 해결해주더라고요. 이제 조급함은 많이 사라졌어요. 스무 살로 돌아간다면 제 자신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조급해하지 않아도 된다고요.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